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에 부메랑된 을지로委
민주당 지도부에 부메랑된 을지로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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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2.27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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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한길 대표 등 지도부가 대표적인 자랑거리로 삼아왔던 을지로(乙을 지키는 길) 위원회가 오히려 당 지도부를 압박하는 존재로 변모하고 있다는 지적이 27일 제기됐다.

민주당 내 초·재선의원 22명이 결성한 모임 '더좋은미래'는 이날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조기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원내대표 경선을 5월에서 3월로 앞당겨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병헌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의 협상 방식과 철학을 문제 삼으면서 사실상 퇴진을 요구했다. 아울러 지방선거 선대위에는 현 지도부 인사들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사실상 당 지도부 불신임 선언을 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 특별검사 수사 도입 협상을 비롯해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협상 등 여러 국면에서 현 지도부의 타협적인 협상방식과 온건한 투쟁방식에 불만을 품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의 거점이 당내 을지로위원회였다는 점이다. 을지로위원회는 대기업 등 소위 갑(甲)들의 횡포를 고발하는 활동을 하면서 우리 사회 을을 위한 현장방문과 입법활동 등을 해온 당내 기구다. 우원식 최고위원이 을지로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실제로 이번 기자회견을 주도한 인사들은 대부분 을지로위원회 분과장들이다. 기자회견에 나선 김기식·유은혜·은수미 의원도 그간 을지로위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던 인물들이다.

김기식 의원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을지로위원회를 통해 약자를 위한 정치, 분권정치, 시민정치를 위해 지방선거에서 어떤 공약을 쟁점화할 지 결정했다"며 "(이것들은 앞으로)을지로위 활동을 하면서 공식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은혜 의원도 "국민의 생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방선거 승리가 최대과제라는 것을 을지로위원회에서 느꼈다"고 말했다.

은수미 의원 역시 "약자와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해서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돌파하고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리더십으로 가능하냐"며 당 지도부를 비난한 뒤 "거기에 대해 답을 하는 과정으로 오늘 간담회나 향후 시리즈로 보여드리고 을지로위원회 활동을 통해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재벌 등 소위 갑(甲)들의 횡포를 고발하는 을지로위원회 활동을 매개로 결집했고 그 결과 당 지도부를 향해 좀 더 강한 대여투쟁을 요구하는 집단으로 조직화된 셈이다.

이 같은 장면을 보는 당 지도부는 씁쓸한 입맛을 숨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간 김한길 대표가 을지로위원회를 자신의 치적 중 가장 자랑스러운 것으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난달 16일 YTN신년인터뷰에서 "내가 대표되자마 을(乙)을 위한 정당이 되겠다고 했고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했다. 을지로위원회의 성과는 우리 정치사에 기록될만한 것"이라며 "을지로위원회야말로 우리당이 추구하는 정치를 우리 국민들에게 제대로 보여준 자랑스러운 예"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같은달 14일에는 '상가권리금 약탈 피해사례 발표회'에서 "김한길이 당대표가 된 뒤에 가장 보람 있는 일이 무엇이라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을지로위원회를 만들어서 을의 정치를 실천했다는 것이라고 말씀을 드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7일 을 살리기 입법결의대회 및 활동 6개월 다큐상영회에서는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하고 을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우리 민주당이 노력해 온 내용은 우리 민주당 소속의 모든 국회의원들이 긍지로 삼고 있는 일"이라며 "을지로위원회의 지난 6개월이 있었기 때문에 민주당이 당당하게 민생정당이라고 지금도 말할 수 있다. 참 고맙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을지로위원회를 친노무현계와 시민사회 출신 인사 등 당내 강경파들의 진보 지향적인 요구를 분출시키는 장으로 삼아 당내 갈등을 잠재워 왔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그랬던 을지로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이 오히려 자신의 러닝메이트인 전병헌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함은 물론 자신에게까지 무언의 압박을 가하자 김 대표로선 안타까운 심정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내에선 더좋은미래와 을지로위원회의 노선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란 견해도 있다.

이번 더좋은미래의 논의과정 중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 간에도 전병헌 원내대표에 대한 퇴진요구에 관한 부분에선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을지로위원회의 성격이 변해선 안 된다는 견해도 만만찮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권력을 둔 갈등구도에 편입되면 향후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당 지도부 교체 주장이 불거진 가운데 김한길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당내 강경파의 의견을 수렴하고 갈등을 불식시킴으로써 분열상을 봉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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