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광해관리공단 모델 사진 촬영대회>
아마추어 사진작가와 떠나는 ‘폐광 시간여행’
<현장르포-광해관리공단 모델 사진 촬영대회>
아마추어 사진작가와 떠나는 ‘폐광 시간여행’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3.07.2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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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모델과 폐광의 과거·현재·미래, 카메라 렌즈에 담겨
영월상동광산…사북석탄유물보존관…함백전기정화시설

[에너지타임즈 김진철 기자] 그 동안 찾는 발길이 드물었던 버려진 폐광과 자연으로 돌아가는 우리 폐광의 현장에서 모처럼 카메라 셔터소리가 메아리쳤다.

전국 곳곳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사진작가 100여명이 지난 20일 강원도 일대에 분포돼 있는 폐광의 과거, 현재, 미래의 현장에서 2명의 아리따운 전문모델과 함께 한국광해관리공단에서 주최하는 사진촬영대회에 참석했다.

이날 대회는 광해관리공단에서 주최하는 ‘제3회 한국광해관리공단 사진공모전’의 일환으로 추진됐으며, 프로그램은 우리 광산의 현재와 과거, 미래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도록 짜여졌다.

이들은 일찍이 서울에 모여 출발, 오전 10시 40분경 강원도 영월군 소재의 상동광산(舊 대한중석광산)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사진작가들은 자그마한 잡초의 흔들림조차 놓치지 않을 기세로 한 보따리의 카메라장비를 메고 비지땀을 흘리며, 폐광의 이곳저곳을 누볐다. 전문모델이 포즈를 취하자 영화제에서나 봄직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전문모델의 작은 움직임에 카메라 셔터는 반응했다. 폐광과 전문모델,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모습이 카메라 렌즈를 통해 하나의 작품으로 태어났다. 이 작업에서 사진작가들은 철학을 가미시켜 완벽한 어울림으로 만들어냈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동아리 회원은 “지긋지긋한 장맛비로 한 동안 마음이 꿀꿀했는데 날씨도 모처럼 환하게 웃고 있어, 사진 찍기 정말 좋은 환경”이라면서 “특히 폐광은 자연과 한데 어우러져 있어 사진작가들이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라고 짧은 참가소감을 밝혔다.

상동광산. 이곳은 한때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70%를 차지했던 텅스텐광산으로 중국의 텅스텐 덤핑공세에 경쟁력을 잃고 지난 1993년 문을 닫았다. 그러나 이 광산의 버려진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오랜 시간 잠자던 상동광산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폐광 당시 10㎏ 38달러였던 텅스텐가격이 최근 400달러를 넘나드는 등 국제광물가격 급등과 추가 매장량 탐사를 비롯해 대량 생산기법 등으로 채산성이 호전된 탓이다. 게다가 워런 버핏이 대주주인 세계 3대 금속가공기업인 IMC그룹이 이 광산에 투자의사를 밝히면서 개발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덩달아 지역주민의 관심도 한층 높아졌다.

김재선 광해관리공단 대리는 “당초 프로그램에 상동광산은 포함돼 있지 않았으나 폐광(상동광산)의 현재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광해관리의 필요성을 어필할 수 있다고 판단해 프로그램에 포함시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촬영을 마친 이들은 간단한 점심을 먹고 정선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이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강원랜드 등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법한 정선. 이곳의 시간은 멈춰져 있다. 광부들의 고단한 삶과 애환이 묻어나 있는 공간은 그대로 보존돼 있다.

사북석탄유물보존관은 동양 최대 민영탄광이었던 (주)동원탄좌 사북광업소를 탄광근로자와 당시의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석탄역사체험관으로 꾸며져 있다. 이 광산은 45년 동안 채굴됐으며 지난 2004년 폐광됐다.

이곳에 도착한 사진작가들은 광부의 손때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공간을 카메라렌즈에 담았다. 이들 중 일부는 광부들이 직접 타고 다녔다는 인차를 타고 입갱을 직접 체험해 보는가 하면, 나머지 작가는 빨갛게 녹 썰어버린 탄차를 비롯한 많은 물건을 배경으로 아리따운 모델과 함께 카메라 메모리칩에 차곡차곡 기록했다.

중년의 한 사진작가는 겉으로 보기엔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그렇지만 행선지 표시가 고스란히 남아있어 달리고픈 열망을 품은 통근버스를 한 동안 주시한 뒤 카메라 셔터를 조심스럽게 누르기도 했다.

한 쌍의 젊은 부부는 40여년 광부들이 석탄을 채굴한 뒤 쓸모없는 탄가루를 모아 둔 것이 산을 이뤘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한 동안 멍하니 그곳을 바라봤다. 또 한때 5000명에 달하는 광부들이 이곳을 일터로 삼고 생활했다는 말에 놀라기도 했다.

폐광되기 전 사무실로 이용됐던 건물은 그대로 보존돼 있다. 실제 광부들이 사용하던 작업도구를 비롯해 오래된 월급봉투와 세면도구, 멈춰버린 시계, 태우다 남은 담배, 지금은 보기도 힘든 오래된 전화기 등 광부의 땀과 노동이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이 또한 사진작가에게 아주 훌륭한 소재다.

특히 광부들이 이용했던 대형공중목욕탕은 사진 전시실로 꾸며져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샤워기에 등을 달아 불을 밝혔고, 벽마다 걸려 있는 사진은 동원탄좌에서 일하던 광부의 사진과 작업현장 모습 등이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기획돼 있었다.

우리 광산의 과거 공간을 떠난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은 우리 광산의 미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광해사업 현장으로 이동했다.

함백전기정화시설은 전기분해원리로 중금속을 응집·침전시켜 수질을 개선하는 곳으로 이미 폐쇄된 자미갱과 방제갱의 광산배수를 유입, 전기분해조→침전조→여과기 등의 과정을 거쳐 방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이 시설은 지난 2007년 7200㎥을 처리할 수 있는 전기정화시설과 2009년 추가로 2430㎥을 처리할 수 있는 자연정화시설을 각각 갖췄다. 특히 적은 공간 내에서 높은 밀도의 정화력을 가진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

이들 사진작가들은 침전조에서 아리따운 모델과 사진촬영에 나섰다. 사진촬영에 나선지 벌써 일곱 시간이나 지났지만 지친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여전히 모델의 작은 움직임에도 이들의 손가락은 반응했다.

그리고 자연정화시설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이 시설에 전기를 공급하는 태양광발전설비의 모듈에서 반사되는 빛이 모델을 비추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날 자연과 신재생에너지, 모델이 하나로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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