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원민족주의의 벽을 넘어 자원 확보의 길로
신자원민족주의의 벽을 넘어 자원 확보의 길로
  • 윤병효 기자
  • ybh15@energytimes.kr
  • 승인 2009.01.1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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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확보 걸림돌 아닌 기회로 활용… 패키지 자원개발 각광
저개발국 국제원조·민간외교 늘려 장기적 기반 다지기 필요


자원민족주의는 1966년 천연자원은 보유국의 소유이며 그 나라의 발전과 복지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천연자원 항구주권’ 의제가 UN에서 채택됨에 따라 OPEC(석유수출기구) 등이 카르텔을 형성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후 1970년대 경제발전은 뒤쳐지지만 자원이 풍부한 중남미와 중동 국가들이 미국식 자본주의의 패권에 대항해 자원을 전략적 무기삼아 독자노선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본격 대두됐다.

한동안 잠잠하던 자원민족주의는 2000년대 들어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한 세계 여러나라의 높은 경제성장으로 자원가격이 급등하면서 다시 나타났다.

예전 자원민족주의가 중동과 중남미에 국한돼 발생했다면 최근의 자원민족주의는 중동, 중남미에 러시아, CIS(독립국가연합), 아프리카 지역으로 확대됐다는 특징이 있다. 두 자원민족주의의 구별을 위해 최근 것을 신자원민족주의라 부르고 있다.

신자원민족주의의 또 다른 특징은 예전 자원민족주의가 자본주의의 패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국에 진출한 서방기업들을 강제로 몰아내거나 자산을 몰수하는 등의 과격한 방법을 취했다면 최근에는 자원개발과 수출입에 관련된 법을 강화하거나 자국 국영회사에 막대한 권한을 부여하는 등 합법적인 범위안에서 최대한 이익이 자국에 흡수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나라가 러시아이다. 지난 2000년 러시아의 대통령이 된 푸틴은 자국의 석유와 가스 산업을 모두 국유화하면서 가장 강력한 자원민족주의 국가로 떠올랐다.

가즈프롬을 비롯한 국영회사들이 대부분의 자원산업을 독점해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국의 석유·가스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 국가에 한시적으로 공급을 중단하는 등 전형적인 자원민족주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가적 이득을 목적으로 한 신자원민족주의가 자원보유국들로 확산되면서 자원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이에 대한 대비를 서두르고 있다.

자원보유국 가운데 저개발 국가가 많다는 점을 이용해 그 나라에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제공하는 이른바 패키지 자원개발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국가원조와 민간외교 등을 통한 교류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첨단 IT기술을 제공하는 방법도 꽤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피할 수 없는 그물, 신자원민족주의’ 사례
사례1=2005년 석유공사를 비롯한 7개 기업으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이 러시아의 로즈네프트와 공동으로 러시아의 서(西)캄차카 유전광구 탐사 사업에 진출했다.

이 광구는 남한 면적의 3분의 2인 6만2,680㎢ 크기로 러시아 천연자원부는 이곳에 37억배럴의 원유가 매장됐을 것으로 파악했다.

이 광구의 중요성이 러시아 내에서 대두되자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러시아 측이 계약 만기일(2008년 8월 1일)이 다 되도록 시추선이 없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시추를 미룬 것이다.

한국 컨소시엄은 만기일 두달 전 가까스로 국내 시추선을 구해 시추를 시도 했지만 끝내 유전을 발견하지 못했다. 한국 측은 러시아 정부에 계약 기간을 5년 더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러 정부는 이를 기각해 버렸다.

국제적으로 탐사계약기간을 연장해주는 것이 관례지만 러시아는 이를 무시해 버린 것이다.

이를 두고 국내 업계에선 러시아안에서 자원민족주의 성향을 지닌 정치인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추측했다. 수 천 억원의 탐사비와 중요광구를 잃을 위기에 처하자 우리나라는 이명박 대통령과 총리가 직접 러 정부에 탐사 재계약을 요청했다.

지난해 12월 초 석유공사는 우리 측 요구가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고 다시 로즈네프트와 탐사 계약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례2=2007년 12월 우리나라는 과천청사에서 볼리비아의 광업부 장관과 지분 50:50 비율로 꼬로꼬로 동(銅)광산에 대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미 1500만톤의 매장량이 확인됐고 최대 1억톤의 부존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 광구였다. 우리나라에선 한국광물자원공사와 민간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출 채비를 다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느닷없이 볼리비아 측으로부터 계약 무효통보가 날라 왔다.

볼리비아 대통령이 서로의 지분이 같다는 이유로 계약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후 지난해 6월 우리나라 측은 지분율을 45%로 낮춘 뒤에야 다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자원민족주의를 기회로 바꾸는 ‘패키지형 자원개발’
사례1=중남미 가운데 대표적인 자원민족주의 국가는 베네수엘라이다.

사회주의자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998년부터 집권을 시작하면서 석유회사를 일방적으로 국유화하고 거기에서 나온 수익으로 국내는 물론 다른 나라의 빈민들에게 의료와 교육제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남미 전역에 사회주의까지 전파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자원을 수탈해가는 신식민주의라는 인식이 중남미와 아프리카에 퍼지면서 이곳에 진출한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 틈을 이용해 중국과 인도가 자리를 꿰차고 들어갔지만 두 나라의 목적 역시 자원 채취일 뿐 현지의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환경오염만 가중시켜 신임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자원보유국들은 단순한 자원수출만을 원하지 않고 사회간접자본이 건설되고 발전소가 생기는 등의 실질적인 경제발전을 원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패키지형 자원개발 사업’이 각광받고 있다.

패키지형 자원개발 사업의 대표적 사례로 2006년 3월 한국컨소시엄과 나이지리아 정부가 OPL321, 323 탐사광구에 대한 생산물분배계약을 맺은 것은 것을 뽑을 수 있다.

석유공사, 한국전력, 대우조선해양으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은 나이지리아 정부와 석유개발사업은 물론 가스복합화력발전소와 가스관을 건설해주는 조건으로 계약에 성공했다.

석유공사는 OPL321, 323 광구 인근에 엑슨모빌에서 운영하는 대형광구가 있어 석유의 부존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번 사례를 서아프리카 진출에 적극 이용할 계획이다. 

사례2=지난해 9월 2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석유공사와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가 쿠르드 지역의 8개 광구에 대한 석유개발-SOC 연계사업을 계약했다.

석유공사는 8개 탐사광구의 광권을 갖는 대신 21억 달러의 SOC건설사업을 지원키로 했다. 한국컨소시엄에는 현대건설, 쌍용건설, 코오롱건설, 두산건설, 극동건설, 안흥개발, 유아이앤씨가 참여한다.

정부는 패키지 자원개발 사업을 확대시키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운영해오던 에너지해외진출협의회(에진협)를 지난해 2월 14일 정식 발족시켰다.

에진협 회원으로 에너지 공기업과 자원개발 전문기업, 플랜트 전문기업, 건설기업 등 41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자원확보의 밑거름 ‘국제원조’
안정적인 자원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해선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 저개발국가에 국제원조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국제원조가 이득을 취하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통한 국가이미지가 높아져 향후 자원개발 사업 시 유리한 이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제원조 양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OECD 산하의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인 우리나라의 국제원조는 국민총소득 대비 0.05%(2006년 기준) 수준으로 스웨덴 1.03%, 프랑스 0.47%, 일본 0.25%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며 23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우리나라가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와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자이툰 부대를 통한 치안, 의료, 교육, SOC 재건 등의 원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자이툰 부대 지원 외에도 한국국제협력단을 통해 1000억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했다.

국제원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전담하고 있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1991년 설립된 외교부 산하의 한국국제협력단은 정부의 대외 원조를 전담하는 기구로서 자원보유국과 우리나라의 교류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협력단은 지난달 초 몽골의 대기환경 공무원 4명을 초청해 한국광해관리공단에서 석탄가공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주선했다. 연탄제조 기술이 부족한 몽골은 현재 석탄원석과 폐자재를 땔감으로 사용하고 있어 대기오염이 급속이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광해관리공단 관계자는 몽골 공무원의 교육견학을 통해 우리나라의 연탄제조 기술과 보일러를 수출하고 나아가 석탄채굴권까지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자원개발협회는 국제협력단의 국내초청연수 프로그램에 새 사업을 제안할 계획이다.

저개발된 자원보유국들의 정부 인사를 국내로 초청해 국내 발전시설을 견학시키는 교류활동을 더 확대시켜 향후 그 나라와의 자원개발 사업에 좋은 인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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