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현수막 ‘접대 받고 찬성 말라’ 숨은 의미는
월성원전 현수막 ‘접대 받고 찬성 말라’ 숨은 의미는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4.10.30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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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월성원전 1호기를 둘러보고…>
월성원전 1호기 격납건물 30년 역사에도 페인트칠조차 못해
같은 자료 두고 엇갈린 경제성…캐나다 원전 3기 영구 정지
【경주=에너지타임즈 김진철 기자】외부에서 눈으로 보이는 월성원전 1호기 격납건물은 낡은 아파트처럼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이 원전은 지난 1982년 본격적인 상업운전을 시작했으며, 그 동안 수많은 태풍·폭우·폭설 등 자연재해에서 거뜬히 그 속에 품고 있었던 원전설비를 지켜냈다.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을 이루는 한 줄기의 시발점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지난달 28일 계속운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월성원전 1호기 격납건물 앞에서 본 월성원전 1호기의 첫 인상은 이랬다. 게다가 격납건물 외부에 정리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파이프 등은 얼핏 보기에 뭔가 허술해 보이는 첫 인상을 갖기에 충분하다는 생각도 해 봤다.

사업자 입장에서 격납건물 페인트칠을 하거나 덕지덕지 붙은 파이프 등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매립한 뒤 눈에 보이지 않도록 새롭게 디자인했다면 적어도 시각적인 차원에서 원전수용성을 높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날 안내를 맡은 김종만 한국수력원자력(주) 월성원자력본부 기술실장은 “(월성원전 1호기 격납건물에) 페인트칠을 하면 좋겠지만 안전 때문에 칠하면 안 됩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설명을 들어보니 이랬다. 격납건물에 페인트칠을 하게 되면 육안으로 격납건물의 이상 유무를 상시 확인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외관을 과감하게 포기했다는 것. 또 계획예방정비 등의 점검에서 페인트칠을 벗기고 점검을 한 뒤 다시 페인트칠하는 등 허세보다는 실리를 먼저 찾자는 의미도 있다. 또 격납건물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각종 파이프나 보조설비도 안전과 성능 등에 초점을 맞춰 최적의 위치를 찾다보니 시각적인 차원에서 조금 어색해 보이는 것.

그리고 김 실장은 본격적인 안내에 앞서 외부에서 본 뼈대를 빼고 9000건에 달하는 원전설비가 교체됐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껍데기만 중고고 내부는 모두 신품이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원전산업의 큰 이슈 중 하나는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단순한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외부의 환경변화나 주민수용성 등에서마저 해법 없는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월성원전 1호기를 둘러보면 그 동안 불거진 논란을 정리 본다.
 


월성원전 1호기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인 계속운전이 뭐 길래. 계속운전은 최초운영허가기간 즉 설계수명이 만료된 원전에 대한 안전성평가를 거쳐 법적기준에 만족할 경우 10년간 계속해서 운전할 수 있도록 한 것. 현재 갈등의 진원지는 30년 된 원전의 안정성 확보여부다. 점잖게 표현하자면 반대 측은 수명이 다 된 원전, 30년이나 지난 원전은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한 반면 찬성 측은 핵심원전설비 등을 모두 교체하는 등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월성원자력본부 관계자는 ‘운영허가기간’에 대한 오해로 비롯된 폐로주장에 대해 “운영허가기간은 안전성과 성능기준을 만족하면서 운전 가능한 최소한의 기간”이라면서 “기술적인 제한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성만 확보되면 계속운전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월성원전 1호기 현재 상황은 30년의 설계수명이 완료돼 가동이 멈춘 상태다. 이날도 월성원전 호기별 출력현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현황판에 월성원전 1호기는 ‘0’에 표시돼 있다. 지난 1983년 4월 22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후 30년이 지난 2012년 11월 20일 최종적으로 시동이 꺼졌다.

월성원전 1호기 노형은 가압중수로이며, 캐나다원자력공사(AECL)의 모델이다. 발전연료는 가압경수로와 달리 천연우라늄(U-235). 발전설비용량은 67만8700kW로 표준석탄발전보다 조금 더 크다. 물론 최근 개발된 APR1400 등에 견줘보면 절반수준에도 못 미치지만 대구시 전력소비의 35%를 감당해낼 수 있다.

지난 30년 간 월성원전 1호기의 평균이용률은 86.2%, 계획예방정비를 제외한 고장정지는 39건. 공교롭게도 월성원전 1호기는 설계수명 만료 며칠을 앞두고 이상신호가 감지되면서 터빈-발전기가 멈췄고 이내 한수원은 설계수명 도래로 원자로를 세웠다. 이로써 30년 설계수명의 마지막을 고장으로 마무리 한 셈이다.

김종만 월성원전 실장은 “세계 원전이용률 1위를 네 차례나 달성하는 등 그 우수함을 입증 받은 바 있다”면서 “1998년 3월부터 2001년 9월까지 총 1118일간 무고장 안전운전을 달성했을 정도로 운영능력이 뛰어나다”고 나름 자평했다.

그러나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논란은 지난 2009년 관련법에 의거 한수원이 교육과학기술부(現 미래창조과학부)에 인허가 신청을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교육과학기술부는 서류적합성 검토결과 적합하다는 것을 한수원에 통보했다. 2010년 12월 15일의 일이다.

특히 지난달 9월 12일, 기술적인 측면에서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인허가 적합심사를 진행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기술적으로 월성원전 1호기를 계속운전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도출한 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정식으로 보고했다. 사실상의 기술검토가 끝났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최종 결정만 남은 셈이다.

월성원전 1호기에 대한 IAEA가 지난 2012년 5월 29일부터 6월 7일까지 경년열화관리·방사선환경영향평가 등 6개 분야에 대한 안전점검을 추진한 결과 계속운전을 위한 준비가 잘 돼 있으며 원전은 매우 좋은 상태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계속운전 승인여부를 결정짓는 법적 요건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수용성 확보와 안전 최우선 원칙에 의거 규제기관 심의 시 내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한수원 측은 월성원전 1호기 안전성 관련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들이 자신감을 가지는 이유는 있었다.

한수원은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계획에 맞춰 지난 2009년 4월 1일부터 2011년 7월 18일부터 대규모 설비개선공사를 완료한 바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인 공사가 중수로의 심장에 해당하는 압력관(경수로에서 원자로에 해당) 교체. 또 인간에 비유할 수 있는 제어용전산기도 교체됐다. 이어 후쿠시마원전사고 후속조치로 무전원수소제거설비(PAR)가 설치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한수원은 안전계통 설비개선을 위해 비상노심냉각계통 저압 안전주입 자동화와 원자로건물 내 고정소화설비 등을 설치했고, 경년열화(설비상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취약해지는 현상) 설비보강 차원에서 원자로 기동용 계측기를 교체, 비상디젤발전기 개선 등 안정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보강했다. 또 일정규모 이상 지진이 감지되면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되는 지진자동정지설비의 설치도 완료됐다.

월성원자력본부 관계자는 “멀쩡한 원전이 이렇게 멈춰있으니 안타깝죠. 월성원전 1호기는 9000여건에 달하는 설비개선을 시행해 신규원전이나 다름없다”라면서 보이는 것만 낡았지 원전을 구성하는 핵심설비는 모두 새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또 다른 갈등은 경제성.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의 경제성 유무가 논란의 핵심에 서 있다. 반대 측은 계속운전하면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찬성 측은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은 그만큼 발전단가가 높은 첨두부하의 가동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국가적인 에너지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던 경제성.

최근 홍의락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관련 10년간 수명연장 할 경우 4630억 원을 손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실 측은 월성원전 1호기를 10년간 수명연장 할 경우 수익은 2조1000억 원이지만 전체운영비용을 통해 추산한 결과 원전 1기 평균운영비용은 2563억 원으로 수명연장 시 매년 463억 원씩 손실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수원은 이와 관련 장기간 데이터의 분석에서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홍 의원 측에서 인용한 자료는 2012년 한해에만 국한되는 것으로 10년 간 경제성을 분석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수원 측은 지난 2012년은 원전사후처리비용이 인상되어 일시적으로 비용이 증가한 해라며 지난 2009년 자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시 미 시행대비 1648억 원의 이득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월성원자력본부 관계자는 “원전 1기를 계속운전에 필요한 비용은 통상 신규원전건설 대비 1/5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신규원전건설에 비해 훨씬 경제적일 수밖에 없다”고 언급하는 등 경제적으로 가치가 분명하게 있음을 강조했다.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의 경제성 문제는 이 정도로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해외사례를 짚어보자.

먼저 원전 계속운전은 단순하게 수치만 봐도 세계적인 추세다. 가동원전 435기 중 35%인 151기가 계속운전을 하고 있거나 승인을 받은 상태다. 미국의 경우 100기 중 72기의 원전이 계속운전의 승인을 받은 바 있다.

그렇다면 월성원전 1호기의 모델인 캐나다원전은 어떨까. 영구원전이 3기나 된다.

캐나다에서 건설된 원전은 총 22기. 이중 설계수명이 도래하지 않은 8기, 계속운전 9기, 계속운전 승인 2기 등 19기가 운영 중이거나 운영을 준비 중이다.

반면 캐나다 영구원전은 총 3기로 이중 2기는 한차례 수명연장을 한 뒤 영구정지 됐고, 나머지 1기는 수명연장 없이 영구정지 됐다.

캐나다 원전 3기의 영구정지 이유를 물어보니 한수원 측은 원전 자체 안전성 등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캐나다를 둘러싼 환경적인 영향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와 다른 전력산업구조와 다른 에너지원 유무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백훈 한수원 실장은 “캐나다에서는 전력회사가 전력을 구입하는 비용 등을 포함해 경제성을 따지기 때문에 우리와 경제성을 따지는 환경이 다르다고 캐나다 환경에서 경제성이 낮아 영구폐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게다가 영구정지 된 인근지역에 수력자원이 풍부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낮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월성원전 1호기 모델원전인 캐나다 포인트레프로원전은 얼마 전 계속운전을 시작했다.


취재수첩을 덮으며 기억을 더듬어 본다. 이날 월성원자력본부 홍보관 앞에 서너 명의 지역주민들이 천막을 지키고 있었고 해골이 그려진 현수막 사이로 눈에 띄는 현수막이 있었다. 이 현수막에는 한수원으로부터 대접을 받고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에 찬성하지 말아달라는 문구였다.

이 현수막을 통해 지역주민들은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찬반유무를 떠나, 온갖 유언비어, 자신의 욕심만 챙기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에 대한 경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찬반여부를 떠나 한번만이라도 지역주민 입장에서 바라봐 달라는 호소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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