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알면 청렴이 보여
부끄러움 알면 청렴이 보여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3.10.1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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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서 일어난 청렴파장…전국사업소서 꽃 피워
최고경영자의 남다른 청렴의지가 든든한 후원자

[에너지타임즈 김진철 기자] 얼마 전 남부발전 정문 로비에서 업무를 마친 한 관계자가 한 손에 음료박스를 들고 나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일반적으로 갑을관계에 있거나 업무 차 기관을 방문하는 관계자는 빈손으로 방문하기 민망하여 자그마한 음료박스 등을 선물로 가져오는 경우가 더러 있다. 다만 이처럼 일을 마친 관계자가 음료박스를 들고 나오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이번 호는 한국남부발전(주)에서 청렴문화를 만들어 가는 작은 조직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청아람’이란 이름이 붙여진 남부발전 경영전략처 내 청렴동아리다. 이 동아리에서 자신의 소신을 갖고 자그마한 파장을 만들어가는 젊은 직원들을 직접 만나본다.

먼저 성진경 직원은 청렴이 무엇이냐는 간단한 질문에 잠시 고민하더니 “모든 부정부패는 그것이 부끄러운 줄 모르는데서 비롯된다고 봐요. 부정부패가 부끄럽다는 걸 진심으로 안다면 과연 부정부패를 저지를 수 있을까요”라고 그 동안 품어왔던 신념을 피력했다.

성 직원은 “특히 남부발전 실무부서를 찾는 방문객들이 의례적으로 간단한 케이크나 음료 등을 갖고 오는 경우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면서 “이를 방치한다는 것은 더 큰 부정부패를 만들어내는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말을 이어 받은 임수명 직원은 “무심코 받는 케이크나 음료가 10만 원짜리 상품권이 되고, 이 상품권은 골프채 등 고가의 선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간이 부었다’는 말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네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 직원은 “솔직히 방문자의 호의를 마음 상하지 않게 돌려보내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특히 이들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건 선배들의 몫이다. 외부접촉이 많은 재무관리팀 팀원들은 사소한 선물에 대한 관례적인 일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라는 것에 의견을 모으고 직접 방문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유선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 불필요한 접촉을 피해보자는 자발적인 조치다.

박윤주 새내기 변호사는 사내 법률자문과 소송 등 법무업무에 있어 업무신뢰확보방안으로 청렴서약서를 제안했다. 이 서약서는 사내정보유출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외부 법무법인과의 업무 투명성 제고와 청렴도 향상을 위해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관계자는 “사실 젊은 친구들이 청렴문화 조성에 앞장서고 있고 청렴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너무 남다르다 보니 부정부패∼”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어 그는 “업무상 간단한 점식식사자리가 마련돼 참석하더라도 우리 청아람 젊은이의 눈치를 보게 돼 먼저 지갑을 여는 습관이 생길 정도”라고 너털웃음을 짓기도 한다.

이미 이들은 퇴근시간 이후 아이디어 회의 등을 통해 청렴마크가 찍힌 명함, 청렴표어, 가두캠페인 등 청렴인식도를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발굴해 청렴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특히 협력회사와 함께 안동 선비문화원 청렴연수에 나서고 비위행위자에 대해선 원-스트라이크아웃제도를 시행해 강력한 반부패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아이디어 회의를 마친 뒤 밤늦게 마시는 생맥주 한 잔이 그렇게 시원할 수 없다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이들의 활동은 본사를 비롯해 전국의 사업소에 모티브로 작용, 일파만파로 청렴문화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잔잔한 호숫가에 던진 돌 하나가 큰 파장을 만든 셈이다.

이들이 이처럼 영향력을 갖게 된 든든한 배경은 청렴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남다른 의지에다 관리자의 강력한 의지까지 더해지면서 꽃을 피운 것으로 보인다.

말단 직원부터 최고경영자까지 오른 이상호 남부발전 사장은 성공비결로 청렴을 최우선으로 손꼽는다. 청렴과 관련해서는 잔소리가 심하고, 비위행위자에겐 남다른 청렴카리스마가 돋보인다고 직원들은 곧잘 표현하기도 한다.

이 사장은 627개 공공기관 대상 청렴도평가서 1위, 2년 연속 반부패 경쟁력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것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내부행사나 외부행사 시 마이크를 잡으면 늘어놓는 자랑거리 중 하나다.

그는 “공공기관에 청렴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면서 “청렴하지 않은 기관은 더 이상 공공기관이 될 수 없다”는 신념을 피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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