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소 김영호 부장-
유럽 내 최대전력회사의 하나인 독일 E.ON은 기존의 회사를 2개로 분리키로 지난해 말 결정했다. 주요 개편내용을 살펴보면 E.ON은 지주회사로 남아 신재생에너지사업(특히 풍력), 배전 및 판매사업, 고객서비스를 담당하고, 새로운 자회사는 기존의 원자력·화력·수력 등의 발전사업, Global energy trading, 자원개발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6만2000여명의 직원 중 약 4만2000명은 모회사에 남고, 2만 명의 직원은 자회사로 이동한다.
한편 E.ON의 고객 수는 약 3300만 호이며, 보유 발전설비 중 신재생에너지설비는 약 1000만kW로 자사 발전량의 약 11%를 차지하고 있다.
E.ON이 이처럼 극적인 사업개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로는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전력산업구조개편이 본격화된 후 약 20년을 거치면서 세계 에너지시장은 급변하고 있고, 신재생에너지부문의 기술혁신에 따른 보급 확대, 다양한 고객요구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일관된 사업체계(발전에서부터 최종 소비자까지)로는 사업지속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E.ON의 수익성은 매년 악화되어 적자는 늘어나고, 그에 따른 주가 추이와 배당률도 2012년 이후 계속 하락하거나 급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수익악화 이면에서는 EU 지령에 의한 발전, 송배전, 판매 분리 이후 송배전은 인프라사업으로 정부규제에 의해 요금이 책정되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지속 사업이 가능하나 발전과 판매는 완전경쟁시장에 노출되어 경쟁이 치열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기 어렵게 됐다. 동시에 원전은 2022년까지 전량 폐로가 정해져 있는데 폐로와 폐기물 처분비용을 어떻게 처리할지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E.ON은 부실이나 비용부담의 예상이 어려운 부문을 분리하는 판단을 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기술혁신에 의해 신재생에너지설비 보급단가는 곧바로 신재생에너지설비 증가로 이어져 상대적으로 변동비가 큰 가스발전이나 석유발전소 등은 발전해서 전력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져 고정비와 운영비를 회수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로 기존 전력사업자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다. 일부에서는 이들 사업자들이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에 빠지고 있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또 가스발전은 미국 내 셰일오일(가스) 개발로 석탄수요가 줄어들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미국 내 남는 석탄의 대부분이 유럽으로 수출되다보니 유럽 내 가스발전은 더욱 설자리를 잃고 있는 실정이다. 동시에 2008년 리만쇼크 이후 에너지수요가 감소하면서 석탄가격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독일 내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다른 EU국가도 비슷한 실정이다.
앞에서 E.ON의 사업악화와 이로 인한 사업재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살펴봤지만 또 다른 독일 내 에너지사업자인 RWE도 예외는 아니다. RWE는 E.ON에 비해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투자가 부진했기 때문에 적자규모가 더 커져 새로운 사업전략을 수립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직면해 있다.
독일, 영국, 프랑스를 비롯한 에너지기업들은 정부의 이 같은 신재생에너지 대량도입정책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는 가운데 가스발전이 없을 경우 출력변동이 심한 신재생에너지설비만으로는 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보완적이면서 예비력으로서의 가스나 석탄 등의 화력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영국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에 용량시장(Capacity mechanism)을 도입했고, 독일와 프랑스 등도 도입을 준비 중이다.
문제는 신재생에너지 대량 도입에 따른 전기요금 상승과 용량시장 도입에 따른 전통적인 발전기에 대한 용량요금(일종의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 등을 최종수용가가 얼마나 지불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가에 달려있는 가운데 E.ON을 선두로 향후 유럽 내 전기사업자가 어떻게 대응해나갈지 우리로서도 매우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 E.ON은 1998년 독일 내 전력산업 자유화를 계기로 M&A을 반복하면서 유럽 내 최대의 전력·가스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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