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국제유가 급락…세계는 총성 없는 전쟁 중
<신년특집>국제유가 급락…세계는 총성 없는 전쟁 중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5.01.01 13:3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우디와 미국 파워게임 승패 가려질 때까지 유가하락 지속
주요 정보기관 공급과잉현상 지속 전망…70달러 수준 내다봐

지난해 상반기 세 자릿수를 유지했던 국제유가가 하반기 들썩이더니 두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결국 절반으로 뚝 반 토막 나면서 지난해 유가는 마감됐다. 국제유가를 두고 유가전문가들의 의견마저 극명하게 엇갈릴 정도로 상황은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문제가 아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기본적인 배경은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미국 등 북미지역 비OPEC 국가의 석유공급량이 늘어난데 이어 세계석유시장의 공급과 수요를 맞출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OPEC이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다 그 동안 고유가시대를 불러왔던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요인마저 크게 완화되면서 저유가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미국의 달러화 강세까지 겹쳐졌다. 국제유가를 전망하는데 다양한 경우의 수가 발생한 셈이다.

국제유가는 비OPEC의 원유생산증가로 하락세를 탔다. 특히 지난해 11월 열린 OPEC 정기총회를 기점으로 급락하기 시작했다. 당시 OPEC는 세계석유시장이 자체적으로 균형을 찾아갈 것으로 판단해 하루 3000만 배럴의 현재 생산목표치를 유지키로 했다. 이 목표치는 지난 2011년 12월 설정됐다.

당시 베네수엘라·나이지리아 등 재정이 안 좋은 일부 OPEC 회원국은 원유감산으로 공급을 줄이고 유가를 회복하는 방안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음모론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OPEC이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이유로 미국 등 북미지역 셰일오일 생산이 계속 증대되고 있고 설령 OPEC이 석유생산을 줄이더라도 국제유가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주장이 지배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이란의 핵 사태와 리비아·이라크 정정불안,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내전 등에서 비롯된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완화되고 있다. 앞으로 이 분위기는 더 이상 세계석유시장에 영향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 수준. 해외석유정보기관은 올해도 세계석유공급과잉현상이 지속되면서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미국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Cambridge Energy Research Associates)·석유산업연구소(Petroleum Industry Research Associates) 등은 올해 런던석유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유가를 배럴당 70달러 전후로 내다보고 있다.



승부수 던진 사우디…음모론 소록소록
美 셰일오일산업 신규 투자 멈춰질까?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한 가장 큰 이유는 석유공급물량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탓인데 세계석유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을 맞출 수 있는 OPEC이 균형을 맞추지 않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석유전쟁이 시작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는 OPEC 12개국 중 최대 산유국으로 OPEC정책을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OPEC 석유생산량 유지결정 전후로 재정이 좋지 않은 일부 OPEC 회원국들은 원유감산으로 석유공급을 줄이고 유가를 회복하는 방안을 원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희생이 따르더라도 더 높은 가격이 필요한 미국 경쟁자에게 경제적인 압박을 주고 장기적으로 OPEC 석유시장지배를 공고히 해줄 것으로 판단했다.

알리 나이미(Ali al-Naimi)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OPEC 정책결정에 앞서 “석유시장은 결국 스스로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언급한 뒤 “현재로선 산유량을 감축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관련된 음모론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바이가 석유공급과잉을 묵인함으로써 유가하락을 유도해 적대국인 이란·러시아·시리아 등을 경제적으로 압박할 목적이란 음모론과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패권전쟁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석유시장에서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 생산단가가 높은 미국 셰일오일에 가격압박을 가하겠다는 것. 크게 음모론은 두 가지로 정리되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가 6개월여 만에 절반가량 폭락하면서 이 음모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초로 음모론을 제기한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적대국가인 러시아·이란·시리아 등을 압박하기 위한 와일드카드라는 것과 미국 등 북미지역의 셰일오일 급증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거부로 공급과잉을 지속시켜 유가하락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나타난 최대피해자는 원유수출국.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과 새로운 냉전관계를 만들어 낸 러시아와 핵 프로그램을 고집하는 이란이 대표적인 피해국가로 손꼽히고 있다. 이들은 재정수입의 대부분을 원유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나이지리아 등도 OPEC 원유생산량 유지결정에 앞서 재정적인 차원에서 원유감산을 주장해왔다.

이들 국가들은 재정수지 균형을 맞추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각각 100달러와 130달러를 넘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적대관계에 있는 이란과 시리아를 경제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음모론이 이래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의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긍정적인 분위기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당초 이들 국가 간 관계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은 올해 3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관계회복을 시도했고, 미국의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참여함으로써 양국의 관계가 회복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다른 음모론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셰일오일산업 간 패권싸움. 사우디아라비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세계에너지시장에서 급부상한 미국 셰일오일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한 일종의 흔들기 전략 차원인 것으로 보는 견해가 크다.

그 동안 미국의 셰일오일은 유가가 낮을수록 채산성이 낮아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 수준으로 높게 유지되면서 생산량이 급증했다.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지난 2011년 하루 500만 배럴에서 최근 900만 배럴로 늘었다. 여기에 초경질유와 천연가스를 합치면 하루 생산량은 1200만 배럴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한 민간유가전문가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가 하락하면 미국의 셰일오일업체의 채산성이 악화돼 이들 업체는 신규 투자를 하지 않게 될 것”이라면서 “현재 통상적으로 배럴당 50달러 수준에서 이 같은 현상이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3대 셰일유전지대에서 신규투자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손익분기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 후반부터 70달러 중반인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음모론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일축하고 있다.

알리 빈 이브라함 알-나이미(Ali bin Ibrahim AI-Naimi) 사우디아라비아 석유광물자원부 장관이 최근 아랍에미리트연합 석유정상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웃나라에 해를 끼치기 위해 유가를 하락시키는 음모론을 꾸몄다는 추측은 잘못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에게 가장 좋은 것은 가장 효율적인 것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도 베일에 가려져 있는 ‘국제유가’
유가 40달러…사우디 패닉상태 점쳐져


올해 국제유가는 완전히 베일에 가렸다. 온갖 추측이 난무하나 명쾌한 해법은 없다.

해외석유정보기관들은 올해 런던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북해산 브렌트유 연평균가격을 배럴당 60달러 후반대로 예상하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해 1월 107달러에서 6월 111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뒤 지난해 말 60달러 선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연평균가격은 2013년 배럴당 108달러에서 지난해 99달러로 내려앉았다.

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는 올해 브렌트유 가격으로 1/4분기 66달러에서 4/4분기 69달러로 올라 평균가격 66달러 선으로 전망했다. 미국에너지정보청도 올해 1/4분기 65달러에서 4/4분기 73달러로 올라 68달러 선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기관은 2/4분기에 저점을 찍은 뒤 올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국내 원유수입량의 80%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유종인 두바이유의 지난해 연평균가격은 2013년 배럴당 105달러에서 지난해 97달러로 인하됐다.

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는 우리나라 석유제품가격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두바이유 가격을 올해 1/4분기 배럴당 63달러, 2/4분기 58달러, 3/4분기 64달러, 4/4분기 66달러 등 연평균가격 63달러 선을 전망했다.

미국에너지정보청은 올 상반기 중 세계석유공급증가가 석유수요증가보다 커 국제유가 하락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산업연구소는 지난해보다 올해는 석유공급과잉이 심화돼 유가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잠재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높을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 측은 국제유가가 내년 말이나 오는 2016년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는 눈치다. 사우디아라비아 주요 장관들이 잇따라 저유가에 대한 자신감을 공식화하고 있다.

이브라힘 알아사프(Ibrahim Alassaf) 사우디아라비아 재무부 장관은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기적인 저유가 상황을 견딜 수 있다고 자신했다. 3~5년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 정도면 된다고 답할 정도다.

그는 ”재정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그 동안 쌓아둔 현금보유에 얼마나 의존할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알리 빈 이브라함 알-나이미(Ali bin Ibrahim AI-Naimi) 사우디아라비아 석유광물자원부 장관은 “가격(유가)이 얼마가 됐든 생산량을 줄이는 것은 OPEC 회원국들의 관심사가 아니다”라면서 “유가가 20달러든 40·50·60달러든 상관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로 떨어지면 사우디아라비아도 패닉상태에 이를 것이란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 동안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유가 하락과 상관없이 하루 3000만 배럴의 산유량을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하락세를 방관하는 것에 대한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500억 달러의 재정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원유가격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으며, 상대방이 먼저 쓰러질 것이라며 승리를 장담하고 있어 올해 유가의 행방은 베일에 가려지고 있다. 다만 양측의 가격전쟁에서 누구든 패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85~90달러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정망되고 있다. 또 이번 전쟁이 치러지고 난 뒤 국제유가가 오르지만 어떤 식으로 회복이 이뤄질지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국내 연구기관 2/4분기 지속 하락 전망

국내서도 국제유가가 올해 2/4분기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달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 발표한 ‘향후 유가전망과 유가하락에 따른 영향 분석’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셰일오일업체를 고사시키려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저유가를 감내하더라도 셰일오일의 생산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파워게임이 팽팽해지면서 국제유가가 올해 2/4분기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보고서는 최근 유가급락 배경으로 미국의 원유재고와 셰일오일 생산증가 등과 더불어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이라크·리비아 등 비OPEC 소속 국가의 증산 등에 있는 것으로 봤다. 또 미국의 셰일오일을 견제하고 중동지역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 입장과 러시아와 이슬람국가에 대해 제재를 가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중첩돼 약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를 더욱 끌어내릴 것으로 판단했다.

정귀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상황은 미국의 비전통 석유업체들을 고사시키려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저유가를 감내하더라도 셰일오일 생산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파워게임이라 볼 수 있고 결국 자본력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현재의 국면을 정리했다.

특히 이 보고서는 과거 저유가시대의 피해를 기억하는 산유국들이 재정균형을 맞추기 위해 감산을 시도하겠으나 각국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본격적인 감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점쳤다.

또 이 보고서는 배럴당 60달러 수준의 유가를 감내할 수 있는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뿐이기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산유국의 감산공조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본 뒤 과거사례를 볼 때 산유국의 감산공조가 가시화되기까진 적어도 1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단기간 유가안정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면서 올 2/4분기 유가 하락이 지속도리 것으로 예상됐으며, 두바이유 기준 올해 평균가격은 지난해보다 25% 하락한 배럴당 75달러로 내다봤다.


저(低)유가·강(强)달러…경기침체 발생할 수도

저(低)유가와 강(强)달러 추세가 지속될 경우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국제금융센터에서 내놓은 ‘국제유가 vs 미국 달러의 상관관계 분석 /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가와 달러는 일반적으로 역의 상관관계를 형성한다.

이 보고서는 실제로 지난 2004년 이후 2014년 11월까지 월 평균 두바이유 가격과 달러 간의 이동평균 상관계수(1에 가까울수록 동조화 가능성 큼, 마이너스(-)는 반대)는 -0.65로 역의 관계를 보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상관계수가 1이란 것은 두 가지 현상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인 데 반해 0은 아무 관계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1의 경우 두 가지 현상이 항상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이 보고서는 과거 유가하락과 달러강세가 극명하게 나타난 시기에 글로벌 경기침체가 일어났다는데 있다고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지난 1997년부터 1998년까지 달러와 유가의 상관관계는 -0.512에 달했고, 지난 2008년 2월부터 2009년 3월까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달러와 유가의 상관관계가 -0.925에 달했다.

다만 이 보고서는 유가와 달러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달러는 지난해 들어 12% 상승한데 반해 국제원유가격은 50% 가까이 급락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달러 강세는 유가가 계속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신호”라며 “달러강세와 유가하락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한계기업과 국가에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원유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러시아·베네수엘라·멕시코·나이지리아 등이 주요 불안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오만·바레인 등도 유가가 100달러를 상회할 때 재정균형을 유지했으나 유가급락 여파로 재정건전성 악화 위기를 맞고 있다.

이 보고서는 이 같은 추세가 자칫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달러자금이탈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경우 산유국뿐만 아니라 신흥국 전반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지나친 유가하락은 유럽·일본 등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가에는 소비증대 등 긍정적인 효과보다 디플레 압력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