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충돌 이라크 내전…장기화되면 국제유가 ‘암울’
무력충돌 이라크 내전…장기화되면 국제유가 ‘암울’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4.06.16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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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유전 집중된 남부지역까지 내전 확대되지 않아 영향 미미
미국·독일·유럽 등 개입 않기로…이라크사태 장기화 가능성 높아
중동으로 사태 번질수록 배럴당 150달러 암울한 상황 배제 못해
이라크 내 정부군·무장세력 무력충돌이 본격화되면서 에너지부문에서 국제유가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당장 내전지역이 아닌 남부지역에 유전의 75%를 차지함에 따라 국제유가는 소폭 상승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문제는 장기화될 경우다. 현재 미국·독일·유럽연합 등이 개입의사를 밝히지 않음에 따라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앞으로 5년간 석유수출국기구의 추가증산물량의 60%를 이라크가 비중을 갖고 있는 만큼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게다가 이라크사태가 중동으로 번질 경우 배럴당 15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16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라크에서 과격 수니파 무장세력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근교까지 진격해 이라크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과거 과격무장투쟁을 벌였던 시아파 민병대가 수니파 무장세력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를 막겠다면서 바그다드 등지에서 집결하면서 이라크 정국의 또 다른 불안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바그다드 도심에서 연쇄폭탄테러가 발생해 최소 15명이 사망하고 30명 이상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개월째 폭탄테러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니파 무장세력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는 이라크 정부군 1700명을 처형했다고 주장했고, 이라크군은 반군을 최소 279명 살해했다고 밝혔다. 특히 무장단체의 웹사이트에 이라크군 포로를 처형한 사진을 올리면서 분열은 더욱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합법적인 전투부대로 인정받은 시아파 민병대 사기가 높아질수록 내전의 확대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시아파 민병대는 미국이 철수하기 전 8년이나 미군을 공격했던 부대로 지난 2006년부터 2007년 수니파 학살을 주도하며 양파 간 내전을 치열하게 벌여온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미국은 더 이상의 파병은 없다고 밝혔고, 독일도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 게다가 적극적인 개입의사를 밝힌 유럽국가도 전무한 상황.

현재 수니파 무장단체는 북부지역 30%를 점령했으며, 국제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란이 이라크에 2000명에 달하는 병력을 파견하겠다고 했으나 단기간 내 내전이 종료될 가능성은 단정 짓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라크사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제유가도 들썩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3일 NYMEX WTI 선물유가는 전일대비 배럴당 0.38달러 상승한 106.91달러, ICE Brent 선물유가는 전일대비 0.39달러 상승한 113.41달러, 두바이 현물유가도 전일대비 2.55달러 오른 109.51달러에 각각 마감됐다.

현재 이라크 남부지역 유전에서의 공급에 별다른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그나마 국제유가의 상승폭이 제한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수니파 무장단체가 바그다드 이남까지 진격할 가능성이 낮게 평가됨에 따라 당분간 큰 폭으로 국제유가가 오르지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라크 유전은 북부지역 25%, 남부지역 75%로 분포돼 있다.

이라크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 겁 없는 상승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라크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석유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4월 기준 하루 생산량이 330만 배럴, 수출물량만도 250만 배럴에 달하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가입국가 중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양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사우디아라비아·이란·베네수엘라 등의 수출물량을 늘려 이라크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글로벌시장의 석유수요로 석유수출국기구 가입국가에 대한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올 하반기 글로벌 석유수요는 상반기보다 하루 평균 200만 배럴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석유수출국기구에서 공급해야 할 원유는 하루 평균 3100만 배럴에 이른다. 다만 석유수출국기구는 지난 11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정례 석유장관회의에서 하루 3000만 배럴인 현행 원유생산량 쿼터를 동결키로 한 바 있다.

특히 이라크는 앞으로 5년 석유수출국기구의 추가증산물량의 60%의 비중을 갖고 있는 만큼 내전이 악화될 경우 원유공급부족에 따른 국제유가의 상승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이라크를 제외하고 석유수출국기구에서 증산여력이 있는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유일한 탓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유수급 관련 이라크의 주요유전과 주요수출항이 안전한 남부지역에 집중돼 있어 현재까지 원유수급과 관련한 특이한 문제점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한 뒤 “다만 이번 이라크사태가 국제유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석유서비스업체인 지중해 인터내셔널 드라간 부코비치 사장은 “(이라크 사태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고 사태는 다른 중동 국가로 번질 수도 있다”면서 “이라크 붕괴는 국제 석유위기를 부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현재 이라크에서 한국가스공사가 유전과 가스전 4곳, 한국석유공사가 유전 3곳 등에 대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이들 유·가스전 등 자원개발사업의 대부분이 안전한 남부지역에 집중돼 있으며, 아직 개발 이전단계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가스공사의 아카스 가스전 사업은 위험지역에 위치해 있음은 물론 개발착수 전 단계로 현지 인력에 의해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나 정정불안에 따른 물류차질 등으로 현재 작업이 지연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가스공사는 현지상황이 악화될 경우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마련·운영할 계획이다.

석유공사는 현재 진행 중인 유전과 사회간접자본사업에 차질을 주지 않은 상황이나 이라크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공정지연우려가 예상됨에 따라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특히 쿠르드족 관할 안전지역 내 위치한 하울러광구 사업에 대해선 사태악화에 대비해 쿠르드자치정부 측에 시설보호조치를 강력히 요청키로 했다.

산업부는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담당부서와 유관기관, 업계에서 참여하는 상황점검반을 구성하고 이라크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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