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제철 등기임원자리에서 9년 만에 물러난다고 밝힌 가운데 내달 몰려 있는 주주총회에서 재계 총수일가가 등기임원자리를 유지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내달 대부분 기업의 주총이 몰려 있다. 내달 7일 LG디스플레이, 14일 삼성전자, 호텔신라, 제일모직, 현대차, 포스코, 신세계, 21일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GS건설 등이 주총을 개최한다.
주목할 점은 이번 주총에서 정몽구(현대자동차·현대제철), 이부진(호텔신라), 최태원(SK이노베이션), 구본준(LG전자), 정의선(현대모비스), 정지선(현대백화점) 등의 등기이사 재선임여부가 결정된다는 것.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1월 경영성과와 보상 간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하고,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개정함에 따라 내달부터 연봉 5억원이 넘는 상장사 등기임원은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등기이사가 아닌 오너 일가는 회사경영과 관련된 주요 결정에 참여하지만 기업 경영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법적 책임을 지지 않고, 보수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책임 경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삼성의 경우 오너 일가 가운데 유일하게 등기이사로 있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재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이건희 회장의 사위인 김재열 삼성 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은 비등기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등기이사를 맡지 않아도 경영상 책임을 회피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를 대표하는 분이기 때문에 등기이사 자리를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나 김재열 사장은 상대적으로 대표성이 없지 않느냐"며 이부진 사장만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차의 경우 정몽구 회장이 내달 현대제철 등기이사직을 사임한다고 밝혔지만, 현대차의 등기이사직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상장사 기준으로 현대모비스, 현대건설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정 회장은 현대제철 등기이사에서 물러나 자동차 부문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현대차 등기이사에 재선임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의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데, 현대모비스의 등기이사 임기는 내달 만료된다. 현대모비스는 정 부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했다고 밝혔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 역시 상정된 상태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변이 없는 이상 구 부회장의 등기이사직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아직 이사회가 열리지 않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 여부를 정확히 알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 회장이 등기이사직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내달 5일이나 6일쯤 전자공시를 확인해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등기이사를 그만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횡령 사건 상고심 선고 공판이 있기 때문에 재판 이후에나 SK이노베이션 등기이사 재선임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의 경우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에 따라 대표이사직을 사임했지만, SK이노베이션의 업종은 그 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재판의 결과는 큰 변수가 되지 않을 전망"이라며 "다만 선고 이후 최태원 회장의 의중이나 이사회의 결정을 토대로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될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지난해 주총 시즌 때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이 정관 개정을 놓고 갈등을 빚었는데, 이런 경우는 드물다"며 "경영권 다툼이 일어나고 있지 않으면, 주주총회에 상정된 안건은 대부분 의결된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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