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계속운전 갈림길에 선 '월성원전'
[현장르포] 계속운전 갈림길에 선 '월성원전'
  • 박재구 기자
  • pgnkorea@gmail.com
  • 승인 2014.07.0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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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 이후 설계수명이 만료된 원전에 대한 폐쇄 여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부산, 울산, 삼척 등 원전 계속운전을 반대하거나 원전 건설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건 원전 소재 지자체장들의 당선이 폐쇄 여론에 불을 지핀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7년 6월 10년 계속운전을 허가받고 오는 2017년 6월 시한이 만료되는 고리원전 1호와 2012년 11월 20일 설계수명이 다해 계속운전을 신청, 현재 안전성 평가가 진행 중인 월성원전 1호기의 계속운전 여부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현재 계속운전을 진행 중인 고리 1호기 보다는 계속운전 신청 중인 월성 1호기가 더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보인다. 2009년 12월 30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에 계속운전 심사를 신청했지만 이후 5년이 다 되도록 승인이 나지 않으면서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그런 것 아니냐’ 등의 불필요한 의혹과 오해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월성 1호기는 계속운전에 대비한 안전성 확보를 위해 2009년 4월 1일부터 2011년 7월 18일부터 대규모 설비개선공사를 진행했다. 안전성 증진을 위해 중수로의 심장에 해당하는 압력관과 두뇌라 할 수 있는 제어용전산기를 교체하고 무전원수소제거설비(PAR) 설치했다.

또 안전계통 설비개선을 위해 비상노심냉각계통 저압 안전주입 자동화와 원자로건물 내 고정소화설비 설치 등을 진행했으며, 경년열화(설비상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취약해지는 현상) 설비보강을 위해 원자로 기동용 계측기 교체 및 비상 디젤발전기(EPS) 개선 등을 실시했다.

아울러 일정 규모(0.18g) 이상 지진 감지 시 원자로가 자동 정지되는 지진 자동정지설비도 설치를 완료한 상태이며, 후쿠시마 후속조치로 원자로 여과배기설비와 비상냉각수 외부주입유로를 설치하고 이동형 발전차를 구비해 안전성을 더욱 강화했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은 2009년 12월 30일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서’를 규제기관에 제출했고, 현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계속운전 인허가 심사 중에 있다. 사업자 조치사항 395건 중 394건이 완료됐으며, 나머지 1건도 마무리단계에 있다.

이와는 별도로 월성 1호기는 유럽연합(EU) 방식의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으로 한수원은 2013년 7월 12일 사업자 최종보고서를 제출했으며, 현재 원자력안전기술원과 민간검증단의 검증이 진행 중이다. 또한 지난 2012년 5월 26일부터 6월 7일까지 진행된 IAEA의 안전점검에서 경년열화관리,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등 6개 분야에 대해 수검을 받아 ‘국제적으로 안정성 우수사례’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후속조치 점검이 올해 4월에 이뤄졌다.

우리나라의 계속운전 평가는 다른 원전 선진국에 비해 훨씬 강화된 규정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부분 국가의 경우 원전의 설계수명 만료 이후 원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권고한 주기적안전성평가(PSR)를 채택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이에 더해 미국의 운영허가갱신제고(LR)를 추가 도입해 한층 강화된 기술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월성 1호기는 계속운전을 위해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보다 강화된 기준에 따라 안전성 강화 조치를 시행했고, IAEA 안전점검 등을 통해 ‘계속운전을 위한 준비가 잘돼 있으며, 발전소는 매우 좋은 상태’라는 평가를 받았다.



■계속운전, 전 세계 국가에서 시행하는 보편적 사안

그럼 왜 계속운전 승인은 늦어지는 걸까? 앞서 언급한 후쿠시마원전 사고와 이에 더해 한수원의 각종 비리사건 등으로 인해 촉발된 국내 원전 안전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원전 계속운전 반대와 노후원전 폐쇄라는 여론을 불러일으켰고, 정부는 여론에 밀려 쉽사리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승인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허가 규정(원자력안전법 제23조, 동법 시행령 제36조 등)에 따르면 설계수명 만료 5~2년 전 계속운전 인허가를 신청하고, 정부와 규제기관은 18개월 이내 심사를 수행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월성 1호기 안전성 평가 심사에만 5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그로 인해 안전성에 대한 괜한 오해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계속운전은 우리나라에서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원전운영국가에서 보편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안이다. 계속운전은 최초 운영허기 기간(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가동원전에 대해 안전성 평가를 통해 법적 기준에 만족할 경우 10년간 계속 운전하는 것을 말하며, 설계수명은 원전 설계 시 설정된 기간으로 안전성과 성능기준을 만족하면서 운전이 가능한 ‘최소한의 기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미국 NRC 정의에 따르면 설계수명은 경제적, 독점금지를 고려한 기간으로 ‘기술적 제한기간’이 아니다.

IAEA 자료에 따르면 2014년 3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435기의 원전이 운전 중이며 이 가운데 30년차 이상 운전 중인 원전이 194기(45%), 40년 이상 운전 중인 원전이 48기(11%)이며, 계속운전(승인포함) 원전은 150기(미국 72기, 영국 5기, 러시아 18기, 캐나다 11기, 인도 6기, 기타국 38기)에 이른다.

아울러 전 세계 가동원전 435기 중 월성 1호기와 같은 중수로 원전은 48기(11%)이며, 이 가운데 12기가 계속운전 중이다. 또 30년 이상 중수로 원전 총 26기 중 17기(65.4%)가, 40년 이상 중수로 원전 총 13기 중 5기(38.5%)가 현재 운영 중이다.


■월성 1호기 안전성 확보됐다면 신속한 결정 내려야

결국 계속운전 여부의 관건은 안전성 확보다. 10년 연장 운영에 필요한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판단되면 계속운전을 승인하고,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되면 정지(폐쇄)시키면 된다. 어찌 보면 간단한 문제다. 그럼 계속운전을 위한 월성 1호기 안전성은 확보됐는가? 국내 규제기관과 IAEA 안전점검 결과 등에 비춰보면 ‘그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부는 더 이상 여론 눈치 보지 말고 조속히 계속운전을 결정을 해 ‘안전성’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후쿠시마원전 사고와 한수원의 비리사건 등으로 국내 원전의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바로잡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판단이다.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국내 원전에 대한 보다 강화된 안전 조치가 이뤄지고 있고, 원전 비리는 제도 개선을 통해 근절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즉 바로잡을 수 있는 문제다.

문제는 기술적 안전성이다. 기술적으로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원전이 가진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가치가 아무리 크다고 할지라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과감히 계속운전을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안전성 확보가 가능하고, 확신한다면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하고, 그것이 원전 안전에 대한 막연한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을 해소시킬 수 있는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정부의 판단 부재가 오히려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또 다른 원인일 수도 있다. 국민들은 원전 사업자 뒤에 숨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비겁한 모습의 정부보다는 당당하게 판단하고 책임지는 정부를 원할 것이며, 그것이 진정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는 정부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모습이며, 해야 할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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