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정책, 과거에서 해법 찾자
-김진철 기자-
에너지정책, 과거에서 해법 찾자
-김진철 기자-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3.07.1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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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왜 실내온도 28℃에서 고통을 받아야 할까. 전력사정이 단순히 어렵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이유가 설명될까.

지금의 분위기는 황폐화 그 자체다. 국민은 실내온도 28℃로 폭발직전에 와 있고, 직장에서는 불쾌지수 상승으로 직원의 업무능력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대책을 내놔야 할 정부는 절전호소에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무원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국민도 이에 따라달라는 식이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지금의 전력수급난은 강도의 차이는 있으나 과거로부터 반복되고 왔다. 그 동안 전력예비력은 급격한 상승곡선과 하락곡선을 그렸다. 전력예비력이 하락하면 전력공급능력을 높이는 에너지정책, 전력예비력이 높아지면 전력수요를 높일 수 있는 에너지정책이 각각 수반됐다. 이 에너지정책은 고스란히 전력수요를 높이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대표적인 에너지정책이 바로 심야전력. 직접적으로 심야전기보일러는 높은 전력예비력을 낮추기 위해 도입된 에너지정책으로 지금은 이 심야보일러가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간접적으로 전기용 난방기기가 급증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국민인식 속에서 전기용 난방기기의 편리성과 경제성 등이 부각되면서 다양한 전기제품이 파생됐고, 전기용 난방기기의 보급을 부채질한 셈이다.

최근에도 이 현상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 전력거래소에서 낸 자료에 따르면 2001년 15.1%, 2003년 18.4%, 2006년 9.8%, 2010년 6.7%, 2011년 4.1% 등으로 전력예비율이 하락곡선을 그렸다. 또 2014년 13.9%, 2016년 20.4% 등으로 전력예비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이 현상과 관련 발전전원사업의 특징이 한 몫 한다. 원전을 건설하는데 기본계획수립부터 12년이 훌쩍 넘게 걸린다. 민원 등의 이유로 지금은 더 어려운 상황이다. 또 원전과 더불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발전도 그에 버금가는 기일이 소요된다. 따라서 전원계획은 10년 이상을 섬세하게 설계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 동안 잘 버티다가 지금에서야 이 에너지정책이 균형을 잃고 흔들리는 이유는 뭘까. 저평가된 전기요금으로 에너지구조가 붕괴된 것이 핵심이지만 전력공급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도 주원인이다. 최근 신재생에너지 전원이 각광을 받으면서 전력공급계획에 우선 반영됐고, 전력수요관리도 크게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전력예비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현재 발전설비의 실정을 반영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 발전전원이 급속하게 늘어난 시기는 1980년대. 발전설비의 평균 설계수명이 30년 전후임을 감안할 때 곧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노후발전전원이 잇따르고 있다.
잦은 고장이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잇따르면 원전 고장정지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월성원전 1호기의 경우 우리 정부는 이 원전의 수명연장을 감안, 전원계획을 짰다. 그러한 현실은.

이 모든 것을 감안할 때 지금의 전력수급난은 한때 늘어난 전력수요의 문제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예고된 사태임을 의미한다. 안일하게 대처한 우리 정부의 무능력함에서 온 일종의 재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일본의 사례를 들어 실내온도를 28℃로 강제하는 등 교묘하게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또 정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올 여름, 내년 겨울이 지나면 전력예비율이 높아진다고 눈을 가리고 있다.

이번 전력수급난사태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그 동안의 에너지정책에 허점을 보였음을 의미한다. 전력예비력은 말 그대로 전력예비력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최종 방어선으로 볼 수 있다. 이 방어선이 무너졌다는 것은 결국 에너지정책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 전문가들은 전력예비력 10%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기엔 전력예비력이 불필요한 투자로 볼 수 있지만 결국 안정적인 전력수급의 핵심이다.

현재 우리 전력산업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세우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그것인데 미래를 설계하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동반돼야 한다.

에너지정책은 보수적인 시각에서 안정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볼 수 있는 시각도 필요하고 현실을 직시한 냉철한 판단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고려될 때 바람직한 전력수급계획이 수립될 수 있음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수립되는 에너지정책이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면 미래를 담보로 큰 도박을 하는 것과 같게 된다. 지금보다 더 큰 재앙이 찾아올 수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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