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석유단속! 현장 25시-⑤>
정황자료 들고, 수사기관 세일즈 나서
<가짜석유단속! 현장 25시-⑤>
정황자료 들고, 수사기관 세일즈 나서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3.02.24 15: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 호에는 우리 단속반이 용제운반자를 통한 불법유통정황을 확보하고 수사기관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는 과정을 설펴보자.

우리 단속반은 가짜석유 제조현장을 단속하기 위해 야산에 텐트를 치고 지휘통제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융제의 불법유통은 운반자와의 공조 없이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후 단속반은 이들 업소의 물량 운송을 거의 전담하사시피 한 운반자들에게 운송대장에 기재된 착지로의 배송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한 결과 예상했던 바와 같이 운반자들은 하나 같이 답변을 회피하거나 여러 차례의 확인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단속반의 끈질긴 추적 끝에 결국 운반자들은 착지를 변경, 공급한 행위 등 여러 가지 불법유통 정황이 확인됐다. 석유관리원은 의심업소를 통해 유통된 용제를 모두 불법적으로 유통됐다고 확신하게 됐다.

석유관리원은 가짜석유 원료차단이란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관의 모든 역량을 집중했으나 수사권이 없는 상태에서 이들을 심도 있게 조사, 범죄사실을 구성해 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수사기관에 공식적으로 수사를 요청키로 했다.

난관은 수사기관을 움직이게 할 특별한 뭔가가 필요한 것. 단속반은 머리를 맞대고 생각했고, 그 결과 불법유통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뒤 수사를 유도하자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후 단속반은 야간투시경을 비롯해 고배율 디지털 쌍안경, 적외선 CCTV 등 수사기관도 부러워할만한 최첨단 장비를 구매해 밤낮 없이 야산·농가 잠복과 고속도로 추격 등을 통해 범죄 장면을 치밀하고 구체적으로 담아나갔다.

우리 단속반은 이렇게 확보한 영상자료와 함께 불법유통 의심 용제판매소와 이들 용제판매소에 가짜석유 원료로 사용되는 용제1호와 용제4호, 용제7호, 용제10호를 집중적으로 공급한 용제대리점 현황을 비롯해 해당 업소간의 가공세금계산서 발행과 수취 확인자료, 용제 운송사와 운전자 정보, 이들 업소의 용제수급상황보고 내역 등을 포함한 불법유통 관련자료 등 그 동안 수집한 모든 불법유통 증거자료를 들고 여러 곳의 수사관을 방문해 수사를 의뢰했다.

모든 증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의 협조를 구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고 단속반은 당시의 상황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석유관리원이 인내심을 갖고 계속 문을 두드린 결과 수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이 석유관리원의 손을 잡아주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김용호 석유관리원 유통관리처 용제관리팀 과장은 “결과를 놓고 보면 남들은 별 어려움 없었을 것 같이 보이겠지만 우리에게 가장 끈기를 요했던 것이 유관기관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라면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요청하기 위해 그 동안 우리가 잠복과 추적, 조사를 통해 축적한 증거자료들을 가방 한 가득 들과 다니면서 세일즈를 해야 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직원 모두가 고생을 해서 범죄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수집하고 나쁜 사람들을 함께 잡아달라고 읍소하는데도 문전박대를 당하니 참 서러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다음 호는 압수수색 등 본격적인 수사과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