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이 왜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는지, 왜 특별하게 취급돼야 하는지, 과연 그럴 이유가 있었을까. 일부 원자력 관계자나 학계는 원전산업의 폐쇄적인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하고 비난의 화살을 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원전산업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셈이다.
원전은 단순히 기계와 부품의 조합이다. 이미 현장에서의 관리도 이런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튜브를 예로 들어보면 일반 발전설비보다 원전설비는 고강도로 제작돼야 한다. 또 2중 3중의 안전장치가 갖춰져야 한다. 각종 센서와 계측기 등의 부품이 추가된다고 보면 된다.
원전의 핵심설비인 원자로도 기계와 부품의 조합이다. 더 치밀하게 관리돼야 할 이유는 원자로 내부에 방사능물질이 있다는 것. 다만 이를 봉쇄할 수 있는 또 다른 기계와 부품이 있을 뿐이다.
결국 따지고 보면 원전도 단순한 기계와 부품에 불과하다. 꽁꽁 싸매고 감출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은 보안이란 미명아래 틀에 가둬뒀고, 누구도 들여다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 고여 있는 물은 썩기 마련이고, 이곳에서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원전산업의 새로운 생태계는 바로 원전비리였던 셈이다. 원전마피아란 말이 그야말로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문제는 원전이 단순한 기계와 부품의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원전에 들어가는 기계와 부품은 특별하다고 선을 그은 것에 있지 않나 싶다. 따져보면 원전에 들어가는 기계와 부품은 특별하지 않다. 다만 적합여부를 결정짓는 기준만 있을 뿐이다.
원전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원전은 사회적 악도 아니고 지상낙원도 아니다. 단순히 수단에 불과하다’는 한 전문가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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