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공기업이 살고자하는 몸부림
철도파업! 공기업이 살고자하는 몸부림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3.12.30 09: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트칼럼-김진철 에너지타임즈 취재팀장>
철도파업, 시간이 흐를수록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찬반여론이 극적으로 대립되면서 국민은 혼란스럽다. 심지어 철도파업은 공기업을 둘러싼 갈등으로 크게 번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권으로 확대되면서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철도노조는 큰 맥에서 철도산업의 민영화를 반대하는 것이지만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 대한 억울함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물론 이 문제는 공기업 전체의 문제다.

현 정권은 그 어느 정권보다 공공기관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방만한 경영이란 실체를 알 수 없는 명분이 이들을 옥죄고 있는 것인데 경제부총리뿐만 아니라 국무총리, 대통령까지 나서서 질타를 쏟아내고 있다. 정부의 얘기만 듣고 있자면 천하의 역적이 따로 없다.

철도노조가 파업이란 최악의 히든카드를 빼든 배경이 중요하다. 국민들로부터 심판받겠다는 것이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면서까지 파업을 강행한 목적이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공기업 노동자에게만 비난이 쏟아졌던 과거와 달리 찬반여론이 팽팽하게 맞부딪혔다.

철도파업은 이미 국민에게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당연한 결과다. 줄어든 열차운행으로 일부 국민들의 발목은 묶였고, 절반이하로 뚝 떨어진 열차화물운송능력은 산업경제에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주고 있다.

정부와 일부 보수언론은 국민의 불편을 부각시키면서 철도파업을 주도한 철도노조의 입지를 곤란하게 만들지만 한편으로 이들에게 후원의 손길을 뻗는 등 철도노조에 힘을 보태는 국민도 적잖다. 과거와 분명 달라진 모습이다.

한 네티즌은 “철도공사가 적자가 나면 우리가 돈을 더 내면 될 것 아니냐”면서 “오지에 사는 내 부모형제를 위한 돈이라면 언제든지 낼 여지가 있다”고 철도노조를 지지하기도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국민의 발인 열차운행을 두고 (철도공사가) 도박을 하면 되느냐”고 철도노조의 파업을 반대하기도 했다.

철도노조, 국민의 비난이 쏟아질 수 있는 파업을 왜 선택했을까. 정부가 철도공사의 늘어난 부채를 방만한 경영에 있다고 본 뒤 대안으로 경쟁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대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최근 공기업의 부채는 왜 늘어났을까.

먼저 철도공사부터 살펴보자. 철도공사 총 자산은 20조 원. 이중 자기자본 3조 원인 반면 부채는 17조 원. 방만한 경영의 한 원인인 철도노동자의 인건비는 전체 매출의 10% 내외. 고속철도를 제외한 적자노선도 2000억 원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철도공사의 부채가 크게 늘어난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 지난 2010년 철도공사가 적자에 허덕이는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하면서 한 차례 큰 폭으로 늘어났고, 경의선 투자 등 철도공사의 과다한 투자는 철도공사의 부채를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에너지공기업 중 한전·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자원공사 부채증가원인도 철도공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비정상적인 에너지가격은 이들 공기업의 부채를 가중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됐고, 정부정책으로 추진된 다양한 해외자원사업은 이들의 부채를 키웠다.

특히 에너지가격은 국회와 정부의 국민생활 안정화 차원에서 묶였고, 해외자원개발은 지난 정권의 치적을 쌓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그 결과 많은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부채가 크게 늘어나는 부작용을 낳았다.

또 한 가지, 공기업에게 사업의 추진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을까. 분명 생각해볼 문제다. 일각에선 기관장의 낙하산 등을 문제로 손꼽고 있으나 실상을 따져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공공기관 기관장이 낙하산이든 내부출신이든 보장된 임기를 채우기 위해선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선 공기업의 경영은 정부정책 등 외세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공기업의 부채를 줄이는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경영자율권인 셈이다. 정부는 과도한 이익을 낸 공기업의 이윤을 국민들에게 골고루 돌려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공기업 노동자에 대한 노동의 가치는 존중되고 있는가.

일부 보수언론 등을 비롯해 일부 국민들은 철도공사의 부쩍 늘어난 부채의 원인으로 철도노동자의 과도한 임금수준이라고 꼬집는다. 철도노동자보다 노동환경이 더 열악한 버스기사나 택시기사 등의 임금수준에 빗대는 경우가 더러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다만 접근방법은 반드시 달라야 한다. 철도노동자가 버스·택시기사의 임금수준에 맞출 것이 아니라 버스·택시기사 임금수준이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아 철도노동자 임금수준에 맞춰져야 옳다. 철도노동자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공무원이나 민간 기업의 임직원들이 철도노동자에 준하는 노동을 하고 있는지도 반드시 생각해볼 문제다.

2013년도 국정감사에서 모 의원은 민간기업의 경영부실에 따른 고통분담을 직원이 함께 하고 있다면서 왜 공기업은 그렇게 하지 못하느냐고 질타했다. 민간 기업은 높은 성과를 낼 경우 직원에게 풍성한 성과급을 줄 수 있으나 공기업은 규정에 없는 성과급을 지급할 수 없다.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의 경영환경에서 오는 차이다. 절대적인 비교가 불가능하다.

최근 공기업 임직원들이 부채에 책임을 지고 임금인상분과 성과급을 반납하기도 했다. 이 분위기가 고스란히 민간기업 노동환경에 적용될 수 있음이 심히 걱정된다. 민간 기업의 경영악화가 심각해질 경우 노동자에게 짐을 지우는 좋은 경영방법을 정부가 민간 기업에게 가르쳐 준 꼴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과도한 공기업의 복리후생을 문제 삼기도 했다. 민간 기업의 복리후생은 공기업을 잣대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공공기관 복리후생이 후퇴할 경우 민간기업 복리후생도 후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공기업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절적한 행동과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의 영리를 취했다면 성과급과 임금인상분 반환은 물론 재산을 몰수하는 등 그에 상응하는 합당한 책임을 지게 해야겠지만 모든 책임을 모든 공기업 노동자에게 지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성과급과 임금인상분 반납은 공기업 부채에 어떤 도움도 되지 못 한다. 언 발에 오줌 누는 겪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 공기업 부채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 단지 여론만 잠재울 뿐이다.

이상에서 철도파업이 주는 의미를 살펴봤다. 철도파업은 단지 철도공사 부채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공기업 부채에 대한 공기업 노동자의 몸부림으로 정리될 수 있다.

우리 노동계도 철도파업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어디까지 이어지느냐가 파업의 강행여부를 결정짓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민의 불편이 결국 공기업의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인 탓이다. 공기업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묻어나는 대목이다.

정부는 왜 공기업 임직원에게만 책임을 물을까. 왜 기관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나. 자율경영권을 보장해주지 못한 탓이다. 책임질 사람이 없으니 비난의 화살은 공기업 임직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낙하산이든 내부출신이든 정부가 기관장으로 임명했다면 자율경영권을 충분히 보장해 줘야 한다. 또 성과를 냈다면 그에 상응하는 포상을 하면 되고,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으면 간단한 문제다.

이와 더불어 공기업 노동자도 정부정책에 책임을 지는 대상이 아니라 일반 노동자와 같은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철도공사의 부채를 증가시킨 원인 중 하나인 인천공항철도 인수는 공기업인 철도공사가 공익적인 측면에서 안아야 하는 문제다. 다만 정부가 그 책임을 철도공사의 방만한 경영으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인천공항철도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주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싶다. 물론 다른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