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노동자, 왜 우리까지 쓰레기야(?)
원전노동자, 왜 우리까지 쓰레기야(?)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3.06.1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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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강력한 근절 반기면서도 꼬리자르기는 안 돼
핵심 수뇌부 반드시 찾아야…원전가동정지에 물음표
[에너지타임즈 김진철 기자] 2년 전부터 이어온 원전비리사태가 최근 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로 최악의 상황에 치닫고 있다.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간데 이어 정부는 원전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강력한 원전비리 근절을 엄포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원전비리 관련) 철저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고의범이 아닐지라도 (원전)비리 발생에 조금이라도 관여됐다면 징계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전 현장은 정부의 강력한 원전비리 근절을 받아들이면서도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원전노동자가 다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다만 원전비리의 핵심 수뇌부를 반드시 찾아낸 뒤 처벌해야만 원전비리는 근절될 수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11일 이인희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 위원장은 “그 동안의 원전비리 관련 수사는 본질적인 몸통과 비리구조혁파를 외면한 채 하위직 중심의 꼬리자르기식의 수사로 원전노동자가 비리자란 오명을 쓰는 기가 막힌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이번 수사도 본질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일하는 원전노동자가 다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이번 원전사태의 본질은) 정부에서 인증해준 시험인증기관에서 출발했다”면서 “이 시험인증기관을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도 있는 만큼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 12일 성명서를 통해 한수원노조는 최근 불거진 원전비리사태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권의 초기에 집중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인사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당시 한수원 사장과 정권실세 간의 밀착과 관련 개연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또 권력형 유착관계와 먹이사슬관계를 밝혀 구조적 원전비리의 본질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 원전노동자는 ‘퇴직자도 원전비리 수사해야 한다. 사장·본부장·설비 관련 간부가 깨끗하다면 당당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라고 한수원노조 게시판에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원전비리사태와 관련 문제가 된 신고리원전 1·2호기와 신월성원전 1·2호기 중 가동 중이었던 신고리원전 2호기와 신월성원전 1호기의 가동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중단시켰다. 일부 원전종사자는 이에 대한 물음표를 조심스럽게 던진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케이블은 최악의 상황에서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원전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것.

이 한수원노조 위원장은 “원전의 부품이 수천 개에 달하는데 핵심설비도 아닌 고장의 의심만으로 원전의 가동을 중단시킨다면 현재 가동될 수 있는 원전이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2년에 한 번씩 시행되는 계획예방정비는 연료교체뿐만 아니라 노후 된 원전부품을 교체하거나 의심되는 부품을 점검하고 교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문제가 된 케이블도 이때(계획예방정비기간) 교체해도 무방한데 굳이 전력수급난이 최악의 상황에서 원전가동을 중단시킬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면서 “이번 원전가동중단은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반증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 퇴직자는 “실제로 이 케이블은 원전이 방사능누출 등 최악의 상황에서 작동하는 것으로 이에 이르기까지 2중, 3중의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는 만큼 당장 중지할 필요가 없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원전현장에서 원전노동자들이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경우가 더러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위험한 자리를 기피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조직에 대한 이들의 충성도도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순환보직제도와 현장의 인력부족 등으로 피로도가 높은데다 최근의 원전비리사태로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진 탓이다.

이 한수원노조 위원장은 “최근 원전비리사태 등으로 일부 원전노동자들이 우울증 등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최근 고리원전에서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한 젊은 원전노동자가 자살을 하는 등 충격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원전 관련 공기업은 최근 원전사태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통감하며 대대적인 자정노력을 전개키로 했다. 먼저 한수원과 한국전력기술(주) 1급 이상 간부는 원전 시험성적서 위조사건에 책임을 통감하고 자발적으로 사표를 제출키로 했다.

특히 이들은 2급(부장급) 이상 간부의 재산등록과 철저한 청렴감사로 비리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회사 업무와 관련 있는 협력업체의 비상장 주식 취득을 금지하는 동시에 주식보유실태를 파악, 보유중인 취득금지 대상 주식을 매각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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