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한 번의 약속을 어긴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분단국가이자 최근 들어 북한 핵문제의 소용돌이 중심에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한반도를 주시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접근해 본다면 이 약속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일로 국제사회가 한반도를 안전지대로 인식하는데 한 걸음 늦춰지게 됐다. 의장국인 네덜란드 측은 박 대통령에게 미국 등과 함께 방탄차량까지 제공하지 않았던가.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한반도의 현재 모습이다.
이번 일로 당장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거나 제재를 받는 건 아니지만 쌓이고 쌓이면 국익에 그리 이로울 것이 없다. 작게나마 생채기를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치인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란 질문에 대한 명쾌한 대답이 이번 일로 여실히 보여줬다.
여당은 식언에 발목이 잡혀 야당을 설득하지 못했고, 야당은 방송법 개정(안)과의 연계처리를 완강히 고집하며 협조를 거부했다. 그 결과 나라의 체면이 구겨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여야는 책임공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물론 이번 정상회의에 참가한 53개 국가 중 16개 국가만 관련법을 통과시켰다. 다만 우리는 전 회의 의장국이자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이면서 북한의 핵 문제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익을 위해서라도 서둘렀어야 옳다.
정치공학 측면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여야는 볼 수 있겠지만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은 조금 다른 성격을 갖는다. 우리가 스스로 국제사회에 약속한데다 한반도가 안전지대란 인식이 확대될 때 투자가 이어지는 등 경제 활성화에 보캠이 된다. 그런 이유에서다. 다르게 표현해 보면 한반도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우리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정치인은 국민을 위하고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 아닌가. 여야가 하찮게 생각한 이번 일이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똑똑히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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