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르포>침체된 광산 심장 뛰게 한 ‘광물자원공사’
<신년특집-르포>침체된 광산 심장 뛰게 한 ‘광물자원공사’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5.01.0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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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 프로그램 ‘Happy CEO’ 곳곳서 성과 속출
원가절감·생산성향상·광량확보 등 현안 해결에 초점
광물자원공사의 동반성장 프로그램이 열악한 중소광산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있다.

광물자원공사는 현장기술력과 자금이 열악한 중소광산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동반성장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들의 매출액 증대에 힘을 실어주자는 차원이다.

일반적으로 광산은 자하에서 매장된 광물을 채굴·생산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운반비용 상승과 통풍문제, 가채광량소진 등의 난관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 환경이 개선되지 못할 경우 이들 광산의 매출은 하락하게 되고 끝내 문을 닫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현재 광업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라 볼 수 있다.

지난 2013년 5월 고정식 광물자원공사 사장은 자사에서 보유한 기술과 장비를 활용해 경영환경이 열악한 중소광산을 지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수립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기존에 추진되던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광업업계에게 절실한 것을 찾아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광물자원공사 동반성장 실무자들은 중소광산별 상시근로자·자본금 현황, 판매제품 가공단계, 수요처, 기술인력, 적용채광법, 보유특허 등을 비롯해 앞으로 발전을 위한 현장기술 등을 파악한 뒤 분석에 나섰으며, 고 사장의 특명이 떨어지자 중소광산별 기술지원계획을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이 발품을 팔아 맞춤형 지원계획을 마련한 것.

이 노력은 두 달 뒤 대표적인 동반성장 프로그램인 ‘Happy CEO 프로젝트’로 거듭났다.

이 프로젝트는 광물자원공사 사장이 행복하자는 내용이 아니라 광물자원공사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지원받은 중소광산 CEO가 광산의 매출증대와 실질적인 도움으로 행복하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이들 CEO가 행복해지면 이 광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함께 행복해진다는 뜻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광물자원공사로부터 이 프로젝트를 지원받는 중소광산은 전국에 10곳 이상이다. 이들은 주로 원가절감·생산성향상·광량확보 등 현안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광물자원공사의 Happy CEO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활기를 찾고 있는 한덕철광 신예미광업소와 강원도 영월군에 있는 성경개발 녹전광업소 현장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덕철광 신예미광업소-
수직갱도 관통…연간 운반비 70~80% 절감


우리 일행은 이날 이른 아침 서둘러 우리나라 광물자원의 본고장인 강원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둘러야 한다고 한다. 휴게소에 잠시 들러 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동행한 광물자원공사 실무진의 눈치가 따갑다.

이날 운전을 맡았던 그에게서 왠지 낯설지 않은, 편안함마저 느껴졌다. 마치 출·퇴근길을 가는 것처럼 편안했다는 뜻이다. 이 말을 풀어보면 수많은 날을, 이들은 이 길을 오갔다는 뜻이 아닐까싶다.

우리 일행은 이른 아침부터 서두른 결과 ‘Happy CEO 프로젝트’ 1호 수혜 중소광산인 한덕철광 신예미광업소에 오전에 도착했다. 이 광산은 강원도 정선에 위치하고 있었다. 도착과 동시에 귀신에 홀린 듯 작업복을 갈아입고 4륜구동 지프차에 몸을 실었다. 이 지프차는 광산으로 진입했고 사방은 칠흑 같은 어둠이 시작됐다. 내부는 춥지는 않았으나 서늘한 기분이었고, 랜턴을 켜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지프차 속도는 기껏 10~20km 내외.

한참을 덜컹이는 길을 따라 달리던 우리 지프차는 중간쯤에서 덤프트럭을 만났다. 덤프트럭에게 길을 내어줄 공간을 확보하는데 적잖은 시간을 빼앗겼다. 이 광산의 길은 덤프트럭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좁았기 때문이다. 광물자원공사 직원들이 서두른 이유가 여기 있었나보다. 이 광산에서 채광된 철광석을 옮기기 위한 덤프트럭이 오가면 사실상 견학이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길은 이 광산의 경쟁력을 낮추는 걸림돌이 아닐까싶다. 채광을 위해 더 깊은 곳으로 옮겨가야만 하는, 그만큼 경쟁력을 잃게 된다. 현재 상황에서 6년 후면 사실상 가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전문가가 아닌 기자의 눈에도 이 광산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채광된 철광석을 옮기는 것이라고 직감할 정도다. 그런데 이곳의 깊은 곳까지 일명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준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 결과 채광된 철광석을 옮기는데 투입되는 운반비용이 줄어들게 되면서 이 광산의 경쟁력이 늘어나게 된다.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광물자원공사는 ‘Happy CEO 프로젝트’ 일환으로 이 광산에 수직갱도를 만들어주기로 결정했다.

현재 이 광산에서 수직갱도로 한 번에 운반하는 철광석량은 회당 4.5톤 수준으로 덤프트럭의 운반물량인 40톤의 1/9수준이다. 다만 수직갱도를 통해 지하에서 지상까지 옮겨지는데 필요한 시간은 90초가량. 트럭이 1회에 50분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직갱도의 필요성은 설명하지 않아도 될 충분하지 않을까싶다.

먼저 광물자원공사는 자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RBM(Raise Boring Machine)장비를 이용해 승강기를 설치할 수 있는 구멍을 뚫었다. 이 장비는 통기 굴착용 기계·장비로 지하 360미터 지점에서 2.5미터 너비의 갱도를 지상으로 관통시켰다. 37일 만에 이 모든 일이 이뤄졌다. 그리고 한덕철광 측에서 아래로 320미터를 관통시켰다.

앞으로 이 수직갱도는 올해 중으로 깊이 680미터에 너비 6미터로 확장되고, 이곳에 승강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승강기가 설치되면 수평갱도 운반능력은 기존에 연간 70만 톤에서 170만 톤으로 크게 늘어난다.

한덕철광 측은 3~4km에 달하는 사갱으로 운반할 때와 견줘 연간 200억 원 이상의 운반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이상환 한덕철광 신예미광산 소장은 “새로운 수직수갱을 통해 170만 톤 생산기준으로 연간 운반비의 70~80%를 절감할 수 있게 돼 214억 원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수갱 위치선정을 위한 3D광체모델링을 통해 심부광체 1만 톤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예미광산은 국내 유일의 상업용 철광석을 생산하는 철광산으로 지난 1916년 일본이 개발한 아주 오래된 광산이다. 최근 광업산업이 사양길을 걸으면서 이 광산도 외환위기 이후 폐광이란 운명을 맞았으나 한덕철광이 인수하면서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이 광산은 초대형 드릴로 35미터 깊이의 거대한 구멍을 내고 여기에다 화약을 장착해 폭파하는 방식으로 철광석을 채취하고 있다. 이렇게 채취된 철광석은 선광작업을 거치게 된다.

이 선광작업은 두 가지로 나눠지는데 먼저 건식선광과정에서 철분 함유량 44% 이상의 철광석이 걸러진다. 이 제품은 제철소로 바로 공급된다고 한다. 또 철분 함유량이 19~23% 수준인 철광석은 모래알 수준으로 분쇄된 뒤 습식선광작업을 거쳐 철 함유량 55%인 철광석으로 만들어져 출하된다.

 

 

 

 

 




성경개발 녹전광업소-
공기순환 시켜 작업환경개선…생산성 업(↑)


우리 일행은 정선을 뒤로하고 영월로 향했다. 영월역 앞에서 이 고장의 특산물인 다슬기 요리로 점심을 해결한 뒤 두 번째 목적지인 성경개발 녹전광업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광산은 굽이 길을 지나 한적한 시골길에 다다르자 인적이 뜸해졌다. 강원도 산골을 향해 뻗어 있는 이 길은 인적이 끊어진지 오래 된 듯 고요하다. 그리고 만난 작은 컨테이너건물. 이곳에서 녹전광업소 직원들을 만났다.

이 사무실 앞마당에서 본 강원도는 강원도다웠다. 사람의 손때가 전혀 묻어있지 않은, 작은 길을 따라 늘어선 전봇대의 전깃줄은 이 광산만을 위한 전력설비가 아닌가싶다.

박왕기 성경개발 녹전광업소 소장은 이 광산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지난 1980년 5월 이 광산에 대한 광업권이 등록됐고, 3년 뒤 노천채광으로 본격적인 광산개발이 추진됐다. 그리고 4년간의 문을 닫는 아픔을 겪은 뒤 1997년 3월 본격적인 갱내채광이 시작됐다. 2013년 12월 석회석 생산 30만 톤 생산목표를 달성했다고 한다.

작업공정은 ‘갱내천공작업→장약작업→발파작업→부석제거 점검→상차작업→출광작업→파쇄작업→선별작업→출하’ 등이며, 이 과정을 거쳐 석회석이 생산된다.

이 광산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현장으로 향했다. 한덕철광 신예미광산보다 작업환경이 우수한 것 같다는 첫 느낌을 받았다. 갱도도 덤프트럭 두 대는 아무런 불편 없이 지나갈 정도로 넓었고, 규모가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어두운 것도 아니었다. 지프차가 아니라 승합차가 이동할 정도로 갱도가 깨끗했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현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보니 하얀 석회석이 아름답다(?) 그런 생각을 하며 손을 뻗었다. 그리고 손에 묻어나는 알 수 없는 찝찝함. 석회석 가루다. 지금은 촉촉하지만 건조됐을 때 이는 곧 먼지가 된다. 이 먼지들이 통기가 되지 않고 이곳에 남아 있다면, 생각만 해도 답답할 지경이다. 물론 지금은 공기가 순환되면서 강원도의 상쾌한 바람이 이곳에까지 들어오고 있다.

그래서 이 광산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골칫거리는 통기시설였다.

광물자원공사 실무진이 조사할 당시만 해도 작업은 고사하고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이를 바탕으로 광물자원공사는 녹전광산의 골칫거리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먼저 광물자원공사는 사전환경조사결과 당시 이 광산에 불어넣는 공기 중 유입되는 양이 38% 밖에 되지 않았고 일부는 3편에 있는 통기수직갱도를 통해 빠져나가고 있었다. 또 9편이나 10편의 채광작업장에 도달하는 양이 적다는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광물자원공사는 단기적인 해결책으로 작업장 일부의 통기를 개선키로 결정했다. 8편과 9편에 풍문을 설치하고 선풍기를 10편으로 이동 설치한 결과 작업장의 통기 양이 6배 정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었다고 광물자원공사 실무진은 설명했다.

그 결과 성경개발 측은 현재 개발 중인 10편에서 하부로 5개편 정도를 더 개발할 수 있어 앞으로 5년가량은 통기문제 없이 가행이 가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또 예상하지 못한 광물자원공사의 지원에 250억 원에 달하는 추가매출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왕기 소장은 “지난 2003년 광물자원공사에서 제1통기수갱을 건설해준 덕분에 생산량이 두 배가량 늘었고 이번에 제2통기수갱 신설로 작업환경이 개선돼 또 한번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심장이 뛰는 중소광산 취재를 마치며…

우리 일행은 이렇게 광물자원의 본고장인 강원도에서 다시 심장이 뛰고 있는 광산을 둘러봤다. 과거의 광산처럼 곡괭이를 든 광부들이 작업을 하는 그런 시대를 지나 현대화가 많이 됐지만 여전히 작업여건은 열악해 보였다.

아직도 중소광산 곳곳에는 힘든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박왕기 소장은 취재를 마치고 먼 산을 바라보는 기자에게 “우리를 봐 달라”고 운을 띄운 뒤 “우리나라 경제가 이만큼 성장하는데 광부들의 피땀이 묻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광업산업이 위축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또 그는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우리 일행은 서울로 향했다.

양수원 광물자원공사 동반성장팀장은 “광산에서 가장 필요로 하면서 수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현안이 무엇인지, 우리(광물자원공사)가 갖고 있는 기술과 장비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언인지를 가장 먼저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국에서 운영되는 중소광산을 일일이 방문해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하고 과제범위를 협의한 결과 여러 광산에서 기대를 하면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아직도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중소광산이 많다는 걸 잊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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