사우디·이란 갈등일지…사형집행부터 외교단절까지
사우디·이란 갈등일지…사형집행부터 외교단절까지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6.01.10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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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국제사회 우려에도 불구 시아파 지도자 사형집행
이란의 시위대, 대사관·총영사관 등 두 차례에 걸쳐 공격
이슬람 양대 세력인 수니파·시아파 대결구도 급격히 확대

이슬람 수니파 맹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2일(현지시간)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내 시아파 지도자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에서 격분한 시위대가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과 대사관을 두 차례에 걸쳐 공격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를 문제 삼아 이란과의 외교단절을 선포했다.

30여년 만에 최악의 갈등을 겪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의 관계가 이슬람 양대 세력인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대결구도로 급격히 확대되고 있으며, 이슬람 수니파 맹주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바레인·수단·아랍에미리트가 집결하고 있는 반면 이라크·시리아·예멘·레바논의 반군세력이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손을 잡고 있는 분위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갈등은 중동지역에서의 패권을 쥐기 위한 주도권 갈등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경제제재 해제 이후 이란이 중동지역에서 세력을 넓히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이란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겠다는 사우디아라비아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란은 인구 측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2.6배나 많고, 군사력이나 원유보유량이 풍부한 가운데 경제력까지 갖추게 된다면 중동지역의 패권을 쥐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지위가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우디아라비아가 고의적으로 갈등을 촉발해 외교우위를 점하겠다는 의견이 이란 측에서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란의 한 성직자는 언론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는 민감한 시기에 시아파 지도자의 사형을 집행해 수니파와 시아파의 사이를 더욱 갈라놨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의 과잉반응을 예상했을 것이고 이란을 고립시키는데 이번 사태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갈등으로 불안정한 중동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2014년 기준 중동지역에서 생산된 석유는 세계석유의 3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에서 첫 번째와 다섯 번째로 많은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본지는 그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갈등원인들을 정리해 본다.
 
 


【에너지타임즈】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2일(현지시간) 시아파 지도자 등을 포함한 테러혐의로 사형이 내려진 47명에 대해 수도인 리야드를 비롯해 12개 도시에서 이들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수니파 맹주국가다.

사형이 집행된 47명 중 다수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이 조직한 국제테러단체인 알-카에다(Al-Qaeda)와 연결된 테러공격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란 등 시아파 진영의 사면을 요청한 사우디아라비아 시아파 지도자인 님르 바르크 알-님르(Nimr Bakr Al-Nimr)도 포함됐다. 그의 사형집행이 30여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최악의 갈등을 만들어내는 시발점이 됐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시아파 지도자로써 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인물로 사우디아라비아 반정부시위를 뒷받침하는 주동자로 지목돼 2012년 체포됐다. 2014년 10월 대중을 선동해 국왕과 정부를 전복하려했던 혐의로 그는 사형을 선고받았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반발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란 주재 사우디아라비아대사를 불러 님르의 사형 집행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알리 라리자니(Ali Larijani) 이란 국회의장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시아파 지도자인 님르의 사형집행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대혼란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잇단 종파분쟁 등 대혼란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전했다.

이와 함께 이란 시위대는 자국 내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으로 공격한 뒤 방화를 하고 지붕에서 규탄전단을 뿌렸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도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이란대사를 불러 이란의 비난성명은 사우디아라비아 주권에 대한 있을 수 없는 침해라면서 이란의 비난성명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러면서 성명서를 통해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법제도를 비난한 것은 ‘방자한 내정간섭’이라고 밝혔다. 또 이란 시위대의 방화로 불에 탄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 대한 안전보장을 요구했다.

이튿날인 지난 3일(현지시간) 격분한 이란 시위대는 또 다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에 진입해 난동을 벌였다. 이란 경찰에 의해 이들 시위대는 해산됐으나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밖에 운집해 반 사우디아라비아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을 대사관에 던져 건물에 불을 내기도 했다.

이날 하산 로하니(Hassan Rouhani) 이란 대통령은 이란 시위대의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을 방화하는 등의 공격에 대해 정당하지 않다고 비판하면서도 님르를 처형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난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시아파 지도자인 님르의 사형집행으로 촉발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갈등은 국교단절로 이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은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 시위대의 공격을 받자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주재한 모든 이란 외교관들은 48시간 내에 떠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이란과의 항공운항과 무역관계를 중단하고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의 이란여행을 금지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란 항공당국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외교관계 중단결정에 따라 이란으로 향하거나 이란에서 오는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최악의 갈등을 겪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관계는 이슬람 양대 세력인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대결구도로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걸프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가장 가까운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바레인 정부는 이란과의 관계단절을 선언하면서 48시간 내 자국 내 모든 이란 외교관들의 출국을 명령했다. 왕정체제인 바레인의 지배세력은 수니파이지만 다수의 시아파 주민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만큼이나 시아파 세력의 준동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수단 정부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외교단절을 선언한 뒤 수단 주재 이란대사를 추방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과의 밀접한 상업적 관계를 배려해 이란과의 관계를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급으로 격하시켰다.

이슬람 수니파 맹주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바레인·수단·아랍에미리트가 집결하고 있다.

반면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이라크·시리아·예멘·레바논의 반군세력이 손을 잡고 있는 분위기다.

이라크 내 시아파 군중이 사우디아라비아 시아파 지도자인 님느의 사형집행에 항의하는 거리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이들은 이라크 총리 집무실 부근에 몰려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의 국교단절을 요구한 바 있다.

이튿날 이라크 총리는 님르의 처형은 유감이며 그런 행동은 아랍세계에 전쟁과 파괴를 불러올 뿐이라면서도 현재 종교적 대립을 현명하게 이성적으로 해결해야 이라크의 국가안보와 안전을 기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책임 있는 행동을 국민들에게 요구했다.

또 레바논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유엔과 미국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단절 등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은 4일(현지시간) 중동의 양대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관계악화를 우려해 양국 사이에 긴장을 확산시킬 수 있는 조치를 피할 것을 촉구했다.

반 총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이란에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공격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국교단절 발표로 인해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그는 지난 2일 성명서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시아파 지도인 님르를 포함한 47명에 대한 사형집행에 대단히 실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란 유엔대사는 반 사무총장에게 사우디아라비아 외교공관에 대한 두 차례 공격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관련자 체포와 책임자에 대한 기소에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과 이란은 앞으로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

유엔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유엔대표부는 반 사무총장이 실망이라고 언급한 사형집행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사형을 집행한 47명의 사형수에 대해 공정하고 올바른 재판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슬람권에서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갈등이 외교단절사태 등 최악의 국면을 치닫기는 1980년대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이다.

따라서 시리아사태를 해결하고 이슬람국가(IS)를 척결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이란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미국의 전략은 큰 부담을 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중동지역의 긴장상태를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자제심을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조시 어니스트(Josh Earnest)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중동지역의 안부 취약성과 불안정성이 종파주의와 맞물려 악화되는 것을 지켜봐왔는데 이는 절대 우연의 결과가 아니라면서 모든 관련 국가의 국민이 중동지역 전체의 상호이익을 증진시키는 방식으로 양국 간 갈등해결을 위한 가교역할 노력을 더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과거 속에서 앙숙인 ‘사우디-이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관계는 1979년 이슬람혁명부터 팽팽한 긴장을 이어오고 있다. 양국은 중동지역에서 수니파와 시아파 맹주로 경쟁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1941년부터 1979년까지 재임했던 모하마드 레자 샤 팔레비(Mohammad Reza Shah Pahlevi) 이란 국왕은 재임 말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를 호전시켰다.
이들 국가는 1979년 2월 이슬람혁명(일명 이란혁명)으로 과도기에 접어들게 된다. 이 혁명은 당초 상공업자들을 주축으로 진행됐으나 국민의 자발적인 성원을 받아 반 국왕운동으로 전개됐다. 이로써 팔레비 왕조가 붕괴됐다.
1979년 11월 이란 대학생들은 미국 대사관을 점거한 사건을 일으킨다. 팔레비 국왕을 미국이 제대로 인도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당시 중동지역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1980년대 발발한 이란과 이라크 간 전쟁에서 이라크를 지원했다.
이로써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는 냉각기에 접어들게 된다.
1987년 7월 이슬람 연례행사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성지순례(일명 하지)에서 이란 순례자들이 정치시위를 벌임으로써 유혈사태가 발생했고, 이란 순례자와 사우디아라비아 경찰이 충돌하면서 4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순례자들의 죽음에 반발한 이란 시민들은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프랑스·이라크 대사관을 공격하기에 이르렀다.
1988년 사우디아라비아는 1987년 발생한 메카성지순례에서의 유혈사태와 페르시아 걸프지역의 선박을 이란이 공격한 사건 등을 언급하면서 이란과의 관계를 단절했다. 이란은 이슬람연례행사에서의 유혈사태를 언급하지 않았고, 1991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외교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1997년과 1999년 양국 정상의 방문이 잇따르면서 양국관계는 완화됐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반대하고 제재를 걸면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는 또 다시 악화됐다. 2005년부터 양국의 관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특히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에도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정부군과 반군을 지원하는 입장으로 대립했고, 예멘내전에서도 반대편에 섰다.
그러다 2014년 9월 이슬람 연례행사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성지순례에서 순례자들이 몰리면서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순례자 769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다만 언론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자국민을 보낸 국가의 통계를 종합한 결과 2400명에 달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란도 자국민 최소 464명이 이번 압사사고로 숨졌다고 주장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사고수습에 무능하다며 맹비난했다.
그리고 지난 2일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아파 지도자인 님르를 포함한 47명을 테러에 연루된 혐의로 사형을 선고한데 이어 사형을 집행했다. 격분한 이란 시위대의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등을 공격한 것을 이유로 지난 3일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끊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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