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만남, 광산에서 설레임을 발견하다
낯선 만남, 광산에서 설레임을 발견하다
  • 박설란 기자
  • orchid@energytimes.kr
  • 승인 2008.10.31 23: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안학교 한산중 학생 35명 동굴탐험 기대하며 '쑥덕쑥덕'
물감 푼 듯 주황빛 물, 폐광으로 인한 오염 알고 '깜짝'
경기도 포천시와 강원도 철원군 사이에 위치한 산자락에 덤프트럭 한 대가 들어갈 정도의 동굴이 하나 있다. 주변엔 흙과 자갈이 잔뜩 쌓여있는 가운데 함티탄 자철광을 채굴하기 위해 매일같이 갱내를 왔다갔다하는 광부들을 제외하곤 꽃 한 송이 필 것 같지 않은 이곳에 낯설면서도 반가운 손님들이 찾았다.

광해관리공단 경인지역본부(본부장 정동교)에서 매년 한두 차례 실시하는 일반인을 위한 광산투어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지난달 28일 이른 오전 대안학교인 용인시 헌산중학교 2학년생 35명이 인솔교사들과 함께 이곳에 발을 디뎠다. 광산현장이 처음이라는 아이들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갱구를 발견하곤 동굴탐험을 기대하는 눈빛으로 쑥덕쑥덕하기 시작했다.

광산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아이들 앞에 선 사업소 소장님은 연방 걱정을 하시더니 설명을 마친 후 “재미없는 이야기라 얘들이 집중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열심히 들어서 놀랐어요”라며 내심 뿌듯하신 표정이다.

소장님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에서 채굴된 함티탄 자철광은 제철소 고로의 내벽을 보호하고 온도를 조절하는 등의 기능을 지니고 있어 주로 국내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일본 고베제강 등에 보내진다. 갱내에서 탐사와 굴진을 거쳐 채광돼 갱외 선광장으로 운반된 광석은 선광작업을 통해 총 생산량의 70% 정도가 외부로 출하된다.

소장님의 설명이 끝나고 입갱을 알리는 인솔자의 말에 아이들은 부리나케 자동차로 달려가 자리를 잡는다. 비록 갱내에서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는 없었지만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갱내 탐험은 마냥 신기한기만 한 듯하다.

짧은 입갱체험은 아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겼지만 아직 연탄공장에서의 연탄만들기와 폐광산 체험이 남아있다. 포천시를 벗어나 연탄먼지로 가득한 동두천시 동원연탄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미리 준비된 연탄만들기 도구를 보고 기대가 가득한 얼굴로 모여들었다.


잘게 부서져있는 무연탄 가루를 틀에 조심스레 부어넣고 뚜껑을 덮은 후 열심히 망치질을 하고 나니 연탄 한 장이 뚝딱 만들어진다. 지금은 기술이 발달해서 기계가 해주는 작업이지만 예전에는 사람들이 일일이 만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아이들 입이 벌어진다. 연탄 한 장의 공장도가격과 소비자가격을 묻는 인솔자의 물음에 너도 나도 손을 들고 제각각 액수를 외쳐댄다. 그나저나 아직도 수많은 저소득계층 사람들이 이 연탄으로 추운 겨울을 보낸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연탄만들기 체험에 정신이 없다.

가루가 묻지 않도록 손에 쥐어준 장갑도 어느새 손을 벗어나 사라지고 여기저기 연탄 자욱도 알아채지 못한지 한참, 망치질에 지쳤는지 눈을 돌리더니 손을 씻으려는지 화장실부터 찾는다. 아이들이 사라진 사이 공장을 둘러보니 이동벨트를 따라 움직이는 까만 연탄들을 제외하곤 세상이 멈춘 것만 같다.

까만 세상을 뒤로 하고 마침내 다다른 삼보광산에서 아이들은 언뜻 봐서는 광산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는지 “어디에 광산이 있어요?”라고 연방 묻는다. 한참을 걸어 들어가니 낮은 산 능선에 위치한 풀로 뒤덮힌 벽이 보인다. 이 벽은 폐광 이후 발생하는 수질오염과 토양오염 등을 막기 위해 만든 광미장이라는 관계자의 설명이 뒤따랐다. 앞쪽으로 펼쳐진 논·밭 곳곳엔 광해방지구역 팻말만 곧게 세워져 있었다.

광미장 바로 앞에 이르니 주황색 물이 흐르고 있다. 폐광에서 나온 광물찌꺼기 등으로 인해 수질이 오염된 것이란다. 납과 아연 등의 중금속이 섞인 물이나 토양에서 자란 식물이나 동물이 인체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가 궁금하다는 아이들의 질문에 현장 연구원은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간다.

하루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을 얼마나 잘 소화했는지 확인하는 짧은 퀴즈시간이 지나자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광산투어에 참여한 아이들이 인간의 친구인 자연에게 광해방지가 왜 꼭 필요한지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면 이번 투어도 성공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