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공공기관 비용지출 양성화시켜야
[데스크칼럼]공공기관 비용지출 양성화시켜야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5.07.2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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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 김진철 취재팀장-
원천봉쇄, 모든 것에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요즘 이 단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뭐든지 하지 말라는 뜻이다. 최근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의 청렴도 제고 차원에서 이 말이 곧잘 사용되는데 보기는 그렇듯 해 보이나 실효성에는 물음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의 일이다. 사건내용만으로 보면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나름대로 사연이 있었다.

대구지검이 올해 초부터 남부발전에 대한 강도 높은 검찰수사를 진행한 결과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허위출장비를 조성해 회식비나 접대비 등으로 사용한 사실을 확인한데 이어 전·현직 사장을 불구속기소하고 비리에 조직적으로 가담한 본부·처·팀 실무자 17명을 입건유예 처분했다.

남부발전은 지난 2008년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7년가량 실제 가지도 않은 출장비를 청구하거나 출장인원과 기간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20억6000만 원에 달하는 허위출장비를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게다가 올해 초 국민권인위원회는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포장마차·생맥주집 등 기타주점에서도 법인카드를 원칙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법인카드 사용지침 주요 개정내용을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에 하달했고, 이들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이번 검찰조사에서 드러난 면모를 살펴보면 남부발전은 허위출장비를 조성한 것은 분명한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말들이 많다. 이미 오래전부터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다는 것이 그것인데, 모두를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여러 채널을 통해 이렇게 조성된 허위출장비가 사용된 출처를 살펴보니 대부분 조직운영에 필요한 비용으로 지출된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직원들이 야근할 때 식대로 사용하거나 밤늦게 야근을 끝내고 퇴근하는 직원들의 택시비, 팀 등 조직 내 회식에서 2차로 생맥주와 키친을 먹게 되는데 이럴 경우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조직 내 경조사 시 대표로 문상을 가는데 필요한 비용, 갑작스러운 손님 방문 등에 따른 음료 구입 등 현금성 비용에 지출됐다.

이 같은 현금성 비용지출에 대한 정산이 있긴 하나 음료수 하나에 대한 증빙서류 등을 갖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서 공공연하게 이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조직운영에 필요한 현금성 비용을 조달하고 사용해 온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법인카드의 사용제한이 엄격해지면서 이 같은 현금성 비용지출이 상식적으로 더욱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숙박비·교통비 실비정산으로 처리한다고 해서 이 같은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이와 함께 조직 내에서는 가뜩이나 공공기업 정상화계획 등으로 복지 등이 대폭 축소된 데다 정부경영평가결과 D등급과 E등급을 받음으로써 몇 년째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사기는 가야말로 바닥이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부서장이 그 동안 고생한 직원들에게 맥주 한 잔 함께 하지 못하는 상황이랑 다를 게 뭔가. 그렇다고 결국 개인비용으로 지출해야 한다는 것인데 누가 과연.

정상적인 업무가 가능할지도 물음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개인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출장을 갈 이유가 뭘까. 또 치킨가게에서 결제도 하지 못하는 법인카드로 무슨 대외활동이 가능할까.

그래서 이 같은 일들이 공공연하게 음성적으로 이뤄져 온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비용지출에 대한 분명한 기준과 함께 정당하게 사용됐는지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면 음성적으로 진행된 이 같은 일들이 양성화될 수 있다. 실제로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면 분명 처벌을 받아야겠으나 기본적으로 조직과 회사를 위해 사용했다는 점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요즘 회사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직원들에게 부담시키는 경우가 도대체 어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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