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대내외 에너지 환경…과거 패러다임 곤란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급변하는 대내외 에너지 환경…과거 패러다임 곤란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3.08.0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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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양훈 신임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은 취임 일주일 만에 가진 기자와의 자리에서 15년 만에 돌아왔고 감회가 새롭다고 말문을 열었다.

손 원장은 에너지산업이 너무 가볍게 취급되고 있음에 큰 아쉬움을 표현했으며, 에너지산업이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할 경우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다만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추진돼야 함을 어필하기도 했다.

또 그는 우리의 경제규모가 커지고 에너지를 둘러싼 국내외 여건이 급속히 변함에 따라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에너지문제에 접근할 경우 에너지안보와 효율적인 경제활동에 큰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취임 일주일이 지난 5일, 우리에게 당면한 에너지문제에 대한 그의 고민을 들어본다.



“에너지가격 높고 스스로 적용할 능력 낮아…올 가을 주목할 필요 있어”

손 원장은 “(최근) 전력수급은 이미 위험수위에 올라와 있고 우리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7%에 달하는 등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은 많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고 말문은 연데 이어 “게다가 에너지가격은 높고 신축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데다 스스로 적용할 능력도 매우 낮은 실정”이라고 우리의 에너지산업을 총체적으로 진단했다.

이어 그는 “(에너지산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그런 시절은 지났다”면서 “새로운 시대를 맞아 에너지산업을 움직이는 엔진이 무엇이냐에 고민을 하고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원장은 에너지산업이 너무 가볍게 취급되고 있음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손 원장은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의 매출규모가 274조 원에 달하고 있고 국가 전체 경제규모에서도 25%를 차지할 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에너지산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할 경우 국가경제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것은 보다 심도 있게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만 손 원장은 “에너지산업이 국가기간산업임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하며) 갑자기 할 수 없다”면서 “(에너지문제는) 국민의 생각이나 의견 등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하며, 서서히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그는 “에너지문제는 산업의 일부가 아니라 경제·외교·국방·민생·과학기술 등 광범위하게 다뤄져야 할 것”이라면서 “사회적 분위기를 잘 보듬어 잘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특히 손 원장은 “올 가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혹여나 에너지부족사태를 경험할 수 있고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작업이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주목해야 할 이유를 설명했다. 또 에너지가격 관련 움직임을 비롯해 세제개편,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가스직도입 등 주요과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 현 정부도 에너지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전력수급난! 홍수나면 강남대로에 물 고이는 격…스마트그리드! 창조경제 실현”

손 원장은 저평가된 전기요금 관련 “홍수가 나면 강남대로에 물이 고이듯 지금 전력수요도 이 같은 현상”이라고 한마디로 표현했다.

손 원장은 전기용 냉난방기기·원동기·건조기 등이 비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된 전기요금으로 인해 최근의 전력수급난을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전기요금이 제자리걸음인 반면 고유가 여파로 천연가스·등유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전기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견을 들어 “우리의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현재 발전설비와 전력설비 보급은 오랫동안 잘 만들어져 왔다”면서 “마구 써도 되는 대상이 된 전력을 제자리로 바로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손 원장은 전력수급난을 해결할 단계별 대응전략을 소개하기도 했다. 단기적으로 전력공급능력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안정적인 전력공급 차원에서 현재 가동 중인 발전설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올 여름 전력수급난 위기를 넘기면 빠른 시일 내 장기적인 방향에서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면서 “당장 눌려져 있는 전기요금(저평가된 전기요금)을 정상화시켜야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더 장기적으로 손 원장은 “우리나라는 정보화에서 많이 뒤쳐져있다”면서 “그 동안 추진한 전력공급위주정책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누구인지, 얼마나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지 등을 제대로 파악한 뒤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스마트그리드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손 원장은 스마트그리드 관련 “지난 5년간의 경험을 통해 몇 가지 지원이나 제도로 될 일이 아님이 입증됐다”면서도 이미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언급한 만큼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그는 “현 정부에서 말하는 창조경제는 효율적으로 잘 살아보자는 것”이라면서 “에너지산업이 효율적으로 옮겨가야 하는 시점으로 에너지산업에서 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스마트그리드”라고 주장했다.

다만 손 원장은 스마트그리드가 제대로 도입되고 운영되기 위해선 적절한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력산업구조개편 목적은 급변하는 해외시장 적응과 과학기술의 진보”

손 원장은 사견을 전제로 전력산업구조개편의 두 가지 목적을 소개했다.

첫 번째 목적으로 손 원장은 급변하는 해외시장에 대비, 국내서 이를 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을 손꼽았다. 국내외 에너지시장은 지난 10년 간 고유가에 따른 에너지가격 상승과 일본 후쿠시마원전사고에 따른 국내외 원전산업의 변화, 새로운 에너지원인 셰일가스 등의 등장을 감안할 때 앞으로 10년 후 공급될 에너지원과 소비될 방식 등 전혀 감 잡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미국이나 중국 등과 달리 에너지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외부의 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 그는 “(외부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가장 훌륭한 시스템은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가격이 작동하는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 정치적 부담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방향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면밀히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 목적으로 손 원장은 과학기술의 진보를 손꼽았다. 이미 생각하지 못했던 기술인 에너지저장장치(ESS)·전기자동차·신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에너지솔루션이 엄청 빨리 진화되고 있음을 소개했다.

이와 관련 손 원장은 “(지난 정권에서) 녹색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고 이유는 (전력)시장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한 뒤 “(실제로 기업은) 여러 가지 에너지솔루션을 도입하고 싶지만 지금의 전기요금에 견줘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에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소비자의 선택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원전안전 신뢰 얻은 뒤 원전운영 동반돼야”

손 원장은 “원전은 사회의 악도 아니고 지상낙원도 아니다”면서 “단순하게 수단에 불과하다”고 정의했다.
손 원장은 “일본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우리 국민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언급한 뒤 사견을 들어 “원전이 위험하지만 (전력수급난을 빌미삼아) 그냥 하자고 하는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원전안전을 담보로 원전을 가동하겠다는 공약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은데 이어 전력수급난에도 불구하고 최근 빚어진 원전비리(시험성적서 위조 케이블) 등으로 인해 이미 원전의 가동을 중지시키는 등 상당한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또 손 원장은 “전력수급난이 심각하니 당장 사용하는 케이블도 아닌 이상 원전의 가동을 굳이 중지할 필요가 있었냐하는 논리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원전안전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비리 관련 손 원장은 “당연히 고쳐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면서 “원전이 안전하다는 신뢰를 얻은 다음에 원전운영이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산업부와 협력 공공하게…제대로 된 쓴 소리할 것”

손 원장은 에너지정책을 주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의 관계를 개선할 것임을 시사했다.

손 원장은 “어쩌다보니 (에너지경제연구원이) 필요한 자료를 생산해 왔다는 회의적인 의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앞으로 산업부와 협력을 공공하게 하는 동시에 정부에서 미처 보지 못한 것을 제대로 된 쓴 소리를 할 수 있도록 관계개선에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경제학 중심의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취약한 부분은 기술적인 부분”이라고 진단한 뒤 “전력연구원·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한국전기연구원 등과 서로의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장정보가 약한 만큼 현장에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직 관련 손 원장은 “그 동안 선대 원장들이 조금씩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만들어온 조직인 만큼 신중을 기할 생각”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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