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원전! 달콤하고 살벌한 1박 2일 동침
청춘-원전! 달콤하고 살벌한 1박 2일 동침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4.09.01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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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원자력) 찬반논리 한 자리서 접하는 시간으로 꾸며져
유연한 발상의 전환 큰 성과…월성원전·경주방폐장 둘러봐

[경주=에너지타임즈 김진철 기자] 27일 6시 40분경 한수원 서울사무소 앞. 원전(원자력)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본지에서 주최·주관하고 한국수력원자력(주)·한국전력기술(주)·한전원자력연료(주)·한국원자력환경공단·두산중공업의 도움으로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양일간에 걸쳐 코모도호텔(경북 경주시 소재)에서 열린 ‘제1기 대학생 원자력 아카데미’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대학생을 태운 버스는 원전이 있는 남쪽으로 향했다. 이 버스는 10시 30분경 대구에서 출발하는 대학생 등 총 40명을 태운 뒤 월성원전과 경주방폐장이 있는 경북 경주로 이동했다. 처음엔 서먹서먹한 이들에게 원전(원자력)이란 공통관심사로 이야기꽃이 피어났다.

이 아카데미는 원전(원자력) 관련 정확한 정보전달을 위해 본지에서 마련한 것으로, 첫날 핵주기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20년 이상의 관록을 가진 종사자들이 직접 강의에 나섰다.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차원이다. 둘째 날은 좀처럼 접하기 쉽지 않은 반대주장을 들어보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당초 이 행사는 원전(원자력) 관련 찬반주장을 보다 객관적으로 풀어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다소 거부반응이 있을 것으로 우려됐으나 우려는 원전(원자력)을 바로 알고자 하는 젊음 앞에 무릎을 꿇었다.

초롱초롱한 대학생들의 눈빛에 강의시간을 늘어났고, 강사진들은 연신 5분만 더, 10분만 더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덕분에 모든 일정이 꼬이기도 했다.

대한민국 여론을 주도하는 이들, 이들과 원전(원자력)이 만나 겪게 된 달콤하면서도 살벌한 1박 2일을 따라가 본다.



청춘과 원전(원자력)의 첫 번째 만남의 시간은 27일 13시 30분경. 예정됐던 개강식과 오리엔테이션이 취소될 만큼 이날 시간은 촉박했다.

잠시의 쉴 틈도 없이 시작된 이들과 만난 첫 번째 주인공은 이종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이날 이 이사장은 대한민국 원전(원자력) 안전부문에서 30년에 가까운 경력을 가진 전문가로 소개받았다.

그러나 이 이사장은 원전(원자력) 관련 특강보다 원전(원자력)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공하게 된 배경과 인생의 선배로써 인생의 후보에게 줄 수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어색할 수 있는 분위기가 부드럽게 타이르는 역할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이사장은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한 뒤 인생은 항상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새로운 도전에 대한 꿈을 꾸고 이를 성취하면 또 다시 꿈을 꾸는 긍정적인 생각 속에 살아야 할 것이라며 인생선배로서 인생을 새롭게 정의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전문가시대로 전문가는 최고의 전문성과 적극적인 책임감, 확고한 도덕성 등 (전문가로 성공하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도덕성을 챙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지금부터 만들어가는 준비된 자가 되라”고 당부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 이사장은 “내가 투자하지 않으면 내게 돌아오는 것은 없다”란 말과 함께 보다 많은 안목을 넓히라는 차원에서 독서와 여행을 권장했다.

이어진 강의는 백훈 한국수력원자력(주) 처장이 맡았다. 백 처장은 국내외 에너지 수요·공급 등을 살펴보면서 원전(원자력)의 필요성을 간단하게 언급한 뒤 한수원의 역할과 국내서 가동 중인 원전현황을 소개했다. 게다가 세계원전시장에서의 원전운영현황을 비롯해 미래 세계원전시장을 전망하면서 원전의 필요성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어 이상종 한전원자력연료 처장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원전연료과 관련된 설명에 이어 우리나라 원전연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그러면서 한전원자력연료는 젊은 도전적인 인재를 모집하고 있다면서 채용제도와 채용계획을 소개해 대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김용식 원자력환경공단 실장은 최근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영화 ‘명량’을 소개하면서 경주방사성폐기물관리처분장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의 원인과 이를 해소하는 과정을 살펴보는 등 성공적인 갈등극복사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지훈 두산중공업 과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원전설비공급업체로 자리 잡게 된 두산그룹의 100년 전통을 살펴보고 실제로 대학생이 궁금해 하는 두산그룹의 채용프로세스를 소개했다.

특히 이 과장은 실제 채용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사례를 예로 들면서 대학생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많은 질문을 받았다.

첫날 마지막 강의에 앞서 가진 첫 번째 쉬는 시간.

이번 아카데미에 참석한 대학생의 면모를 살펴보자. 의외로 원전(원자력)전공 대학생은 불과 서너 명에 불과했고, 전기과뿐만 아니라 화학공학과와 에너지전공, 기계과, 계측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부하는 대학생들이 참석했다. 특히 영어영문학과와 경제학과 등 인문사회과학분야에서 공부하는 대학생도 다수 참석했다.

재미난 것은 서울에서 공부하는 남매가 참석하기도 했고 친구 따라, 애인 따라 참석한 대학생도 눈에 띄었다. 이뿐만 아니라 한수원·한전 직원의 자녀도 참석해 관심을 끌었다.

마지막 강의는 이재규 한국전력기술(주) 상무가 맡았다. 그는 본지에서 섭외 당시 90분의 강의시간을 할애해 달라고 요청할 만큼 열의를 보였고, 에너지안보와 원자력이란 주제로 특유의 유쾌한 입담으로 강의를 이끌어갔다.

이 상무는 이 자리에서 우리가 원전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대한민국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접근했고,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전(원자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결론을 냈다.

이로써 공식적인 일정이 마무리됐으나 이어진 저녁식사자리에서 강사들은 대학생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또 한 번 진땀을 흘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진 간단한 생맥주 타임에서는 종사자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질문이 이어졌다.

이흥우 한국전력기술 대리는 “요즘 대학생이 공부만 아는 철부지인 줄 알았는데 인생에 대한 고민과 함께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면서 “인생의 선배로써 많은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지만 밤이 너무 짧았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지훈 두산중공업 과장은 이 자리에서 “대학생들의 열정에 놀랐다”면서 추후 행사를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에서 해 보자는 제의에 흔쾌히 검토해 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둘째 날 강의는 대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원전(원자력) 관련 반대주장을 살펴보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에너지업계에서 20년 이상 연구하고 최근 언론지상을 통해 많은 활약을 하는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이 ‘핵, 방사능, 원자력, 에너지 대안’이란 주제로 대학생들 앞에 섰다.

이날 그는 원전(원자력)이 없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을 제시한 뒤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면 이 문제를 풀어냈다. 원전을 포기할 수 없다는 여론에 대한 반박 근거를 제시한 것인데 그러면서 원전을 중심으로 이뤄진 국내 에너지정책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미래에너지정책을 전망하기도 했다.

특히 양이 처장은 그 동안 신재생에너지의 환경적 제약요인에 대해 기술개발과 효율향상 등으로 신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어 진상현 경북대학교 교수는 ‘후쿠시마원전사고 후 원자력정책의 변화와 쟁점’이란 주제로 강의에 나섰으며, 원전산업을 사양산업으로 정의한 뒤 원전정책을 포기한 독일과 원전정책이 흔들리는 프랑스의 원전정책의 변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 원전정책의 과제와 쟁점을 언급했다.

진 교수는 국내 원전정책의 정책수용성 전제조건으로 국내 원전정책의 현실, 정보 공개, 국민 참여, 신뢰 구축 등을 제시하는 결론을 냈다.

둘째 날 강의와 관련 많은 대학생들이 그 동안 접할 수 없었던 사실에 놀라면서도 주최 측 예상과 달리 찬반을 떠나 원전(원자력) 관련 각자의 주장을 펼 수 있는 가치관을 만드는데 도움이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상북도 원자력클러스터 기자단으로 활동하는 손상혁 영남대 학생은 “교육내용이 원자력 찬반의 균형 있는 구성이라 좋았다”면서도 “학교에서 원전을 반대하는 구체적인 내용이나 논리를 접하는 게 쉽지 않았으나 이번 기회를 통해 그들의 논리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어 유익했다”고 짧은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반대주장의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점은 조금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같은 학교 이상석 학생은 “수많은 원전(원자력)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나 대부분 다 원전(원자력) 찬성 측 의견만 들어왔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반대 측의 의견도 충분히 들을 수 있어 좀 더 유연한 발상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건희 충남대 학생은 다른 목표를 갖고 있지만 원전에 관심이 있어 참석했다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은 원전에 대한 찬반논리를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정미 명지대 학생은 “비록 원전(원자력)과 관련이 없는 영어영문학과에 다니지만 친구의 권유로 참석했다”면서 “원전(원자력)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뜻 깊은 시간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기존에 한전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원전(원자력) 관련 찬반을 떠나 막연한 원전의 필요성을 말했는데 이제는 왜 원전이 필요한지와 왜 원전을 반대하는지를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말할 수 있는 정보를 얻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원전(원자력)에 대한 진실을 국민에게 알리는 작은 역할을 하는데 힘을 보탤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이렇게 이들은 1박 2일간의 원전(원자력) 찬반주장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무리 짓고 동쪽으로 향했다.

경주시내에서 50분가량 한수원 본사 건설현장을 지나 도착한 월성원전과 경주방폐장이 있는 월성지역에 도착한 이들.

서경석 월성원전 차장은 당초 계획했던 늦어 기념촬영조차 허락하지 않는 시간을 쪼개 깨알 같은 월성원전 자랑과 함께 원전사고를 일으킨 일본원전과 우리원전을 비교하면서 왜 우리 원전이 안전한지를 설명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8분짜리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들은 월성원전 3호기로 자리를 옮겨 주제어실과 터빈실,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조를 찬찬히 둘러봤다.
그리고 조만간 준공될 경주방폐장을 방문해 방사성지정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출입이 제한되는 사일로를 견학했다. 이번 아카데미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 첫 번째 이유가 여기 있다.

청춘과 원전의 달콤하면서도 살벌한 1박 2일간의 일정은 이들은 태운 버스가 28일 23시 30분경 서울에 도착하면서 모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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