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 될래?” “글쎄요”…간부 기피현상 심화
“간부 될래?” “글쎄요”…간부 기피현상 심화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5.04.24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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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간부시험 경쟁률 5년 만에 절반이상 ‘뚝’
‘하후상박’ 등 승격시 되레 월급 줄어들 수도
무거워지는 관리책임…늘어나는 업무스트레스

【에너지타임즈】최근 에너지공공기관에서 간부가 되기를 꺼려하는 직원들이 부쩍 늘어났다. 간부가 되면 책임과 업무가 가중되는 반면 실제로 회사에서 받아가는 월등 등에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간부로 승격하는 것보다 직원으로 남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

최근 한 에너지공공기관의 초급간부시험 경쟁률을 살펴보면 지난 2011년 3.5대 1이던 경쟁률이 2012년 2.5대 1, 2013년 1.5대 1 등으로 조금씩 하락했다. 그러다 2014년 1.6대 1, 올해 1.8대 1로 소폭 회복했다. 올해 경쟁률을 5년 전에 견줘보면 절반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현재 이 공공기관보다 더욱 더 심각한 에너지공공기관이 있고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비슷한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결과 직원들이 간부를 선호하지 않은 이유는 간부로 승격되더라도 당장 월급 등에서 큰 차이가 없는 반면 막중한 책임감과 늘어나는 업무스트레스 등을 염두해 뒀다. 게다가 드문 경우지만 간부가 될 경우 관리책임 등으로 정년을 보장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작용한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간부가 되면 연봉 등 회사로부터 받는 금액이 비슷하거나 되레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 직원으로 오래 근무한 경우일수록 기존의 받던 금액보다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했고, 반대의 경우 오른 금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정해주는 임금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회사에서 재배정할 때 직원의 인상비율이 간부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되는 이른바 ‘하후상박(下厚上薄)’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공공기관 한 관계자는 “회사(에너지공공기관)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월급에 큰 차이가 없고, 특히 간부가 되는 순간 시간외근무수당 등이 줄면서 월급이 되레 줄어드는 경우도 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하후상박의 영향도 크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현장에서 30년을 근무한 직원의 월급, 수당 등을 합치면 사장(최고경영자)과 비슷한 경우도 있다”면서 “비슷한 월급을 받으면서 굳이 관리책임까지 질 직원들이 어디 있겠느냐”고 푸념을 털어놨다. 또 “입사동기인 직원과 실제 수령하는 금액이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업무측면에서 관리책임과 부쩍 늘어나는 업무도 크게 한 몫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공공기관 한 직원은 “아직 직원이지만 초급간부시험을 보는 것이 고민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동기들을 보면 직장에서의 출세를 원하느냐와 가정을 지키느냐는 고민 끝에 간부시험을 유무를 결정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다른 기관의 한 직원은 “솔직히 직원에서 초급간부시험을 봐서 합격하게 되면 차장직급을 받게 되는데 어느 기관도 마찬가지겠지만 직원과 팀장 등 고위간부 사이에 끼여 일의 양은 많아지고, 야근을 하더라도 수당 한번 받지 못하는데 굳이 간부가 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문화가 바뀐 것도 한 몫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퇴직한 한 퇴직자는 “회사에 대한 충성도와 산업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지면서 간부 기피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면서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고유사업에 대한 사명감보다는 단순히 직장생활이란 것으로 문화가 굳어졌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노조원 자격상실도 직원들이 초급간부시험을 두고 망설이는 이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직원은 “억울한 일이 있으면 보호해줄 바람막이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노조)”라면서 “그런 경우는 드물지만 혹시 억울하게 퇴사를 하게 될 경우 누가 나를 도와주느냐, 그렇게 될 경우 자의든 타의든 정년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 같은 분위기가 굳어질 경우 조직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사측 관계자는 “직원들의 기피현상이 더 심화될 경우 인재를 확보하는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게 되고 조직을 운영하는데 적잖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젊은 간부가 직원들을 관리하는 현상이 현장에서 두드러질 경우 조직의 위계질서가 자칫 와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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