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가동률 수치로 선 긋지 말아야
원전가동률 수치로 선 긋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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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1.18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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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원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내놓은 대안 중 원전가동률을 인위적으로 낮추겠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안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됐다.

앞으로 원전에 대한 계획예방정비기간을 충분히 갖겠다는 것이 골자인데 기존 90%대 원전가동률을 80%대로 낮추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물론 인수위원회 결정은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박근혜 당선인이 원전정책의 가장 첫 번째로 안전을 손꼽은 만큼 이 같은 방향으로 원전정책이 수립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미래에 충분히 논란이 될 만한 수치를 또 다시 제시했다. 원전가동률을 80%대로 낮추겠다는 것. 원전정비는 단순히 부품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획예방정비기간은 충분히 늘어날 수 있다. 반대로 그 동안 개발된 원전정비기술로 계획예방정비기간이 기존보다 크게 늘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원전가동률 80%를 맞추지 못하면 언제라도 원전정책은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정부의 이 안은 내용면에서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접근방법에서 2% 부족하다.

원전가동률은 경제성뿐만 아니라 전력수요 등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지난 1977년 고리원전 1호기가 상업운전을 할 당시 우리 경제도 급물살을 타고 있었으며, 전력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우리 원전정책은 최소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최대 전력을 생산해낼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원전운전능력과 원전정비능력을 갖추는 등 현재 원전가동률 최고를 자랑하게 된 배경이 됐다.

그 동안 원전운전자와 원전정비사가 노력한 결과 원전정비기술이 진일보를 됐고, 가벼운 원전정비는 원전가동 중 이뤄지게 돼 계획예방정비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성과를 냈다. 그 결과 원전가동률은 높아졌다.

반면 원전가동률은 높아졌지만 문제는 무리한 원전가동에 따른 원전운전자과 원전정비사에게 스트레스 지수가 가중됐다는 것. 이 문제는 원전업계 내부에서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부분이다. 특히 원전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야간작업 등을 강행한 것은 노조 등의 집중적인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이들이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할 수박에 없었던 배경은 따로 있다. 급작스런 늘어난 전력수요도 있겠지만 경영평가지표도 한 몫 했다. 한수원이 원전본부를 대상으로 경영평가 할 때 원전가동률이란 지표가 포함돼 있다. 간접적으로 원전가동률이 줄어들 경우 매출 등에서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상관없이 무리하게 원전정비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손쉽게 원전가동률의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원전정책이 안전으로 집중됨에 따라 원전정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에서 제시한 원전가동률을 맞추기 위해 멀쩡히 돌아가는 원전을 중지시킬 것인가. 원전가동률 80%대를 맞추지 못했을 때 국민들로부터 질타와 손가락질을 받을 것인가. 원전은 늘 변수가 뒤따른다. 후쿠시마원전사고가 세계 원전시장에 미친 영향이 얼마인가. 체르노빌원전사고가 세계 원전시장에 남긴 것은 또 무엇인가.

다음 달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최근 원전을 둘러싼 사태들로 원전에 대한 국민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

앞으로 출범하게 될 우리 정부는 현실을 감안해 그 동안 원전가동률을 높이도록 압박했던 요소들을 찾아내 제거해야 한다. 그래야만 원전운전자와 원전정비사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지고 안전에 우선을 둔 정비가 가능해진다.

이밖에도 한수원에서 갖고 있는 계획예방정비 매뉴얼도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안전부문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환경변화 등을 감안해 그 동안 개발된 원전정비기술을 적절하게 접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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