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영어> 메리다와 마법의 숲(2)
<스크린영어> 메리다와 마법의 숲(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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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1.0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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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영어’는 일반적인 영화 감상평이 아닌 우리 사회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상황을 연관시킨 필자의 생각이 표현되며, 영화속의 명장면과 명대사를 통한 교훈도 소개하고 있다. 필자(신병철)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근무 중이며, 사단법인 에코맘코리아에서 정책위원으로도 활동하는 등 지난 수년간 세계 각국의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비지니스를 직접 수행해온 인물이다.

젊은 시절 필자는 미국대학원으로 유학을 가고 싶었다. 영어학원도 다니는 등 다소간의 준비를 거친 후 나름 명성이 있는 학교들로부터 입학허가서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명문학교로부터의 어드미션을 득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부모님들로부터의 승낙이었다. 필자는 유학생활을 통해 영어와 전공실력을 늘려 세계화를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큰 세계에서 한층 더 생각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지만 부모님들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부모님들의 생각과 행동이 이해가 안 된 적이 너무나 많았다. 웬만하면 순종하려고 애를 썼지만 필자도 부족한 면이 많아 갈등이 생길 때도 있었다. 내 생각대로 성실히 추진하면 훨씬 더 잘 될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이 드는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젊은 시절 필자는 부모님의 테두리에 갇혀 용솟음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영화 속의 메리다와 같은 입장이었다. 필자 또한 메리다처럼 부모님이 갑갑해서 견딜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30대 중반의 나이에 필자가 드디어 유학을 떠나게 되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나이였기에 모든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된 중국과 미국에서의 유학생활! 그리고 취득한 글로벌 탑 10 MBA 학위!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는 필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잘 내린 결정 중 열손가락 안에 드는 일이었다. 필자는 해외에서의 학업과정 및 생활을 통하여 엄청난 경험과 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고 취득한 학위는 필자의 스펙도 높여주었다. 도무지 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일이었는데 부모님들이 무조건 반대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또 다른 유형의 고민! 젊은 시절의 필자는 여자나 다른 취미활동보다는 유독 아파트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아파트와 인연도 있었는지 청약을 한 것이 당첨이 되어 단번에 1억 가까운 돈을 벌기도 하였다. 때때로 필자가 찍은 아파트가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적도 있었다. 필자는 정말로 아파트에 투자하고 싶었지만 부모님들은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면서 말렸다. 부모님들 또는 가족들의 반대에 직면해 구매하지 못했던 2~3억짜리 아파트가 7~8억으로 속수무책 오르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면서 필자의 가슴은 그만 터져버릴 것만 같았던 적도 있었다. 그러던 가족들은 나중에는 필자의 반대를 무릅쓰고 멀쩡한 아파트를 팔아 뒤늦게 다른 아파트를 상투에서 매수하셨고 현재 해당 아파트는 수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옛 성현들은 부모님께 무조건적으로 순종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필자도 청년시절부터 이를 따르기 위해 몸부림을 쳤고 갈등도 많이 했다. 하지만, 늘 갈등에 직면하곤 했다. 어떤 경우에는 나의 소견이 옳고 부모님들의 의견이 확연히 틀렸을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라도 자녀들은 무조건적으로 부모님께 순종해야 하는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일이란 말인가? 이는 젊은 시절 필자의 고민주제 중 하나로 등극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도무지 시원스런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필자가 이제 40대 중반이 되었고 지금은 부모의 입장이 되었다. 그동안 아버지도 세상을 떠나시는 등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가끔 생각해 본다. 만약, 우리 딸이 향후 장성하여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고 하면 필자는 쉽게 떠나보낼 수 있을까? 아마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 같은데 가장 큰 원인은 안전문제 때문이다. 딸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비단, 해외유학을 보내는 일뿐만 아니라 어떤 일에서든지 일호의 위험이라도 있는 일은 하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인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필자의 부모님도 그러하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는 자녀의 발전을 제한하는 어찌 보면 부모로서의 한계일 수도 있고 실은 이로 인해 착하디착한 필자자신조차도 엄청난 좌절과 마음의 상처, 그리고 분노를 경험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잘하려고 노력한다 해도 필자의 자녀들조차도 장래 필자에게서 동일한 구속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살아온 방식의 차이, 세대차, 문화와 생각의 차이 등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홍제동 생생한의원의 소원영원장님은 필자에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법에 대해 말씀해 주었다. 초등학교의 학급을 보면 말썽을 피우는 아이, 공부를 잘 하는 아이, 싸움꾼, 모범생, 떠드는 애 등 다양한 성격유형의 아이들이 모여 있듯이 우리의 마음도 미움과 좌절, 사랑과 분노, 기쁨과 실망 그리고 슬픔과 희망 등 각양각색의 기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내 마음에 남을 미워하는 마음이나 분노가 치밀어 올라 도무지 제어가 안 될 때는 이를 나답지 못하다거나 유치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마치 할머니가 사랑하는 손자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품으며 무조건적인 우군이 되어 주듯이 나의 격동하는 마음을 지극히 그윽한 눈길로, 객관적인 시각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라는 것이다. 푸근한 할머니의 품에서 세상에서 가장 큰 위로를 받는 아이처럼 치친 나의 마음도 편안한 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소원장님의 팁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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