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석유단속! 현장 25시-③>
끈질긴 추격·잠복…900억대 조직 일망타진
<가짜석유단속! 현장 25시-③>
끈질긴 추격·잠복…900억대 조직 일망타진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3.02.0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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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에는 석유관리원이 용제 불법유통단속에 나선 뒤 900억 원대 가짜석유 유통조직 적발과정을 단속반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살펴보자.

2011년 11월 석유관리원은 기존 주유소를 중심으로 단속을 벌이던 업무방식에서 가짜석유의 원료인 용제의 불법유통을 감시하는 것으로 단속의 방향을 전환했다. 이후 용제를 공급하는 공급자부터 이를 사용하는 소비자까지 일대일 현장전수로 거래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밀착점검에 나섰다.

단속반은 이 과정에서 용제수급거래에 대한 이상한 징후를 포착하고, 관련 업체에 대한 장부조사와 잠복·추적, IP추적 등 5개월에 걸친 끈질긴 추적 끝에 용제대리점 3곳과 용제판매소 7곳, 가짜석유 제조장 3곳, 이를 판매한 주유소 6곳을 적발했다. 그 결과 가짜석유 원료로 용제를 공급한 공급자 3명과 리모컨 등 불법시설물을 설치하고 가짜석유를 공급받아 팔아온 주유소 대표 등 8명을 구속기소했다.

수사결과 이들은 가짜석유를 제조, 전국 각지로 유통시키기에 지리적으로 최적의 장소로 손꼽히는 경기도 평택시에 대규모 탱크터미널을 제조현장으로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은 대형석유화학회사를 비롯한 수많은 석유판매업자들이 탱크를 임대해 사용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정상경유에 용제7호와 용제10호 등을 혼합, 가짜경유를 전문적으로 제조해 불법으로 유통시켰다.

특히 용제가 정상유통된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 유령회사를 통해 2∼4%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거짓으로 용제수급보고를 해 의심을 피했고, 바이오디젤 함량까지 조정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단속반은 물증을 잡기 위해 생산회사에서 출발한 탱크로리가 정상적인 곳에 용제를 하차하는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탱크로리를 추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아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정강효 석유관리원 용제관리팀 대리는 “승용차로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큰 탱크로리를 추격하는 일은 정말 힘들다”면서 “특히 탱크로리는 야간 이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밤에 추격하다보면 어느 탱크로리인지 헷갈리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단속반원들은 잠복의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한다. 추적도 힘든 일이지만 추위와 싸우는 것은 정말 인내를 시험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잠복할 경우 들키면 안 되기 때문에 시동을 켤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경목 석유관리원 용제관리팀 대리는 “체감기언이 영하 20℃이하로 떨어졌을 때로 기억되는데 동료가 호빵을 사왔으나 너무 추워 호빵에 붙은 종이를 뜯을 수 없어 그냥 먹은 것도 있다”고 당시의 아픔을 되새기기도 했다.

단속반은 단속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구속영장을 신청하기 위해 정확하고 신속한 시혐결과가 필요했다. 당시 현장에서 긴급체포했으나 48시간 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으면 석방시켜야 한다. 구속영장을 신청하기 위해 현장에서 채취한 시료의 분석결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이승철 석유관리원 용제관리팀 대리는 “2012년 말부터 몇 개월간 경기도 평택에 있는 ○○탱크터미널 내에서 행해지는 가짜석유제조장면과 탱크로리의 이동경로 등을 모두 확보했으나 구속영장을 신청하기 위해 현장에서 채취한 시료의 분석결과가 반드시 필요했다”면서 “그러나 시료를 채취한 시간이 밤 10시가 훨씬 넘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먼저 수도권본부 시험팀에 상황을 설명한 뒤 협조를 요청했고,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시료분석을 위해 필요한 인원과 장비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어 다행스럽게도 관련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 결과 900억 원대 유통조직이 일망타진되는 시나리오가 마무리 됐다.

다음호에는 1조 원대 가짜석유 유통조직을 소탕하는 현장을 재조명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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