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원자력 민낯 탐구에 나선 ‘젊은이들’
1박 2일 원자력 민낯 탐구에 나선 ‘젊은이들’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5.09.0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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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전문가·시민단체, 원자력 찬반논리로 젊은이 스케치 도와
24번째 원전인 신월성원전 2호기 현장 둘러봐…발상전환 성과
【에너지타임즈】원전(원자력), 미래의 주인이자 여론을 주도하는 청춘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뭘까. 1박 2일 동안 젊은 혈기가 원전을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에너지경제연구원과 본지는 한국수력원자력(주)·한전KPS(주)·한국전력기술(주)·한전원자력연료(주)·한국원자력환경공단·두산중공업 등의 도움을 얻어 지난달 25일부터 26일까지 울산과 경주에서 경상권 소재 대학생 1~3학년 40여명을 대상으로 ‘제2기 대학생 원자력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원전에 대한 맹목적이면서 흑백논리에 갇힌 최근 원전여론에 대한 찬반을 떠나 보다 정확한 원전정보를 미래세대에 전달함으로써 이들로 하여금 여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소통이라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첫째 날 핵주기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20년 이상의 관록을 가진 현장종사자들이 직접 강의에 나섰고, 둘째 날 공학도들이 쉽게 만날 수 없는 환경운동가들이 직접 강의에 나섰다. 또 둘째 날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지어진 마지막 한국표준형원전(OPR1000)이면서 최근 상업운전을 시작한 신월성원전 2호기를 둘러보면서 현장을 둘러봤다.

눈이 온 거리,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그 길처럼 깨끗한 청춘들이 앞으로도 사회적 이슈가 될, 원전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1박 2일을 따라가 보자.


지난달 25일 08시 10분경 울산역, 하나 둘 젊은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모습도 제각각, 생각도 제각각. 만남 자체가 어색했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 이들은 새로운 인연을 맺기 시작됐다.

그리고 우리나라 에너지정책 브레인 역할을 하는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도착했다.

첫 번째 강사로 나선 이근대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자력정책연구실장은 우리나라 에너지정책과 원전의 역할이란 주제로 강의에 나섰다.

이날 그는 국내외 원전산업현황과 함께 미래 사회에서 원전의 필요성, 현재 원전정책 현안과 과제에 대해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실장은 우리 원전정책에 대해 원전을 도입하고자 하는 국가에 대한 맞춤형 원전플랜트 수주전략 수립·추진, 원전 건설·운영에 필요한 인력 적기 확보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면서 참여 대학생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최한식 한전KPS 원자력사업처 사업기술팀장은 원전정비를 맡고 있는 한전KPS에 대한 소개와 함께 원전정비가 이뤄지는 프로세스, 인재양성 로드맵 등을 설명했다.

최 팀장은 “(기술)쟁이가 되라”면서 “한전KPS 출신은 나중에 퇴직하더라도 하루 일당 6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고급기술을 갖고 있다”고 우리나라 정비기술의 우수성을 대학생들에게 어필했다. 이어 “원전은 위험하지만 이 원전을 관리하는 기술은 최고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김종인 두산중공업 차장은 원전의 핵심설비인 원자로의 진화과정과 미래 원자로란 주제로 강의에 나섰다.

김 차장은 4세대 원자로에 대해 효율·안전성·핵비확산 등의 측면에서 혁신적일 기술을 사용해 차별화한 원전이라면서 고온가스로·고속증식로 등을 비롯해 핵융합원자로와 소형모듈형원자로 등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미래세대의 주인인 대학생들에게 더 넓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음을 제시했다.

조범진 한전원자력연료 원전사업관리처장은 원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적이지 않은 핵연료 관련 설명에 이어 우리나라 핵연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핵연료 제작 프로세스를 비롯해 앞으로의 개발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김용식 원자력환경공단 홍보실장은 경주방사성폐기물처분장 건설프로젝트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과 해결과정을 시원하게 털어놨다.

김 실장은 “우리나라 사회갈등지수는 터키·그리스·칠레·이탈리아 등에 이어 5위”라면서 “사회갈등비용이 최대 246조 원에 달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경주방사성폐기물처분장 성공요인에 대해 “지난 2004년부터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침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하에서 추진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또 김 실장은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민주적 절차로 국민 참여를 통한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 확보와 자녀세대를 위해 우리 세대의 지혜를 모아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서둘러야 할 것임을 시사했다.

양재영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원전설계를 주제로 한 강의에 나섰다.

양 교수는 원전이 특별한 이유에 대해 방사선의 위험 탓에 엄격한 안전관련 법 적용을 받고, 안전을 강조하다보니 법부터 보수적이고, 안전 확보를 위한 제반절차도 엄격하고, 안전 확보를 위한 설계전략을 빼놓을 수 없고, 추적성 확보를 위해 검증도 철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수적으로 원전설계가 이뤄진다고 언급한 뒤 최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첫째 날 마지막 강의는 백훈 한수원 홍보실장이 맡았다.

백 실장은 원전의 필요성을 안보적인 측면과 환경적인 측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설명했고,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온실가스 감축이란 지구촌 과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은 원전임을 주장했다.
간단한 저녁식사시간.

양 교수는 “요즘 대학생이 공부만 아는 철부지인 줄 알았는데 인생에 대한 고민과 함께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면서 “인생의 선배로써 많은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지만 밤이 너무 짧았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둘째 날 강의는 환경운동가들의 강의로 꾸며졌다.

진상현 경북대학교 교수는 ‘후쿠시마원전사고 후 원자력정책의 변화와 쟁점’이란 주제로 강의에 나섰으며, 우리나라 원전정책의 과제와 숙제에 대해 소개했다.

진 교수는 원전산업을 사양산업으로 정의한 뒤 원전정책을 포기한 독일과 원전정책이 흔들리는 프랑스의 원전정책의 변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고리원전 1호기는 영구정지가 결정됐으나 앞으로 도래하는 수명연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원자력 없는 세상, 최소한 새로 짓지는 않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언론지상을 통해 많은 활약을 하는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원전 없는 사회는 가능한가’란 주제로 대학생들 앞에 섰다.

양이 처장은 원전이 없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을 제시한 뒤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면 이 문제를 풀어냈다. 원전을 포기할 수 없다는 여론에 대한 반박근거를 제시한 것인데 그러면서 원전을 중심으로 이뤄진 국내 에너지정책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미래에너지정책을 전망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그 동안 신재생에너지의 환경적 제약요인에 대해 기술개발과 효율향상 등으로 신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신재생에너지는 앞으로 10~20년 간 50만 명에 달하는 고용창출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원전의 민낯을 모두 본 청춘들은 마지막 일정으로 최근 상업운전을 시작한 우리나라 24번째 원전인 신월성원전 2호기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경석 한수원 월성원전 차장으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홍보관을 둘러봤다. 그리고 실제로 가동되는 청춘들은 현재 가동 중인 신월성원전 2호기로 향했다.

1박 2일 간의 원자력의 민낯을 본 젊은이들의 생각은 뭘까. 참여소감을 들어봤다.

구본재 학생(경북대 2년)은 경북대학교에서 에너지매거진 동아리 회상을 맡고 있다고 소개한 뒤 “에너지매거진 동아리는 에너지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스스로 진로를 찾고 정보를 공유하자란 목적으로 설립됐다”면서 “이번 아카데미를 통해 현장종사자들의 강연을 듣고 찬반입장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돼 앞으로 에너지매거진을 제작하는데 있어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짧은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더욱 유익하게 원자력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공부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예은 학생(동국대 1년)은 “(전기공학과와) 전공이 맞지 않는데다 원자력에 대해 잘 몰라서 어렵고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조금씩 알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된 것 같다”고 짧은 소감을 밝혔다. 또 뜻 깊은 경험을 했고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경원 학생(영남대 2년)은 “현장에서 오랫동안 직접 근무하시는 분들이 강의여서 더욱 귀 기울일 수 있었다”면서 “현실감 풍부한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유지웅 학생(경북대 3년)은 “원자력에 흥미를 가지고 공부를 해나가는 공학도 중 한 사람으로서 원자력에 대한 찬반의견을 균형 있게 접할 수 있어 좋았다”면서 “특히 양이 처장의 강연을 들으면서 버려지는 에너지를 줄이면 원전의 필요성과 원전으로 하여금 감당해야 할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말이 크게 와 닿았다”면서 “그럼에도 쉽게 변할 수 없는 에너지정책과 에너지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아쉬움 때문에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할 수밖에 없는 현재 대한민국에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짧은 소감을 말했다. 또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고 귀중한 고민이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재민 학생(영남대 3년)은 “원자력 찬반논리를 듣고 보니 서로의 가치를 깨닫게 됐는데 흑백논리로 단정 짓기보다 이 의견을 모두 조합해 앞으로 미래에 우리가 안전하면서도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는 에너지를 찾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조혜진 학생(경북대 3년)은 “원자력에 관해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것이 목표인 나에게 항상 원자력 찬성이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반대 입장도 일리가 있고 또 원자력에너지가 많은 장점만큼이나 아직 해결되지 않는 부분도 상당히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열정을 갖고 원자력에 대한 공무를 하며 꼭 원자력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영환 학생(경북대 2년)은 “원전업계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으며 원전 활용에 대해 찬성도, 반대의 입장도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었던 새로운 시간”이란 짧은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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