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거래제 도입…아직 엇갈린 미묘한 주장
배출권거래제 도입…아직 엇갈린 미묘한 주장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4.09.2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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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 감축초과달성 버블현상 의문 제기
기술개발 등 이룬 선진국 도입하지 않는 것도 생각해봐야
반면 새로운 산업을 육성할 좋은 규제로 대응방향 공개돼
내년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정부의 방침으로 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산업계는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단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기본적으로 받아들이기는 하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선 수많은 위험요인이 존재하고 있음이 잇따라 어필됐다. 반면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또 다른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산업계의 기후변화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외 사례와 성과공유를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29일 코엑스인터콘티넨탈호텔(서울 강남구 소재)에서 ‘기후와 산업의 동행’이란 주제로 열린 ‘기후 WEEK 2014’에서 이 같은 미묘한 주장이 엇갈렸다.

이날 박태진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미 도입해 시행 중인 유럽연합(EU)의 배출권거래제 관련 당초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8%였으나 12%를 초과 감축하는 성과를 냈으나 이는 유럽연합 국가 중 동부국가의 에너지다소비 제조업 몰락과 대표적인 화석연료인 석탄의 사용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나타난 버블현상이라는 이견이 있다고 밝혔다. 배출권거래제가 활발하게 이뤄질 때 배출권 가격이 36유로 이상으로 높아진 적도 있지만 급락한 일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그는 2012년부터 시행한 호주의 배출권거래제(탄소세)가 올해 7월 탄소세 폐지 법안이 상원을 통과했다고 언급한 뒤 “배출권거래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우리 경제상황 등을 고려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고 이렇게 될 때 (배출권거래제는) 부담이 아니라 기회로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전제조건을 조심스럽게 달았다.

특히 박 원장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배출의 비율이 높다는 것에도 반박의견을 냈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국내총생산(GDP) 기준 15위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7위 정도이며, 우리는 경제규모 등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언급한 뒤 “그러나 우리 경제규모는 세계 규모의 1.6∼1.7%, 온실가스 배출량은 1.7% 정도로 적절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박 원장은 배출권거래제의 성공적인 정착에도 물음표를 던졌다. 그는 “이미 앞서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거나 시범사업을 추진한 국가의 경우 배출권 거래량이 거의 미미한 수준”이라고 진단한 뒤 “유럽연합의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하는 기업은 1만2000개 기업에 달하지만 우리는 현재 기준 526개 기업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면서 참여기업의 숫자가 줄어든 만큼 배출권 거래는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그는 “배출권거래제의 성공적인 도입은 할당을 어떻게 잘 하느냐에 있다”면서 “산업계는 정부에서 배출권 할당을 적절하게 잘 해 주는 등 배출권거래제를 잘 운영해줬으면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도 이와 유사한 주장은 이어졌다.

김태윤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은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다양한 측면에서 효율적이라고 가정할 때 기술개발과 산업발전을 이룬 선진국 등에서 왜 도입을 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뒤 배출권거래제의 부작용을 설명했다.

김 팀장은 배출권거래제 도입으로 기업이 배출권 구매에 여력을 집중할 경우 기술개발에 상대적으로 위축할 수 있고, 배출권 할당 관련 기업과 정부 간 대립의 대립으로 심각한 법적분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투기세력의 머니게임 등으로 배출권 가격의 급격한 변동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업계의 온실가스 감축여력과 신·증설설비의 배출량 증가분 등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산업계는 3년간 최대 22조6000억 원 규모의 경제적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팀장은 “온실가스 감축은 우리 혼자 빨리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계가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뼈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반면 유종민 홍익대학교 교수는 새로운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좋은 규제로 배출권거래제를 진단했다.

유 교수는 “배출권거래제는 동전의 양면으로 산업 전체적으로 볼 때 제로성게임”이라고 배출권거래제를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뒤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따른 우리 기업의 대응방향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규제는 크게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로 나눌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산업을 위축시키는 규제를 나쁜 규제이고 산업을 육성시키는 규제를 좋은 규제로 볼 때 배출권거래제는 좋은 규제에 해당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따른 우리 기업의 대응방향과 관련 에너지소비량과 온실가스의 감축이 가능한 양을 진단하는데 필요한 한계저감비용에 대한 자가진단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방안을 내놨다.

또 그는 기업 내 배출권거래제 대응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이 제도의 유연성을 활용할 필요가 있고, 규제강국과의 협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유 교수는 “(배출권거래제 도입은) 누군가에게는 지출이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수입이 될 것”이라면서 “이는 실제로 온실가스저감시설에 대한 투자이며, 그러기 때문에 투자 산업을 좀 더 활성화시키는데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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