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영어> 메리다와 마법의 숲(3)
<스크린영어> 메리다와 마법의 숲(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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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1.17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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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영어’는 일반적인 영화 감상평이 아닌 우리 사회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상황을 연관시킨 필자의 생각이 표현되며, 영화속의 명장면과 명대사를 통한 교훈도 소개하고 있다. 필자(신병철)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근무 중이며, 사단법인 에코맘코리아에서 정책위원으로도 활동하는 등 지난 수년간 세계 각국의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비지니스를 직접 수행해온 인물이다.

지난 추석, 아버지 산소에 가기 위해 꽃을 사러 나섰다. 이리 저리 꽃을 고르면서 문득 아버지 살아생전 잘못해드린 일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일들도 여러 가지가 생각나며 마음이 쓰릴 듯이 아프고 미어져왔다. 효도를 하려해도 이제는 예쁜 꽃을 산소 앞에 놓아드리는 것 말고는 달리 해드릴 것이 없다고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가장 기뻐하실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늦게나마 불효를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러자 이런 대답이 들려왔다. 그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남아 있는 가족들과 화목하게 지내는 일이라고...

실은 그간 전편에 기술된 이유 등으로 인해서 필자의 내면 깊숙한 곳에는 많은 원망과 상처가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잔재들을 즉시 떨쳐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이를 극복해야만 가족들과의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다음 날 누나네 가족들과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아버지 산소로 향하는 차속에서 우연히 현재 큰 손실을 보고 있는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필자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머니와 누나가 저지른 일이여서 그간 필자를 괴롭혀왔던, 그래서 굳이 언급을 회피해오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날 필자는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나에게 있어 돈 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들의 건강이라고, 돈은 잃어도 되지만 가족간의 화목은 잃어서는 안된다고, 그리고 이 일로 인해 너무 노심초사하면 기진해 질수 있으므로 훌훌 털어 버리라고 위로해 드렸다.

그동안 자신들의 아집으로 인한 실수로 인해 필자에게 마음의 부담을 느끼고 있었을 가족들도 의외의 반응에 마음을 놓는 눈치였다. 용서의 그 순간 아이러니컬하게도 필자의 마음도 한층 밝아졌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하늘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시는 것만 같았다. 메리다가 어머니와 화해하는 순간처럼 필자의 마음이 축축히 젖어왔다.

얼마 후 필자는 내친 김에 어머니를 모시고 홍제동에 위치한 생생한의원을 찾았다. 보약 한첩 지어드리고 싶어서다. 소원영원장은 맥을 짚어 보신 후 어머니의 마음속에 슬픔과 충격이 있다는 것을 짚어 내셨다. 어머니는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으셨지만 명의의 날카로운 진맥을 피해 나갈 수가 없었다. 소원장님은 어머니의 기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한약을 지어주시며 이러한 말씀을 덧붙였다.

“불행하다고 느껴질 때 역설적으로 나는 행복하다고 말해보세요. 사람의 심리는 참으로 이상한 것이어서 어떤 말을 하는 순간 이를 합리화시키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게 됩니다. 내가 행복하다고 말하면 나의 마음은 내가 행복한 이유를 합리화하기 위해 그 이유들을 찾아 나서게 되는 것입니다”

어머니는 소원장님을 따라 “나는 행복하다”고 고백했고 이어진 행복한 원인에 대한 소원장님의 질문에 “자식과 손자손녀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셨다.

성공도 좋고 재산을 모으는 것도 좋다. 하지만 세상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간의 화목과 사랑이 아닐까 한다. 이로부터 참 행복이 싹트는 것이다. 가족들이 함께 생활하다보면 부딪히고 갈등을 겪는 일들이 많이 생기게 된다. 인생은 미완성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모두가 아직까지는 부족하고 어리석은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가족들은 평생을 앙금 속에서 살아가거나 심지어 서로를 헤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어찌할 방도가 없어질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후회하는 것이다. 돌아가신 부모님 산소에 가서 아무리 땅을 치며 통곡해 보았자 다 부질 없는 짓! 지금 현재 가족들이, 부모님들이 비록 맘에 안 들고 그리고 그들로 인해 내가 피해 받고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그러할수록 더 큰 이해와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 옳다. 그들이 실수하고 잘못하는 순간이 내가 그들을 더 크게 사랑하고 용서할 수 있는 기회, 내가 그들에게 더 큰 사랑을 실현하고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랑에는 후회와 두려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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