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통운영 이관, 충분한 명분 필요해
-김진철 기자-
계통운영 이관, 충분한 명분 필요해
-김진철 기자-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3.11.28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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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전정희 의원(민주당)의 전력계통운영 관련 기존 전력거래소 업무를 한전으로 이관하자는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 발의가 전력업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를 반기는 한전이나 전력노조도 혼란스러웠고, 반대하는 전력거래소나 민간발전업계 등도 마찬가지였다.

전 의원이 발의한 이 법률(안)이 힘을 얻기 위해선 확실한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전 의원은 현행법에 의거 전력거래소가 전력계통운영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돼 있는 가운데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는 전력거래소 직원에게 맡길 수 없음에 따라 이 법률(안)을 발의했다고 공식적인 취지를 밝혔다. 전력계통운영 미숙으로 한전의 전력구매비용을 증가시켜 한전이 심각한 경영악화를 겪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전력계통운영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 의원은 자료를 통해 “지난 2년간 산업부와 전력거래소에 전력계통운영 관한 신뢰도 확보를 위한 기회를 줬음에도 변명과 회피로 일관, 전력계통 불안이 해소되지 않았고 국민에게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력수급난의 책임을 전가했다”고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단순히 전력계통운영 업무를 한전으로 이관시키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에 있다. 현재 우리 전력산업을 송두리째 휘저어놓을 수 있다는 점은 한 번 더 고려됐어야 옳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미 2년 전 9.15 순환정전사태 재방방지대책의 일환으로 정태근 前 의원(한나라당(現 새누리당))은 이와 유사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식경제위원회(現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 25명 전면이 서명하는 등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제18회 국회가 해산되면서 결국 자동 폐기됐다.

이 법률(안)은 지식경제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 한 차례 상정됐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으로 미뤄졌다. 이후 법안소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정족수 부족으로 끝내 열리지 못했다. 표면적으로 한미FTA 등 여야 간 정치적 갈등으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호성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낸 보고서 등 이 법률(안)이 전력산업에 미칠 파장에 주목한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당시 김 위원은 전력계통운영 업무를 한전으로 이관할 경우 상호간 유기적인 협조가 가능해져 전력계통운영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고, 원활한 정보공유와 의사소통을 통해 정전사태 등과 같은 비상 시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는 전력계통운영이 한전으로 이관될 경우 한전의 전력판매부문 분리 등 전력계통운영의 공정·중립성 확보를 위한 조치가 수반돼야 하며, 이를 수반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 결과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의원 전면이 서명하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폐지됐다는 것에 대한 의미는 크다. 시작은 좋았으나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이유는 분명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먼저 전 세계적으로 전력시장을 운영하는 국가에서 전력계통운영을 경쟁부문과 통합, 운영되는 사례가 없다. 사실상 급전지시가 한전에 의거 이뤄지기 때문에 특정 발전회사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이뤄질 수 있어 경제급전원칙과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 전력산업구조가 경쟁체제도, 전력산업구조개편 이전의 형태도 아닌 어정쩡한 구조로 만들어져 혼란만 가중시킬 수도 있다. 또 전력시장이 대폭 축소되거나 존재가치가 없어질 가능성도 높아 민간발전사업자의 투자위축도 우려대상이다. 특히 이미 전력시장에 들어온 민간발전사업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문제다.

이 같은 세심한 부분까지 검토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법률(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 전력산업은 대혼란을 맞을 수 있다. 그래서 제18대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도 이를 염두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국회의원이 법률(안)을 발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다. 다만 답을 정했으나 그에 따른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것은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또 충분한 여론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중진의원이 다수 빠져 있다는 점도 이 법률(안)이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2년 전 지식경제위원회 의원 전원이 법률(안)에 사인을 하고도 해결하지 못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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