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의 불편한 진실, 그리고 방사성폐기물
원전의 불편한 진실, 그리고 방사성폐기물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4.01.02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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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개발도상국 최대 관심사는 안정적인 전력수급. 사회 인프라를 구성하는데 필수제이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생활수준을 평가하는 척도로 1인당 전력사용량이 잣대로 활용될 정도다.

국가를 운영하는데 있어 안정적인 전력수급은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대한민국도 한국전쟁 이후 피폐해진 이 땅에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등 경제발전을 일궈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아픔을 겪기도 했다. 석유발전에만 의지하던 1970년과 198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은 우리 경제의 심장을 멎게 만들었다.

이후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정부는 원전과 석탄발전 등 다양한 발전전원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원전확대정책도 이를 발판삼아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쓰리마일원전사고와 체르노빌원전사고가 세계원전시장을 냉각기로 만들었을 당시 우리는 원전핵심기술을 확보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그리도 또 다시 불어온 원전르네상스는 우리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후쿠시마원전사고와 그 동안 누적됐던 원전비리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일대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국내외 반핵단체를 중심으로 원전의 가격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또 다시 혼란의 소용돌이에 접어들고 있다. 원전해체비용과 방사성폐기물처리비용 등이 과연 적절하게 반영됐느냐가 논란의 중심이다.

원전 찬성 측은 기술개발의 진척 수준을 감안하면 이 비용을 충분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반면 반대 측은 실체가 없는 기술에 의존하는 것은 후손에게 큰 부담을 줄 수 있을뿐만 아니라 결코 가격경쟁력에서 우월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해소될 때까지 이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뿐만 아니라 원전가동에 따른 방사성폐기물은 아직도 방향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현재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경주에서 막바지 공사 중이다. 오는 6월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만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방향은 전혀 잡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공론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 시작이다. 최근의 밀양송전탑사태 등을 감안할 때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대한민국 왜 원전을 선택했나.

답은 적은 비용으로 대량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 가격경쟁력으로 요약될 수 있다. 특히나 부존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적합한 발전전원으로 손꼽히는 충분한 명분으로 작용했다.

한국전쟁 이후 피폐했던 이 땅에 경제발전을 뒷받침할 동력이 필요했고, 1970년대와 198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은 우리나라 원전확대정책의 시발점으로 작용했다. 당시 국제자원시장서 안정적인 발전연료 확보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는 큰 과제였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은 23기의 원전을 운영하는 원전대국의 모습을 갖췄다. 또 원전종주국인 미국에 원전설비를 수출하는 수준의 원전기술력을 확보한데 이어 아랍에미리트에 원전을 수출하는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원전사고와 7년 뒤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원전사고 이후 세계원전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계획됐던 신규원전건설은 중단되거나 취소됐고, 한때 호황을 누렸던 원전기업은 경영악화에 시달리면서 꽁꽁 숨겨져 있던 원전핵심기술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세계를 뒤흔든 원전사고에도 불구하고 원전확대정책을 추진했던 우리나라와 일본 등은 원전기업의 원전핵심기술을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됐다. 원전수출의 핵심기반을 마련하는 동기가 된 셈이다.

원전업계 한 원로는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전, 우리가 발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전)공사에 참여조차 시켜주지 않을 정도로 자신들의 기술을 노출하는데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면서 “이후 수요처가 줄어들자 하나 둘씩 원전핵심기술을 이전시켜주는 계약조건을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그 덕에 우리가 원전을 수출할 만큼의 (원전)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꽁꽁 얼었던 세계원전시장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조금씩 녹기 시작했다. 기후변화협약 등이 국제사회의 공동과제로 부각되면서 사르르 녹기 시작했다. 당시 원전르네상스란 말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통용될 정도다. 이후 원전정책을 보류시켰던 선진국을 비롯해 신규로 원전을 도입하는 신흥개발도상국들의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

그러던 중 일본의 후쿠시마원전사고가 찬물을 끼얹었다. 이후 세계원전시장은 혼란을 겪고 있으나 체르노빌원전사고처럼 세계원전시장을 냉각시키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다소 우세하다. 물론 국내외 반핵단체에게 반대의 명분을 만들어줬음은 앞으로도 지켜봐야 할 문제다.

기후변화협약, 왜 원전에 힘을 주나. 한국수력원자력(주)이 낸 자료에 따르면 원전은 kWh당 10그램의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킨다. 현존하는 발전전원 중 가장 적은 양이다. 그렇다면 다른 발전전원은 어떨까. 석탄발전은 991그램으로 원전의 99배에 해당한다. 또 청정에너지인 천연가스를 발전연료로 하는 가스발전도 55배인 549그램이다. 이밖에도 석유발전은 782그램, 신재생에너지전원을 대표하는 태양광발전도 57그램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등 원전보다 5배나 많았다.

이처럼 원전은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으로 손꼽힐 뿐만 아니라 가격경쟁력도 그에 버금가는 명분을 제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저렴한 전기요금을 유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원전의 가격경쟁력, 과연 진실은.

일반적으로 원전의 비중이 높아지면 지금처럼 보다 저렴한 전기요금 수준은 유지될 수 있다. 반면 원전의 비중이 낮아지면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상대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이 큰 폭으로 인상될 수 있음이다.

이 공식은 원전 찬반논란을 떠나 모두 공유할 수 있는 공식이다. 다만 현재 통용되는 원전의 발전단가가 가격경쟁력 차원의 논란거리다. 원전의 안정성 차원에서 정부는 원전가동률을 80%대로 낮추고, 원전의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 구비, 계획예방정비 점검분야 대폭 확대 등으로 원전의 발전단가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도의 차이다.

대부분의 발전단가를 결정짓는 발전연료를 살펴보자. 원전의 발전연료인 우라늄은 높은 에너지밀도와 함께 손쉽게 비축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 최근 들어 우라늄의 가격이 소폭 오르긴 했으나 다른 발전연료에 비해 다소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우라늄 1그램은 품질이 우수한 석탄 3톤, 벙커C유 10드럼을 태웠을 때 생산되는 열량과 맞먹는다. 100만kW급 석유발전을 1년간 운영하는데 150만 톤의 발전연료를 필요로 하는 반면 원전은 우라늄 20톤만 있으면 된다.

2012년 말 기준 대한민국에서 판매되는 발전전원별 가격을 살펴보자. 공식적으로 원전은 건설과 해체비용, 방사성폐기물처리비용 등을 포함해 kWh당 판매단가는 39원인 반면 석탄발전은 66원, 가스발전 210원, 석유발전 253원, 태양광발전 599원 등으로 집계되고 있다.

원전가동률이 줄면 판매단가가 2배 높은 석탄발전, 5배 높은 가스발전, 6배 높은 석유발전, 14배 높은 태양광발전이 추가로 가동돼야하기 때문에 전기요금인상요인은 상대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원전사고 후 원전제로정책을 펼치고 있는 독일의 경우 지난 10년 간 전기요금이 80%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 1980년대 제2차 석유파동 당시 석유발전에 의존했던 우리나라도 전기요금 3배 이상이란 아픔을 겪은 바 있다.

단순한 수치비교에서 원전의 가격경쟁력은 우세하다. 다만 논란은 현재 원전발전단가 적절하게 책정돼 있느냐다. 전력생산에 필요한 수치에는 동감되는 부분이지만 원전 가동 후 발생하게 될 해체비용과 방사성폐기물처리비용 등이 적절하게 반영됐느냐는 원전찬반논란의 핵심이다.

먼저 전 세계적으로 원전해체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등에 대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고, 그에 따라 정확한 비용 산출이 불가능하다. 이 부분이 늘 논란의 불씨다.

원전 찬성 측은 앞으로 기술개발이 이뤄지는 만큼 해체비용은 낮게 예상하는 반면 반대 측은 보이지 않은 기술에 대한 기대를 가지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고, 당연히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될 것으로 주장했다.
특히 원전이 가동되는 이상 방사성폐기물은 계속 발생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원전건설만큼이나 중요한 사업이다.


도대체 방사성폐기물이 뭐 길래.

방사성폐기물은 원전을 가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방사성물질이다. 일종의 원전 쓰레기로 볼 수 있는데 현재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과 고준위방사성폐기물로 분류돼 있다.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은 방사능을 띤 기체로부터 방사능을 걸러내는 필터와 원자로 내 방사능을 흡착하는 이온교환수지, 액체폐기물 등을 처리한 뒤 남는 찌꺼기와 청소에 사용된 종이·걸레·비닐주머니 등을 말한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우라늄 분열로 생긴 핵분열 생성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방사선 세기가 강하고 반감기가 수만 년에 이르는 등 위험물질로 인지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간 적용됐던 방사성폐기물 분류체계가 최적의 안정성을 고려한 기존 2단계서 5단계로 대폭 세분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이 보다 세분화될 것으로 정리될 수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이은철)는 지난달 회의를 열어 방사성폐기물 분류기준을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분류체계에 의거 세분화하는 등 최적의 안정성 확보에 초점을 둔 법안을 심의·의결했다.

새로운 방사성폐기물 분류체계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중준위방사성폐기물 ▲저준위방사성폐기물 ▲극저준위방사성폐기물 ▲규제해제방사성폐기물 등 5단계.

극저준위방사성폐기물은 방사성폐기물 처분 시 방호기능을 상실할 경우 1mSv 이하, 저준위방사성폐기물은 처분장 침입자 선량이 연간 1mSv이하를 기준으로 10핵종과 전 알파 기준 이하, 중준위방사성폐기물은 저준위방사성폐기물 기준을 초과하는 것을 기준으로 방사능 농도범위는 넓지만 기준을 초과하는 것,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반감기(20년 이상) ▲핵종(알파핵종) ▲농도(4000bq/g) ▲열 발생률(2kW/㎥) 기준 등이다.

현재 방사성폐기물 관련 업무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서 총괄하고 있다.

원자력환경공단은 방사성폐기물의 안전관리를 위해 국제원자력기구 권고기준과 국제규범에 의거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사업자와 이를 처리하는 관리자를 분리시켜 상호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주자는 차원에서 지난 2008년 제정된 ‘방사성폐기물관리법’에 의거 2009년 1월 설립됐다.

원자력환경공단은 설립 후 독립된 전담기관으로서 우리나라 첫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인 경주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을 건설 중에 있다. 또 국내 실정에 적합한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책을 적기에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국내 첫 처분시설 6월 본격 가동.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등 18년의 갈등을 뒤로하고 오는 6월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현재 막바지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 시설은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일대 210만여㎡부지에 건설 중이며, 용량은 200리터 기준 80만 드럼. 1단계는 10만 드럼 규모의 동굴처분방식으로 건설되고 있으며, 2단계로 2016년까지 12만5000드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특히 원자력환경공단은 2단계 프로젝트를 동굴처분방식이 아닌 천층처분방식으로 추진하기 위해 현재 지역여론을 반영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처분방식은 아직 미정이다.

지난 2012년 방한했던 파트리스 토레스(Patrice Torres) 프랑스 로브처분장 관리센터장은 1단계와 달리 2단계에서 적용하려는 천층처분방식의 이점을 어필하기도 했다.

당시 토레스 센터장은 “동굴처분방식이든 천층처분방식이든 어떻게 설계하고 적용하는지에 따라 충분히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설계방식과 처분용기, 처분과정 등이 정확히 디자인됐다면 천층이든 동굴이든 안전성을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천층처분방식을 운영해온 로브처분장을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천층처분방식의 장점은 동굴처분방식보다 경제적이면서도 관찰이나 문제 발생 시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동굴처분방식은 비용적인 측면에서 적잖은 부담이 있고 관찰이나 문제 발생 시 신속한 조치가 다소 어려운 단점을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현재 경주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은 지상시설과 지하시설로 나눠 건설 중이다.

지상시설은 방사성폐기물 발생지역에서 반입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을 인수한 뒤 검사·저장하는 인수·저장건물과 방사성동위원소나 그에 오염된 물질인 RI(Radio Isotope)방사성폐기물과 시설 내에서 발생되는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사성폐기물건물 등으로 지어졌다. 또 처분시설의 모든 정보를 손쉽게 감시하기 위한 주제어실과 방사선관리구역 출입통제실, 장비수리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지상시설이 완료되면서 지난 2010년 12월 원전가동 30년 만에 방사성폐기물 독립시설이 처음으로 가동됐다. 원자력환경공단은 당시 한울원자력본부 임시저장고에 보관 중이던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1000드럼을 전용선박인 ‘청정누리호’를 이용해 반입했다.

이 방사성폐기물은 방사능측정기·엑스레이·초음파검사 등의 과정을 거쳐 방사능 농도와 유해물질 포함 여부 등 정밀인수검사를 거쳐 인수저장시설에 보관 중이다. 현재 인수저장시설 내 임시로 저장중인 방사성폐기물은 흉부X선 단층촬영검사 시 발생하는 것보다 낮은 연간 6밀리시버트 이하로 관리되고 있다. 이후 지하시설이 완료되면 10센티미터 두께의 콘크리트 처분용기에 담겨져 사일로에서 최종 처분된다.

현재 지하시설은 방사성폐기물을 운반하기 위한 운영동굴과 건설을 위한 건설동굴, 운영요원 출입·점검 등을 위한 동굴설비건물, 방사성폐기물을 최종적으로 처분하는 사일로 등으로 지어지고 있다.

방사성폐기물이 최종적으로 처분될 사일로는 해수면 지하 130미터 지점에 내부직경 23.6미터, 높이 50미터의 원통형 구조물로 총 6기가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사일로는 총 10만 드럼의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밖에도 경주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은 일반인을 위한 환경친화단지를 갖추고 있다. 이곳에 오감으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학습장을 비롯해 빛을 테마로 한 ‘빛테마공원’과 방문객을 위한 방문객센터, 학습과 공연장으로 활용될 수 있는 야외무대 등이 구성된다.

다만 준·저준위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할 수 있는 시설은 오는 6월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반면 원전본부별로 임시저장중인 사용후핵연료에 대안은 전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사용후핵연료 넌 누구냐.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핵분열을 마친 원전연료로 고준위방사성폐기물로 분류된다. 원전연료가 핵분열을 하게 되면 제논·스트론튬·세슘·플루토늄 등과 같은 맹독성 방사성물질이 새롭게 발생하고 열을 방출하게 됨으로써 직접 사람에 노출되면 치명적이다. 따라서 사용후핵연료는 안정적인 보관을 위해 지하 500∼1000m 깊이 암반층에 격리돼 10만 년 이상 보관돼야 한다.

현재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은 곧 포화상태에 이른다. 고리원전은 2016년, 한빛원전(前 영광원전) 2021년, 한울원전(前 울진원전) 2018년, 월성원전 2017년 각각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신규원전건설 등 임시저장시설이 확충되더라도 고리원전과 한울원전은 신고리원전과 신한울원전 이송·저장으로 2028년, 월성원전의 경우 조밀건식저장시설(MACSTOR)을 추가하면 2026년까지 저장이 가능하다. 반면 한빛원전은 신규원전건설이 없어 당장의 불등이다. 영광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을 활용해 이송·저장하더라도 3년 정도 늘어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서두르는 눈치다. 전국 원전본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곧 포화상태에 이르고 중간·영구 처분시설을 건설하는데 꼬박 30∼40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민간주도의 사용후핵연료 정책포럼이 꾸려져 지난 2011년 11월부터 2012년 8월까지 운영됐다.
이들은 ▲2024년 이전까지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건설 완료 ▲공론화위원회 구성해 공론화 착수 ▲조밀건식저장시설 설치와 중간저장 방식, 부지선정 절차 마련 등 공론화위원회서 논의 ▲중간저장시설 건설·운영에 필요한 규제기준 법제화 등을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12년 11월 열린 제2차 원자력진흥위원회는 ▲공론화 과정 거쳐 부지선정 등 관리대책 단계적 추진 ▲2013년 상반기 공론화위원회 구성·운영 ▲부지선정과 건설착수는 공론화위원회 논의 결과 등 반영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책 추진계획(안)’을 의견하기도 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발족의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올해가 원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산업통산자원부와 공론화위원회 등 이원화로 추진된다.

먼저 산업부는 중간저장방안과 부지선정절차 등의 권고(안)를 제시할 것을 공론화위원회에 요청하게 된다. 이 요청을 받은 공론화위원회는 논의주제와 참여자·프로그램 구성 등의 실행계획을 확정한 후 대정부 권고(안)를 만든 뒤 정부에 제출하게 된다. 이에 산업부는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를 최대한 존중한 뒤 ‘방사성폐기물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의 시발점이 될 공론화위원회가 지난해 10월 우여곡절 끝에 출범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정진승 APEC기후센터 소장 ▲홍두승 서울대 교수 ▲송하중 경희대 교수 ▲김창섭 가천대 교수 ▲김은희 서울대 교수 ▲박순애 서울대 교수 ▲조성경 명지대 교수 ▲김연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 ▲백태환 경주시의회 의원 ▲최길영 울주군의회 의원 ▲김대군 기장군의회 의원 ▲송재원 울진군의회 의원 ▲하선종 한빛원전 민간환경안전감시위원회 의원 등 15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됐다.

홍두승 서울대 교수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 부지선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첨예한 갈등 사안을 해결한 경험을 인정받아 위원장으로 활동하게 됐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됨에 따라 이들은 전문가·시민환경단체·지역주민·일반국민 등 여러 이해관계자로부터 다양한 관리방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등 광범위한 의견수렴절차를 거치게 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사용후핵연료 관리문제에 대한 공론화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이 위원회에 대한 재정·행정적 지원에 충실할 계획”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위원회와 관계부처 간 소통·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무조정실을 주관으로 한 범부처협의체를 발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민사회단체 추천위원으로 선정된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과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이 불참을 선언했다. 이들은 현재 구성된 위원들은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 불편부당하게 국민의견을 모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현재 탈퇴한 2명의 위원을 제외한 13명의 위원으로 공론화위원회를 꾸려나갈 계획이지만 시민환경단체와 지속적으로 대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민단체를 대표할 위원들이 공론화위원회의 참여를 거부함에 따라 반쪽 위원회란 평가가 있는 반면 이 위원회의 출범 자체에 의미를 두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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