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그리드! 빛 좋은 개살구 될라
-김진철 기자-
스마트그리드! 빛 좋은 개살구 될라
-김진철 기자-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3.08.1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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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의 스마트그리드사업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빛 좋은 개살구’ 등의 말로 비유되곤 했다.
스마트그리드는 우리의 전력망을 똑똑하게 만드는 수단이자 과정이다. 이를 통해 발전설비 등 전력설비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동시에 국민에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자데 목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을 되돌아보면 주객전도(主客顚倒) 분위기였다.

정부는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환상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반환경이나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은 우후죽순(雨後竹筍)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이들은 실적저조로 관련 사업을 포기하거나 규모를 대거 축소하는 등의 상황에 이르게 됐다.

일부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이들은 환상을 갖고 있다는 표현을 썼으며, 기업이 생각하는 것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란 말을 하기도 했다. 스마트그리드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선 전력산업과 전력시장을 둘러싼 많은 제도가 바뀌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전력산업 관련 제도가 전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스마트그리드 환상이 되살아나고 있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가 부각되면서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관심이 부쩍 고조된 것.

지난 12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서울 모처에서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스마트그리드의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이어 그는 제주스마트그리드실증단지에서 도출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실제 환경에 적용,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창의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책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또 정부의 역할은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고 실제투자는 민간부문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금은 씁쓸한 말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이 조성돼 있다면 장관이 나서 굳이 언급을 하지 않아도 민간기업의 투자는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장관이 민간기업의 투자를 독려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역할은 전기요금체계 개편과 전력재판매 허용,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을 위한 제도개선, 지능형수요관리서비스 육성, 스마트미터기 전환 등으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과거에서 보듯 스마트그리드사업은 정부의 제반여건에 맞춰 산업이 형성될 수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앞으로의 계획이 마치 모든 제반여건을 갖춘 상황에서 출발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스마트그리드, 반드시 필요한 사업임에 분명하지만 결코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아니다. 결국 관련 제반여건이나 환경이 조성되지 못할 경우 그림의 떡으로 남게 된다. 정책결정자는 결코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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