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곧 수면 위
[창간특집]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곧 수면 위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3.04.22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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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저장시설 2021년 포화…원전가동 전면 중단돼야 할 위기
곧 공론화위원회 구성돼 방폐물관리기본계획 수립절차에 나서

[에너지타임즈 김진철 기자] 곧 원전본부 내 넘쳐나게 될 사용후핵연료가 우리 원전정책의 발목을 잡게 될 것으로 보여 골칫거리다.

새로 출범한 우리 정부는 정권초기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추진의지를 바탕으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카드를 빼들었다. 더 이상 공론화를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탓이다.

최태현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은 지난달 열린 제170차 원자력업계 조찬강연회에서 올해를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진검승부의 해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뒤 정부에서 강력한 추진의지를 갖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관련 더 이상 미룰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서두르지 말자는 기본 방침을 정했다. 특히 이 문제를 원전 내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국민 신뢰로 접근하는 것으로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으로 시도되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에 대한 부담과 함께 최근 한반도 내 불거진 핵문제 등으로 공론화 과정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공론화위원회가 곧 꾸려진다. 만만찮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과정, 이 공론화의 필요성과 추진방향을 살펴본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가동에 필요한 핵연료가 원자로 내에서 3∼5년간 핵분열 한 뒤 배출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로 원전가동 후 발생하는 일종의 핵연료 찌꺼기다. 여기에 핵연료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우라늄-235를 비롯해 플루토늄-239 등이 포함돼 있으며, 유효성분인 우라늄-235를 다시 활용하기 위한 작업이 바로 재처리다.

이 재처리 기술은 군사적으로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오는 2014년 만료되는 한미원자력협정 협상에서 재처리 반영 유무를 놓고 양국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은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기술을 원자력협정에 포함시킬 경우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반대의 명분을 찾아왔고, 최근 불거진 한반도 내 핵문제로 반대의 명분을 찾아가고 있다.

반면 우리는 ▲효율적인 사용후핵연료 처리 ▲안정적인 핵연료 공급 확보 ▲원전수출경쟁력 확보 등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재처리 기술을 한미원자력협정에 포함시켜 줄 것을 미국에 줄곧 주장하는 등 완강한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재처리 문제는 선택의 문제로 당장 급한 일이 아니더라도 원전본부 내 임시로 저장된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발등의 불이다. 더 급한 문제는 이 임시저장시설이 곧 포화상태에 이르고 중간저장이나 영구저장이 아닐 경우 답이 없다는 것.

사용후핵연료는 제논·스트론튬·세슘·플루토늄 등과 같은 맹독성 방사성물질을 만들어 다량의 방사선과 뜨거운 열을 방출한다. 사람이 이 방사선과 열에 직접 노출될 경우 치명상을 입는다. 따라서 사용후핵연료는 안정적인 보관을 위해 지하 500∼1000m 깊이 암반층에 격리돼 10만 년 이상 보관돼야 한다.

정부가 서둘러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전본부 내 임시저장시설이 곧 포화상태에 이르고, 중간·영구 처분장을 건설하는데 꼬박 30∼40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는 원전본부 내 임시저장시설에서 보관되고 있다. 2012년 12월 기준 가동 중인 원전 22기에서 매년 800톤이 발생되고 있다. 이중 경수형 원자로 18기와 중수형 원자로 4기에서 400톤씩의 사용후핵연료가 배출되고 있다.

원전본부 내 운영되는 임시저장시설은 2016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월성원전 2017년, 울진원전 2018년, 영광원전 2021년을 마지막으로 모두 포화상태에 이른다.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우리는 2021년 이후 원전의 가동을 전면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한다.

다만 신규원전건설 등으로 임시저장시설의 확충은 가능하다. 이를 최대한 고려하면 고리원전과 울진원전은 신고리원전과 신울진원전 이송·저장으로 2028년으로 각각 늘어난다. 월성원전의 경우 조밀건식저장시설(MACSTOR) 추가로 2026년까지 저장이 가능하다. 다만 영광원전은 신규원전건설이 없어 당장의 불등이다. 영광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을 활용해 이송·저장하더라도 3년 정도 늘어나는 수준에 머문다.

당장 심각한 문제지만 공론화가 늦어진 이유는 뭘까. 매우 중차대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정부 내에서 오래 전부터 논란이 돼 왔다.

지난 1988년 7월 제220차 원자력위원회서 국가정책이 결정될 때까지 사용후핵연료를 중간저장관리하고, 중간저장시설은 1997년 12월까지 원전부지 이외의 장소에 집중 건설키로 결정됐다.

2004년 12월 열린 제253차 원자력위원회서 원전본부 내 임시저장시설 확충으로 2016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키로 했다. 중간저장시설 건설 등을 포함한 관리방침은 국가정책 방향과 국내외 기술개발 추세 등을 감안,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하에서 추진키로 방향을 설정했다.

이후 갈등관리전문위원회 산하서 운영된 공론화 T/F는 2007년 4월부터 2008년 4월까지 운영됐으며, 산학연과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13명으로 구성·운영됐다. 이들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위한 권고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추진을 위한 법적 근거는 2009년 12월 마련됐다. 한국원자력학회 컨소시엄은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 및 로드맵 개발 연구용역’을 2009년 12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수행해 원자력업계 중심의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술적 대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민간 주도의 사용후핵연료 정책포럼은 2011년 11월부터 2012년 8월까지 운영됐으며, 원자력업계 용역결과에 대한 원전지역 대표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 후 14개 사항을 정부에 권고했다.

이 권고(안)에 ▲2024년 이전까지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건설 완료 ▲공론화위원회 구성해 공론화 착수 ▲조밀건식저장시설 설치와 중간저장 방식, 부지선정 절차 마련 등 공론화위원회서 논의 ▲중간저장시설 건설·운영에 필요한 규제기준 법제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가 본격적으로 수면에 떠오른 시점은 2012년 11월 열린 제2차 원자력진흥위원회서다. 이 회의서 ▲공론화 과정 거쳐 부지선정 등 관리대책 단계적 추진 ▲2013년 상반기 공론화위원회 구성·운영 ▲부지선정과 건설착수는 공론화위원회 논의 결과 등 반영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책 추진계획(안)’이 의결됐다.

이 계획(안)을 바탕으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산업통산자원부와 공론화위원회 등 이원화로 추진된다. 산업부는 일정시점까지 중간저장방안과 부지선정절차 등의 권고(안)의 제시를 공론화위원회에 요청하면, 공론화는 논의주제와 참여자·프로그램 구성 등의 공론화 실행계획을 확정하게 된다.

이후 공론화위원회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진행한 뒤 대정부 권고(안)를 만들어 정부에 제출하면, 산업부는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를 최대한 존중한 뒤 ‘방사성폐기물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중심에 서게 될 공론화위원회는 한시적인 자문기구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원칙과 방안을 결정하는 등 전 과정을 주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인문사회와 NGO 등 해당분야 대표성을 겸비한 인물 15명으로 구성된다.

곧 공론회지원단도 구성된다. 이 지원단은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과 원자력 유관기관의 30여명으로 구성되며, 대외홍보팀·운영지원팀·기술법제팀 등으로 운영된다. 이들은 ▲공론화위원회 활동 지원 ▲공론화 세부 프로그램(안) 작성 ▲공론화 관련 자료 작성과 교육지원 ▲홍보계획 수립·시행 ▲방사성폐기물관리기본계획 수립 지원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마스터플랜도 세웠다. 먼저 올 상반기까지 준비단계로 정했다. 이 기간 중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중심으로 공론화지원단 구성 ▲공론화 세부 수행방안 수립 ▲공론화위원회 발족 준비 ▲유관기관 설명회 등이 진행된다.

공론화단계인 2013년 하반기부터 2014년까지는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돼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며, 공론화위원회는 공론화 결과를 정리하고 대정부 권고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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