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2주기> 각국 안전 최우선 원전정책 선회
<후쿠시마 2주기> 각국 안전 최우선 원전정책 선회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3.03.05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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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민감한 반응 보였던 독일·일본…전력수급난 봉착
원전비리 등과 얽힌 국내 원전, 대대적인 손질 가해져

[에너지타임즈 김진철 기자] 오는 11일이면 후쿠시마원전사고 2주년을 맞는다. 사고조치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 사고는 역사상 최악의 방사능 누출사고란 꼬리표를 달게 됐고, 후쿠시마원전 인근지역에서 아직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다. 결국 일본의 원전정책은 치명상을 입고 침몰했다.

사고 이전 세계원전시장에 불어왔던 원전르네상스도 잠시 주춤했다. 다만 원전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국가나 원전을 운영하는 국가는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원전정책을 추진하는 등 나름의 생존전략을 구사하는 분위기다.

특히 후쿠시마원전사고는 원전에 대한 경각심과 관심을 동시에 끌어내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반핵단체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각국 정부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원전정책과 함께 잃어버린 원전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기에 이른다. 이들 국가의 조심스런 행보의 결과 최근 들어 다시 원전으로 눈을 돌리는 국가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 원전정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후쿠시마원전사고에 이어 고리원전 1호기 정전은폐사태, 각종 원전비리 등과 맞물리면서 우리 원전산업에 대대적인 손질이 가해지고 있다.


<원전폐쇄정책…전력수급난 봉착>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던 국가는 총 발전설비 중 원전설비를 23% 보유하고 있는 독일.

독일 정부는 원전을 폐지하고 대체에너지의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막대한 재원부담이 걸림돌로 작용. 당장 원전폐쇄에 따른 전력수급난을 해결하기 위해 독일은 프랑스 등의 주변국가로부터 전력을 구입하는데 필요한 재원과 대체에너지를 확대하는데도 적잖은 재원이 필요하기에 이른다.

이 문제는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독일의 산업과 소비자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며, 우려됐다.

당사국이었던 일본은 2012년 5월 ‘원전제로’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심각한 전력수급난에 봉착하면서 두 달 뒤 오이원전 2기를 재가동하기도 했다. 또 2012년 말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원전정책이 재가동쪽으로 기울어지는 분위기다.

현재 일본 정부는 지반이 다소 안정적인 서쪽 일본에 위치한 가압경수로인 이카타원전과 센다인원전부터 재가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쓰리마일원전사고 이후 신규원전정책이 중단됐던 미국은 원전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미국은 34년 만에 원전건설을 승인하는 등 총 20기가 넘는 신규원전건설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중국은 현재 원전설비용량의 2.5배 수준인 28.6GW 규모의 신규원전을 건설 중이며, 인도도 2050년까지 전체 발전설비의 25%를 원전설비로 운영할 계획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30년까지 원전건설을 위한 중기전력개발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이밖에도 러시아·폴란드·카자흐스탄·브라질 등은 기존 원전건설계획을 유지키로 했다.


<왜 원전을 포기하지 못하나>

그 동안 원전은 전기요금의 인상요인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던 독일과 일본의 원전폐쇄정책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발전단가 상승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게다가 기후변화대응 등 환경적인 측면과 맞물리면서 각국은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원전을 섣불리 포기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리적 영향으로도 자유롭지 못하다. 독일의 경우 주변국가와 송전선로가 연결돼 있어 다소 전기요금이 비싸더라도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전력계통측면에서 보면 외딴 섬이다. 주변국가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을 수 없는 지리적 약점을 안고 있다. 자국 내에서 전력의 공급과 소비가 이뤄져야 한다.

일본이 원전제로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은 발전설비예비비율이 38.5%, 전력공급예비비율도 11.2%에 달하는 등 원전을 폐쇄하더라도 다른 발전전원의 공급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던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원전정책은 재가동으로 방향이 잡혀가고 있다. 현재 우리 전력수급난을 고려할 때 일본보다 불리한 조건이다.

원전을 폐쇄할 경우 발전단가가 가장 저렴한 석탄발전이 대거 투입돼야 하지만 환경오염 등의 문제로 이 사업의 진척이 자유롭지 못하다. 가스발전은 환경오염 등에서 자유롭지만 높은 발전단가가 문제다. 바로 전기요금인상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모두 감안할 때 대안으로 떠오르는 발전전원은 신재생에너지. 문제는 현재 신재생에너지의 기술적 한계와 낮은 경제성 등을 감안할 때 당장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할 수 있을 때까지 두 발전전원은 공존해야 할 것”이라면서 “(신재생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할 때까지) 원전은 징검다리 발전전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화된 우리 원전의 안전성>

우리 전력당국과 한수원은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원전의 안전성과 관련된 대책을 발표하고 2012년까지 총 24건의 대책을 완료했다.

한수원은 지진에 대비해 월성원전 진입교량의 내진성능을 개선시켰다. 또 해일에 대비한 고리원전 해안방벽을 증축하기도 했다. 후쿠시마원전사고의 근본원인이었던 전력·냉각계통 관련 냉각기능 상실 시 대책 등 총 7건이 개선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중대사고 관리지침서를 개발하는 등 중대사고 대응과 방사선 비상훈련 강화 등 비상대응, 정기검사 등 안전검사 대폭 강화 등 장기가동원전 등에 대한 조치가 이뤄졌다.

이밖에도 중장기 개선대책으로 한수원은 올해 중으로 전 원전에 지진 자동정지설비의 설치를 완료하고 2014년까지 이미 확보된 고리·월성원전에 이어 영광·울진원전에도 이동발전차량을 배치시킬 계획이다. 또 전원이 필요 없는 수소제거설비와 격납건물 여과, 배기설비 등이 설치되며, 비상대응시설을 개선할 방침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유럽연합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등 해외사례를 통해 지속적인 추가 개선사항을 발굴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원전산업 근본적인 체질개선 나서>

전력당국과 한수원은 후쿠시마원전사고를 시작으로 잇따른 원전비리 등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원전산업의 체질개선에 나선다.

한수원은 업무프로세스경영(Business Process Management)을 기반으로 한 업무혁신프로세스를 도입해 운영한다. 이 프로세스 도입으로 업무 자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모니터링 됨에 따라 잠재적 비리요인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업무프로세스경영은 직원 간 업무성과가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객관적인 성과에 따른 인사를 시행할 수 있는 효과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수원은 원전기자재 추적관리 IT시스템을 도입, 원전기자재 표면에 일련번호 등을 부착함으로써 입고·폐기·반출 등 모든 이력을 한눈으로 철저히 감시·통제할 계획이며, 원전기자재의 무단 반출을 방지하고 효율적인 관리로 납품비리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안전한 원전운영을 실현할 방침이다.

원전안전 분야에서 한수원은 해외자문과 진단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2012년 12월 미국 최대원전운영기업인 엑셀론사의 안전담당 부사장이 안전고문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 부사장은 안전문화와 원전운영체계를 진단한 뒤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기존 안전진단체계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내부 문제점이나 안전문화를 중심으로 한 조직운영과 경영체계에 대한 근본 원인을 파악해 진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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