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켜진 태양광 업계… 불가항력 재앙
빨간불 켜진 태양광 업계… 불가항력 재앙
  • 황보준 기자
  • times@energytimes.kr
  • 승인 2008.11.14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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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업체, 인적 구조조정·자산매각 돌입 등 위험 신호
내년 모듈가격·환율 인하만이 탈출구, 의외로 빨리 벗어날 수도

신재생에너지 분야 중 가장 활발히 사업이 전개되던 태양광 업계가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국내 경기악화로 자산을 매각하거나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태양광 업체들이 향후 사업 계획을 모두 철회 또는 무기한 연기해 산업 분야 전체가 깊은 침체기로 빠질 위험에 처해있다. 더욱이 올해 10월부터 변경된 발전차액지원제도가 내년에도 새롭게 바뀔 가능성이 있어 사업자들을 혼란하게 하고 있는 등 대내외적 여건으로 근심이 깊어가고 있다.

◇구조조정, 매각 등 몸집 줄이자=지난해 상장을 통해 건실한 태양광 업체로 인정받고 있는 S기업이 최근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지난해와 올해 태양광 모듈과 시스템 설치로 좋은 실적을 냈으나 최근 불황으로 그동안 스카웃한 인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풍력과 태양광 분야에 선두기업인 U사도 최근 지방의 공장을 매물로 내놓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업체의 자산 매각은 지난해 새로운 설비 투자에 따른 자금압박과 태양광 산업의 침체로 이 분야를 정리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시각이다.

올해 처음 모듈을 수입해 판매하려는 D사는 사업을 제대로 하기 전에 인원을 정리하고 있다. 이 회사도 야심차게 해외 모듈을 수입해 주력 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으로 투자해 왔으나 환율과 자금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이 올해 태양광 분야 사업 진출을 선언한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첫 사업도 시작하지 못하고 구조조정을 하거나 문을 닫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견 기업들도 힘들어하는데 중소 태양광 업체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며 “건실한 기업까지 도산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태양광발전 사업, 철회 또는 연기=1300원대를 유지하는 환율로 태양광발전사업은 모두 올 스톱 상태다. 모듈 공급업체들은 높아진 환율로 수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모듈 수입업체인 H사 관계자는 “환율 가격이 1200원대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누가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겠느냐”며 “발전사업 허가만 받아 놓고 기다리고 있는 사업자들도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태양광발전사업에서 모듈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도 태양광발전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파이낸싱을 해 줘야할 금융권이 몸을 움츠리면서 계획된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연기되고 있다. 국내 금융권은 기대하지도 않고 있지만 그동안 대규모 프로젝트에 투자해온 해외 금융권들도 위기에 처해 투자를 꺼려하고 있어 발전사업자들은 사면초가에 처했다.

자금 조달에 용이한 대기업들도 1MW 등 소규모 발전단지만 계획하고 있을 뿐 대단위 단지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10MW급 발전사업을 준비 중인 D사 관계자는 “환율이 일정 수준 아래로만 떨어지면 사업을 하겠다고 준비하고 있으나, PF를 할 수 없을 것 같아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태양광 산업 침체기 우려=국내 신재생에너지 분야 중 태양광 산업 분야는 시장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견했다. 하지만 이런 사정으로 현재는 태양광 연관 산업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태양광발전사업이 지지부진 해지면서 모듈 생산, 수입업체들도 고민에 빠져들었다. 특히 이런 부진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슷하게 침체기를 겪을 것으로 보여 미래가 불투명하다. 또 연관 산업인 트랙커 등 주변 설비 공급과 시공 분야도 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양광발전 시공전문 업체인 B사 관계자는 “올 9월까지 너무 바빠서 힘들었는데 지금은 일거리가 없다”며 “두 달 사이에 상황은 말그대로 180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도 사업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내년에 발전차액지원금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발전차액지원제에 대한 정부 정책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에 사업자들은 1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입장”이라며 “이런 상황에 누가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하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모듈 가격, 환율 인하만이 살길=업계는 비관적인 상황에서 탈출 할 수 있는 길은 모듈 가격과 환율 인하뿐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실제로 모듈 가격의 인하 가능성이 높다.

현재 지나치게 높은 실리콘 가격으로 모듈은 Wp당 4달러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년이면 중국 등 곳곳에서 폴리실리콘 공장이 완공돼 원자재 공급이 원활해져 실리콘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내년이면 완공내지는 증설되는 모듈 생산공장이 많아 모듈 공급이 수요를 앞지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세계적인 불황으로 태양광에 대한 투자가 줄어드는 것도 모듈 수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모듈 가격은 상당히 떨어질 수도 있다.

모듈공급업체인 H사 대표는 “내년 모듈 공급 가격을 Wp당 3달러대로 잡고 있지만 더 떨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해외 생산공장에서도 모듈 가격의 인하는 필연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배경으로 모듈 가격이 Wp당 2달러 후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환율도 내년 초까지 일정부분 안정돼야 한다. 1200원대 밑으로 환율이 떨어지면 사업에 나설 준비를 하는 업체들이 많다.

S사 대표는 “모듈 가격의 인하는 반드시 될 것이고, 이럴 경우 환율만 안정되면 바로 사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듈 가격과 환율이 인하될 경우 의외로 태양광발전 산업이 침체기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많다.

H사 대표는 “환율, 모듈가격이 안정되면 내년도 발전차액지원한도인 200MW 캡이 순식간에 동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재 사업허가를 내놓고 기다리는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을 고려하면 이런 주장이 타당성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내년 초에 이런 모든 상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태양광발전사업의 중대한 기로가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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