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설립 16년…셋방살이 청산하고 내 집으로
한수원 설립 16년…셋방살이 청산하고 내 집으로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6.01.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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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 경주 이미지 형상화한 건축물 구현
최소 2000명 중·장년층 유입…젊어지는 경주
소비증가·생산유발·고용창출 선순환구조 기대
올해 한수원이 설립 16년 만에 셋방살이를 청산한다.

10년 만에 경북 경주로의 본사이전을 매듭짓기 때문인데 한수원은 신사옥에 대한 주요공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데 이어 인테리어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한수원 경주시대는 한수원이 병신(丙申)년 시무식을 현지에서 가짐으로써 열리게 된다. 오는 3월경 최소 2000명 이상의 임직원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로 대이동을 시작해 한 달가량이면 모두 마무리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렇게 한수원 경주시대는 활짝 열리게 된다.

우리나라 고유유산과 전통문화를 그대로 간직한 경주는 월성원전과 경주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운영하고 있는데다 한수원 본사까지 품게 되면서 명실공히 우리나라 원전산업의 전초기지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경북은 전국 4개 원전본부 중 월성·한울원전 등 2곳이 운영되고 있는데다 경주방사성폐기물처분장 등 원전시설을 비롯해 일찍이 한국원자력환경공단과 한국전력기술(주) 등이 이곳으로 본사를 옮겼고 한수원 본사까지 더해지면서 원전과 관련된 산업·연구·교육·문화가 복합된 경북 동해안 원자력클러스터를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한수원 본사이전은 이전에만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것들이 가져올 파장에 더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에너지타임즈】10년 만에 논란에 논란을 거듭하다 완공을 코앞에 둔 한수원 경주신사옥.

한수원 신사옥은 경북 경주시 양북면 일원 15만7142㎡ 부지에 지하 1층과 지상 12층 규모로 조성된다. 축구장 22배 크기에 해당한다. 두산건설을 중심으로 지역의 건설회사인 갑을건설·경일건설 등이 한수원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건설하고 있다.

천년고도 경주의 역사성과 한수원 기업이념·가치를 융합했다는 것이 한수원 신사옥의 콘셉트다.

토함산의 지류와 대종천이 만나는 풍요로운 자연환경에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곳에 한수원 신사옥은 터를 잡았다. 특히 경주의 역사적 유산인 불국사의 안정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왕릉의 곡선과 탑의 수평, 왕관의 패턴 등을 조형화한 것이 크게 눈에 띈다. 배를 형상화한 것은 난관을 극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한수원 신사옥은 최고 수준이다. 친환경건축물을 구현한 것인데 이미 녹색건축물 최우수 등급, 에너지효율 1등급, 지능형건축물 1등급, 초고속정보통신 특등급 등 친환경설계인증을 받았다.

한수원 신사옥에서 필요한 에너지,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설비가 곳곳에 자리 잡았다. 냉난방을 담당하게 될 2391kW 규모의 지열, 동력·전열·전등 등을 담당할 751kW 규모의 태양광발전, 급탕을 담당하게 될 897㎡ 규모의 태양열 등이다.

한수원 측은 이를 통해 연간 7억5000만 원에 달하는 에너지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2800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로써 한수원은 경주에서 뿐만 아니라 경북의 터줏대감인 포항제철과 최근 본사이전을 완료한 한국전력기술 등과 함께 대표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 신사옥 건설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촉박한 건설기간, 2013년 12월 한파가 몰아치던 허허벌판에서 한수원은 신사옥 건설을 위한 첫 삽을 떴다. 당초 준공목표를 2016년 5월로 잡았으나 5개월을 앞당겼다. 만 2년 만이란 신화를 만들어낸 것인데 한수원 측은 더 이상 경주시민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서둘렀다고 설명했다.

만 2년, 우여곡절이 많았다. 건설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한수원은 동절기 보온양생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건설공법을 적용했다. 일반적으로 건설공사를 일시 중단하는 동절기뿐만 아니라 직원과 인부들은 휴일까지 반납했다고 한다.

한수원 신사옥 건설을 이처럼 강행한 이유는 10년 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경주주민들이 동쪽과 서쪽으로 분열됐다. 한수원 본사를 되도록 자신들의 지역으로 유치하겠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진 것인데 한수원이란 상징성과 함께 본사이전에 따른 기대효과가 그만큼 컸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수원 본사이전은 단순하게 한 기업의 본사가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원전산업이 옮겨오는 것이나 진배없기 때문이다. 직·간접적인 기대효과가 가늠조차 하기 힘들 정도다.

전력그룹사 등 공공기관은 지방이전특별법에 의거 결정됐으나 한수원 지방이전은 이것과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한수원 본사는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유치하는 지역으로 이전하게 된다는 내용이 방사성폐기물처분장특별법에 명시되면서 결정됐다.

2005년 경북 경주시와 전북 군산시에서 실시된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유치 주민투표에서 경주가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자연스럽게 한수원 본사의 경주이전이 확정됐다. 순탄하게 진행될 것 같았던 한수원 본사 이전. 동쪽과 서쪽으로 분열된 갈등이 발목을 잡았다.

서쪽 주민들은 한수원 본사이전에 따른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선 중심지역에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동쪽 주민들은 한수원 본사를 양보할 수 없다면서 당초 계획대로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위치한 곳에 건설돼야 한다고 맞섰다. 답이 없는 지루한 갈등은 한 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한수원 본사는 오랜 진통 끝에 결국 당초 계획대로 동경주로 매듭지어졌고 분열됐던 갈등도 봉합됐다.

동서가 갈라지는 갈등을 빚었다는 것은 한수원 본사이전이 가져올 파급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렇다면 한수원 본사가 경주로 옮겨오면서 경주시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도대체 뭘까.

가장 중요한 것은 청년층과 장년층의 유입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인구 유입은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재 하락세를 이어가는 경주의 인구가 반등될 수 있다. 게다가 급속한 고령화시대에 접어든 경주가 젊어질 수 있다는 것은 메리트 중 메리트다.

실제로 경주의 인구는 26만 명 정도다. 이곳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17.6%에 이르는 등 고령화가 진척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수원 본사이전은 경주에 최소 2000명에서 최대 3000명의 청년층과 장년층의 인구 유입을 가져오고 경주에 거주하게 되는 경주시민의 평균연령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한수원 직원들이 경주로 이전하게 되면 청년층과 장년층의 유입뿐만 아니라 이들의 자녀들이 동반이주하게 된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소비력이 높은 축에 들기 때문에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구유인, 소비증가, 생산유발, 고용창출 등 선순환구조가 핵심이다.

이와 함께 본사이전으로 한수원이 지역사회에 지원하게 될 사업도 경주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현재 한수원은 본사이전이 완료 되는대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역상생을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를 비롯해 사회공헌활동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다양한 시민단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맞춤형 지원으로 지역사회 수용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이미 한수원 본사이전에 앞서 그 효과는 경주지역 곳곳에 묻어나고 있다. 1200억 원이 투입된 경주화백컨벤션센터가 지역상생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해 4월 세계 물 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경주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

한수원축구단훈련센터도 경주에 건립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수원은 해당부지에 대한 토지소유자들의 부지매각 동의서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후 투자심의 이사회 의결 등 관련 절차를 거쳐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수원축구단 연고지는 이미 2013년 대전에서 경주로 옮긴 상태다.

새로운 보금자리로의 이전을 앞둔 직원들도 준비를 마친 상태다.

이들은 긴 시간만큼이나 새로운 보금자리에서의 적응기간을 거쳤다. 자의든 타의든 모든 한수원 임직원들은 경주에서 3개월씩 순환근무하면서 경주와 친근감을 쌓으면서 두려움을 이미 떨쳐냈다. 일부 직원들은 경주에서의 근무를 아쉬워하기도 했고, 3개월이지만 가족들이 모두 옮겨간 경우도 있었다.

한 직원은 “주말이면 경주시내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마음의 여유를 찾기도 하고 직접 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트나 상가 곳곳에서 많은 경주시민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 있고 싶은데 3개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고 아쉬워했다.

그 동안 발목을 잡았던 사택문제도 해결됐다.

당초 한수원은 경주시와 1000세대 규모의 사택을 확보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오는 3월경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경주시 황성동 소재 e-편한세상 300세대를 분양받은데 이어 2017년 6월 준공되는 진현동 소재 두산위브 500세대를 분양받음으로써 모두 800세대를 확보했다.

나머지 200세대는 동천동에 조성할 계획인데 한수원은 이와 관련해서 경북개발공사와 공영개발추진협약을 맺고 관련 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2018년 11월이면 공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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