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대필사건’ 강기훈 씨 23년만 재심서 무죄
‘유서대필사건’ 강기훈 씨 23년만 재심서 무죄
  • 김옥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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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2.13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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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당시 국과수 감정결과 신빙성 없다고 판단해
유서대필사건의 강기훈 씨가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지 23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는 지난 13일 자살방조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이 확정돼 만기 복역한 강 씨에 대한 재심을 한 결과 유서의 필적이 김기설의 필적이 아니라 강 씨의 필적이라고 판단한 1991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는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당시 국과수 감정인은 유서의 글씨에서 나타나는 희소성 있는 필적이 강 씨의 필적과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점을 근거로 강 씨를 유서 작성자라고 판단했다”면서 “그러나 그 필적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으로 보기 어려운 사정 등을 종합하면 강 씨를 유서 작성자라고 판단한 감정결과는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감정인은 또 정자체로 이뤄진 김기설의 기존 필적과 속필체로 된 유서를 단순 비교·판단해 김기설의 필적이 아니라고 감정한 점도 신빙성이 없는 부분”이라며 “오히려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김기설이 분신자살 전에 보였던 당심에서 새로 감정한 감정결과를 종합하면 유서는 강 씨가 아니라 김 씨가 작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조작된 증거라고 주장했던 김기설의 전민련 수첩과 메모장 등에 대해 재판부는 “관련 증인들의 증언이나 기재됐던 형상 등에 비춰보면 조작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이 사건과 함께 심리된 국가보안법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하며 “이미 복역했던 형에 산입되므로 다시 형을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첨언했다.

이 사건은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총무부장인 강기훈 씨가 후배 김기설 씨에게 분신할 것을 사주하고 유서를 대신 써준 혐의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사건이다.

당시 노태우 정권은 명지대 1학년생이던 강경대 씨가 시위 도중 쇠파이프에 맞아 숨지고, 이 사건으로 대학생들의 항의 분신이 잇따르자 국면전환용 사건이 필요했다.

이에 노태우 정권은 1991년 5월8일 서강대 번관 옥상에서 분신한 뒤 투신해 숨진 김 씨의 배후로 강 씨를 지목, 국과수 필적 분석 결과를 내세우며 강 씨를 구속기소했다.

법원 역시 '유서의 필적은 김씨가 아닌 강씨의 필적'이라는 국과수 감정 결과를 근거로 강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 강씨는 1994년 8월 17일 만기 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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