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석유단속! 현장 25시-④>
1조원 조직망…무덤 옆 텐트서 정황 포착
<가짜석유단속! 현장 25시-④>
1조원 조직망…무덤 옆 텐트서 정황 포착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3.02.1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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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관리원이 용제 불법유통단속의 첫 성과로 900억 원대 가짜석유 유통조직을 일망타진했다. 또 다시 가짜석유 유통조직망을 찾아 나섰다. 이번 호부터는 1조 원대 가짜석유 유통조직망을 소탕하는 과정을 몇 차례에 걸쳐 살펴보기로 하자.

석유관리원 단속반은 2012년 2월부터 4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용제사업자와 2만 리터 이상 구매한 용제소비자에 대한 전수검사를 비롯해 신규 등록 후 특정용제를 집중적으로 취급한 용제판매업소의 공급처와 판매처에 대한 일제점검에 나섰다. 그 결과 등록요건 부적합과 가공 세금계산서 발행·수취, 수급상황 거짓보고 등의 불법유통정황이 포착됐다.

이들 단속반은 유독 눈에 띄는 정황에 눈을 돌린다. 2011년 이전까지 용제소비자에 대해 용제 구매여부와 사용용도 확인 등을 위한 점검이 한 차례로 이뤄진 적 없는 거래관계자가 가상의 소비자에게 판매한 것. 물론 수급상황은 거짓으로 보고됐고, 이들은 등록과 폐업을 반복하면서 용제를 대량으로 불법 유통시켰다.

특히 불법유통을 암시하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났다. 한 업소는 같은 장소에서 2009년 1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다른 용제판매소로 등록한 뒤 가짜석유원료로 주목되는 용제 1호와 4호, 7호, 10호만을 집중적으로 취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동일한 IP를 이용해 수초간격으로 여러 업소명의로 용제수급상황보고서를 접속했으며, 이 모든 업소들이 하나의 조직이란 증거가 포착되기도 했다. 또 이들 업소의 거래처와 대부분 가공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등 거래내용이 불법유통과 깊숙이 관련돼 있음을 단속반은 포착했다.

먼저 단속반은 운송관리대장 분석을 통한 착지 확인에 나섰다. 2012년 3월 당시 용제불법유통의 중심에 서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화, △△산업, ○○이엔지, △△이엔지, ○○유화, ○○산업, ▽▽산업과 이들에게 용제를 공급한 용제대리점과 용제생산업체의 운송관리대장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들 업소들이 주장한 용제의 최종 착지 3곳인 평택·음성·천안을 확인한 결과 단속반은 저장시설만 형식적으로 임대했을 뿐 용제가 도착한 흔적이 없다는 건물주 등 관련자의 진술을 확보하기에 이른다.

이광희 석유관리원 충북본부 대리는 “2012년 8월 용제 대량불법유통업소의 단속이 한창 진행되는 동시에 용제의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을 무렵, 충북 ○○군의 희석제 제조업체인 ○○이엔시는 용제를 계속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어 희석제로 정상 유통시키는 것으로 보기엔 구매물량이 너무 많았다”고 당시를 증언했다.

이 대리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단속반은 주변에서 이 업소를 지켜보기로 했으나 장소가 외진 곳이어서 차량으로 섣불리 접근한다면 눈치 채기 십상이어서 고심 끝에 산속에서 텐트를 치고 지켜보기로 하고 2012년 8월 21일부터 9월 4일까지 업소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뒤쪽 야산에 텐트를 설치해 지휘통제소를 운영했다.

이어 그는 “24시간 교대로 텐트를 지켜야 했기 때문에 무덤 옆에 간이 화장실을 만들어 생리현상을 해결했고, 교대조가 가져다 준 빵과 김밥을 먹으면서 2주일을 보냈다”면서 “천 원짜리 김밥을 족히 10만 원어치는 먹은 것 같다”고 그간의 힘겨움을 쏟아냈다.

또 이 대리는 “업소의 불법행위 증거자료를 모두 수집하고 단속을 마무리 한 그날, 텐트로 꾸민 지휘통제소를 철수한 후 2주 간 지휘통제소를 지켜준 무덤 앞에 술 한 잔과 함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내려왔던 추억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짧은 소감을 밝혔다.

다음호에는 우리 단속반이 용제운반자를 통한 불법유통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기관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는 과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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