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설비 조기 교체한다더니 부채감축계획에는(?)
원전설비 조기 교체한다더니 부채감축계획에는(?)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4.02.13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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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日 원전사고 등 대책으로 원전설비 조기 정비·교체키로
한수원, 내구연한 조정 등 포함한 부채감축계획 수립 후 보고
강도 높은 부채감축 압박…풍선효과로 되돌아올까 ‘전전긍긍’
최근 공기업 부채에 대한 정부의 강도 높은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칫 본질에서 벗어나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정부의 과도한 부채감축압박이 자칫 국민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는 18곳 부채감축 대상기관에 대한 정상화대책 이행계획을 제출받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공기업은 중장기재무관리계획 대비 자구노력으로 오는 2017년까지 39조5000억 원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중 한국전력공사·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대한석탄공사·발전6사 등 에너지공기업은 19조6241억 원을 줄이기로 했다. 특히 정부는 이도 모자란다면서 일부 공기업에 추가로 부채를 감축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의 공기업 부채감축 관련 에너지업계를 취재한 결과 공식적인 언급은 기피했으나 에너지시설의 안정적인 운영과 안정적인 에너지공급 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실현가능성에도 물음표를 던졌다.

원전의 경우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원전사고 등의 영향을 받아 원전안전성을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계획예방정비 확대 등 특단의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사업자인 한수원은 정부정책에 반할 수밖에 없는 부채감축계획을 보고했다.

한수원이 기획재정부에 낸 부채감축계획을 살펴보면 한수원은 오는 2017년까지 4조2308억 원을 자구 노력으로 줄이기로 했으며, 장기투자설비(원전설비)에 대한 면밀한 점검·진단으로 교체시기를 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사업조정으로 2조5847억 원을 줄이기로 했다.

문제는 한수원의 사업조정계획이 계획예방정비와 직결될 수 있다는 것. 일반적으로 장기투자설비는 소모품을 제외한 원전설비를 일컫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수원은 신규 사업과 원전설비에 대한 투자심의위원회 등으로 면밀한 진단 후 교체여부를 결정지을 계획이며, 이를 통해 사업조정의 2/3인 1조6000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감축할 방침이다. 결론적으로 한수원이 부채를 감축하기 위해선 원전설비 교체시기를 가능하면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수원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과 장기투자설비에 대한 심의위원회를 거쳐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원전의 안전을 위해하는 계획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현재 조정 중에 있어 세부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1월 지식경제부(現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산업의 근본적인 체질개선 및 혁신방안’을 통해 계획예방정비의 점검항목과 정비기간을 대폭 확대해 충분한 정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원전설비는 기존 내구연한에 따른 정비·교체에서 내구연한보다 조기 정비·교체로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원전안전에 위험요소를 사전에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원전설비를 조기에 교체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수원의 난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부채증가에 지대한 영향을 줄 있는 신규원전건설이 잇따라 계획돼 있고, 일본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안정장치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진데다 계획예방정비기간 확대에 따른 원전가동률 인하로 한수원의 부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중론이다.

특히 한수원은 매각할 자산이 없는 등 부채를 줄일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정부의 부채감축 압박과 함께 원전설비교체시기가 느슨하게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문제는 발전5사에도 나타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한국서부발전(주)(1조6079억 원) ▲한국중부발전(주)(1조3200억 원) ▲한국남부발전(주)(1조1293억 원) ▲한국남동발전(주)(1조878억 원) ▲한국동서발전(주)(1조66억 원) 등 발전5사는 사업조정으로 3조1439억 원 등 총 6조1516억 원의 부채를 자구노력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이들의 사정도 한수원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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