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공기관 경영자율권 침해 더 이상 안 돼
[사설]공공기관 경영자율권 침해 더 이상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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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5.2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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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가 산하 공공기관 기관장의 고유권한인 주요간부 인사권에 관여한다고 한다.

산업부는 지난해 1월부터 산하 공공기관 기관장 등의 인선과정에 사전자격심사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 제도를 오는 10월부터 공공기관 기관장에게 주어졌던 재량권인 공공기관 주요간부 인사과정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장이 주요간부에 대한 인사단행 시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공공기관 기관장 고유권한에 대한 자율경영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해당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최근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 여파로 일명 관피아(관료 마피아) 관련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여론의 질타를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산업부가 사전자격심사제도 대상으로 산하 46개 공공기관 중 소속직원이 500명 이상의 공공기관 본사 본부장과 지역본부장 등을 포함시킬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전을 비롯해 발전6사, 가스공사, 석유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에너지공기업이 해당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접한 해당 공공기관은 발끈하는 분위기다. 산업부가 산하 공공기관 주요간부까지 사전자격심사제도를 도입할 경우 정부의 인사개입이 더욱 심화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공기관 기관장 자율권이 크게 훼손될 것이란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공공기관의 고유권한이 훼손된다는 것에 있다. 사실상 공공기관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산업부가 쥐겠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공공기관 기관장의 권한은 무엇인가. 공공기관에서 추진되는 대부분의 사업이 정부정책에 좌지우지(左之右之)되는데다 직원에 대한 인사권마저 공공기관 기관장으로부터 빼앗아 버리면 과연 공공기관 기관장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물론 공공기관 기관장은 관련 사업을 총괄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겠지만 조직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힘들다. 또 조직에 융합되는 것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결국 일명 ‘바지사장’으로 전락할 요소가 다분하다는 뜻이다.

공공기관인 것을 감안하면 정부가 기관장 인선과정에 관여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관련 사업도 사실상 정부정책에 의거 추진되다보니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도 이해해 줄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공공기관 기관장이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잃게 된다면 조직의 역량이 기관장으로 집중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기관장에 대한 조직원의 충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 그에 따른 부작용도 상당히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 산업부는 공공기관 기관장이 주요보직자를 임명할 때 위기대응능력·이해관계조정능력 등 후보자가 갖춰야 할 역량을 평가한 뒤 공공기관 기관장이 적임자를 선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또 산하 공공기관 대부분이 국민생활·안전관리 등과 직결돼 있는 만큼 주요간부의 위기대응능력과 이해관계조정능력 등이 필요함에 따라 이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산업부의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상당히 떨어진다. 설사 이 제도가 운영과정에서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공공기관 기관장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차라리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수준이라면 몰라도 이를 제도적으로 묶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상 공공기관의 직원은 500명 이상이다. 한전 등 규모가 있는 조직 내 인사시스템이 없을까. 당연히 공공기관 특성에 맞도록 인사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산업부가 공공기관 주요간부 인사에 관여하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산업부에서 인정한 인사가 추후 문제를 야기 시킬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산업부가 책임질 것인지 분명 따져봐야 한다.

산업부가 산하 공공기관을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공공기관의 인사권에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보다는 공공기관 기관장에게 권한을 주면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기관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기본적인 정부의 역할은 합리적인 인선과정을 통해 적합한 기관장을 선임한 뒤 선임된 공공기관 기관장들이 해당 공공기관의 조직에 융합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첫 번째인데 이번 조치는 이것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공공기관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담당자만 처벌을 받는 것에 그치고 있다. 사실상 기관장은 잠시 도의적인 책임만 받을 뿐 실제로 잘못된 인사에 대한 문책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산업부가 공공기관을 관리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공공기관이나 기관장에게 충분한 경영자율권을 보장해 준 뒤 사업이나 인사에 대한 책임을 지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먼저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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