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새해’가 주는 어감(語感)보다 못한 정책
<기자의눈>‘새해’가 주는 어감(語感)보다 못한 정책
  • 장효진 기자
  • js62@energytimes.kr
  • 승인 2008.12.3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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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己丑)년 ‘소띠해’가 밝았다. 동물상징으로 보면 소는 부를 불러오고 화를 막아주는 존재로 여유와 평화를 나타낸다.

시대에 따라 소의 중요성과 의미는 변화해 왔지만 우리 민족과 꾸준히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소의 성격은 순박하고 근면하고 우직하고 충직하다. 인간에게 성실함을 일깨우는 속담으로 많이 인용되는 이유다.

“주변 공기가 많이 차다”는 말은 지난 연말, 취재를 다니면서 가장 흔히 들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쌀쌀한 날씨 탓 만은 아니었다. 경기가 꽁꽁 얼어붙어 2009년이 결코 희망차 보이 않기 때문이다.

얼마전 만난 모 기업 부장은 “근면하고 성실하게 12년간 회사를 위해 소처럼 일해 왔다”면서 “경기가 너무 어려워져 우리 회사도 긴축 경영에 돌입함을 물론 감원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칼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와중에도 새해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는 잊지 않았다. “이보다 더 어려운 시기도 잘 버텨냈습니다. 신재생에너지는 국가 성장 동력으로, 세계의 녹색 비전인 만큼 조금만 더 노력하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으로 믿습니다.”

이후 만난 또 다른 회사 과장은 밖에서 따뜻한 자판기 커피 한잔 하자며 발걸음을 돌리는 기자를 굳이 잡아 세웠다.

그 역시도 요즘 업계에 돌아가는 사정을 물으며, 요즘 경기는 힘든 정도가 아니라 아예 ‘죽을 맛’이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새해’라는 말에서 와닿는 어감은 사람에게 생기를 불어 넣는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구랍동안 다양한 지원책을 쏟아 내며 너나 할 것 없이 전 부처가 경기 부양을 최우선 과제로 선언했다. 산업에 활력을 불어 넣으려는 의도다.

하지만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각론은 제시했지만 새로운게 없다.

정부는 ‘국민의 소’라고 혹자는 표현하고 있다. 군림하는게 아니라, 아픈 곳과 가려운 곳을 잘 살펴 충직하게 국민들을 섬겨야 한다는데서 비롯됐다.

내놓은 대책들이 ‘새로운 한해’가 주는 어감보다도 못하다는 사실을 정책 입안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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