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3·4호기, 케이블 교체 현장을 가다
신고리 3·4호기, 케이블 교체 현장을 가다
  • 발전산업신문 박재구 기자
  • pgnkorea@gmail.com
  • 승인 2014.02.25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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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기 철거 완료, 4호기 37% 진행…3월 교체작업 착수, 10월 완료 예정
국내원전 건설·운전경험 최대 반영, 내진성능 강화 등 안전성·경제성 향상

꽃 같은 청춘들이 채 피지도 못한 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의 참담한 소식을 접한 채 신고리 3,4호기 건설현장을 찾아가는 길, 어느 때보다 안전의식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게 된다. 리조트 붕괴사고가 단순 폭설로 인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구조물 자체의 부실공사로 인한 인재일 가능성이 높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리조트 붕괴사고와 신고리 3·4호기 건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뜬금없이 신고리 3·4호기 취재에 리조트 붕괴사고를 언급한 것은 안전 확보를 위한 사전 확인과 예방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말하고 싶어서이고, 만에 하나를 대비한 철저한 안전 조치가 신고리 3·4호기 건설현장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고리 3·4호기는 건설 막바지 안전등급 제어케이블의 시험성적서 위조가 발견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시험성적서 위조 케이블의 성능 입증방안을 요구받았고, 이에 지난해 7월부터 화염시험, LOCA 재시험 등을 수행한 결과 화염시험 불합격 판정을 받음에 따라 지난해 10월 기 설치된 해당 케이블 교체를 결정하고 현재 교체대상 케이블 철거작업이 진행 중이다.

신고리 3·4호기의 교체대상 케이블은 총 1,142Km로 3호기는 지난 2월 8일 철거가 완료됐으며, 4호는 37%의 공정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철거작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신고리 3·4호기에 설치될 신규 안전등급 케이블은 미국 RSCC사의 제품으로 올 3월부터 5월까지 납품될 예정이며, 납품 즉시 케이블 설치작업에 착수해 당초 계획대로 올 10월 말까지 교체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후 원안위로부터 운영허가를 취득하고 시운전을 거쳐 상업운전을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신고리 3·4호기에서 진행 중인 케이블 교체공사의 경우 우선 전체 7,300여km에 달하는 케이블 중에서 교체대상 케이블만 골라내 철거해야 하고, 당초 작업 후 실링 처리된 부분도 제거한 후 철거해야 하는 등의 애로사항이 적지 않아 철거작업 자체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온전치 못한 제품을 납품한 업체에 대한 원망의 마음도 분명 있을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거작업을 진행 중인 현장직원들은 안전한 원전 건설을 통한 대국민 신뢰 회복이 최우선이라는 사명감으로 오늘도 철거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투명하지 못한 시스템과 그 속에서 사익을 챙긴 일부 비리 직원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그들은 당연히 단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는 안전한 원전 건설과 운영을 위해 나름의 사명의식을 갖고 드러내지 않은 채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훨씬 많은 원전 종사자들도 있음을 기억하고 인정해줘야 할 것이다. 이는 그들의 손끝에 과거는 물론 현재, 미래의 원전 안전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원전을 다 함께 만들기 위해서는 철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채찍과 더불어 보이지 않는 노력과 헌신에 대한 따뜻한 격려도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한편 신고리 3·4호기는 가동 중인 고리 1~4호기와 신고리 1·2호기의 인접부지인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원에 국내 최초로 건설되는 우리나라 고유의 노형인 APR1400 원전(설비용량 1,400MW급 신형경수로)으로, 한국표준형원전을 토대로 해외 신형원전의 신개념 기술을 참조해 설계됐으며 기 확보된 국내 원전의 건설·시운전 및 운영경험을 최대한 반영했다.

신고리 3·4호기는 내진성능 강화를 위해 원자로건물과 보조건물을 공동기초 위해 건설했고, 내진 설계기준도 기존 원전의 0.2g(규모 6.5 이상의 지진에 해당)에서 0.3g(규모 7.0 이상의 지진에 해당)로 강화·적용해 지진 등의 자연재해로부터 보다 안전하도록 했다. 또 설계수명을 60년으로 늘려 경제성도 크게 향상시켰다.

또한 사고 방지는 물론 만일의 사고 발생 시에도 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원자로용기 직접주입(Direct Vessel Injection), 비상노심냉각수 유량조절장치(Fluidic Device in SIT), 파이롯트구동안전밸브(POSRV), 원자로건물내 핵연료재장전수조(IRWST) 등 중대사고 완화 방안을 설계개념에 대폭 반영함으로써 안전성을 더욱 향상시켰다.

신고리 3·4호기 주제어실은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첨단설비로 인간중심의 자동화개념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신호 검증 및 기능 감시 등의 다양한 운전지원 기능을 컴퓨터기반의 워크스테이션에서 제공해 운전편의성을 향상시킴으로써 운전원의 업무 부담을 감소시키고, 인적오류 가능성이 최소화되도록 설계했다.

또한 한국표준형원전의 반복건설을 통해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개선된 설계 개념을 적용했으며, 특히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을 양호기 사이에 통합 배치하고 각종 펌프, 탱크, 열교환기의 통합 등으로 건물 및 설비를 최적화함으로써 건설 물량을 크게 감소시켜 경제성을 향상시켰다. 이와 함께 모듈화 공법 및 Deck Plate 공법 등 신기술·신공법을 최대한 적용해 시공성도 더욱 향상시켰으며, 발전소 기기냉각용 해수는 수중 취·배수 방식을 채택해 온배수 영향을 최소화함으로써 환경친화적인 발전소를 구현했다.

아울러 신고리 3·4호기는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를 계기로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대형 자연재해 상황에 대비한 개선조치 사항들을 반영해 안전 최우선의 원전을 지향하고 있다.

일정규모 이상의 지진이 감지될 경우 원자로를 자동으로 정지하는 지진자동정지 설비를 도입하고 기존 비상발전기에 추가로 이동형발전기를 지진해일에도 충분히 안전한 높은 위치에 설치해 발전소 정전에 대비했으며, 원자로와 사용후연료 저장조의 냉각기능 상실에 대비해 외부로부터 냉각수를 주입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외에도 방수문 설치, 화재방호시스템 강화 등 후쿠시마원전과 같은 사고에 안전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보강조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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