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영어> 범죄와의전쟁(中)
<스크린영어> 범죄와의전쟁(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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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6.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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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영어’는 일반적인 영화 감상평이 아닌 우리 사회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상황을 연관시킨 필자의 생각이 표현되며, 영화속의 명장면과 명대사를 통한 교훈도 소개하고 있다. 필자(신병철)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근무 중이며 지난 수년간 세계 각국의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비지니스를 직접 수행해온 인물이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조폭대부 최익현은 현직 태권도장 관장이자 태권도 7단인 매제(김서방)를 자신의 사업에 끌어 들여 나이트클럽의 관리를 맡게 한다. 무도인으로서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손윗사람이 시키는 것이라 김서방은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같이 일하는 직업 조폭들과의 마찰이 발생하게 된다.

자신의 말대로 김서방은 태권도 7단, 싸움에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 그가 남긴 "마, 내 태권도 7단이다", "1:1로 싸우면 제가 다 이깁니다" 등의 어록들을 보건데 조폭들을 한수 아래로 여겼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실전과 무술은 달랐다. 무도가 예와 원칙을 지킨다면 실전은 기습과 잔인, 잔혹함, 도구사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보호장구를 갖추고 도장에서 겨루기를 했던 경험보다는 뒷골목에서 목숨을 건 실전을 통해 다져진 깡패들의 실력이 우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아니나 다를까 김서방은 센 척 하다가 조폭이 등 뒤에서 휘두른 맥주병에 머리를 맞고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땅바닥에 오징어처럼 엎어지고 만다. 싸움은 기 싸움이다. 어떤 수를 써서도 이기고 말겠다는 투지와 잔인함이 있어야 이길 수 있다. 아무리 힘이 세고 기술이 좋아도 마음이 착하면 백전백패다. 사회생활도 이와 비슷하지 않던가!

필자도 어렸을 적 태권도를 좋아해서 결국 3단까지 땄다. 필자는 무도가 좋았다. 주먹을 쥐고 매일 팔굽혀펴기를 수백개씩 했더니 주먹이 돌처럼 단단해 졌다. 화장실의 문짝들은 조금 세게 내려치면 구멍이 뻥뻥 나곤 했다. 마음먹고 사람을 때리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어 함부로 주먹을 휘두를 수가 없었다. 태권도 고단자가 잔인함을 갖추게 되면 그 주먹은 흉기가 될 수도 있다.

한 20년 전 필자의 친구 인규가 호주에 유학을 갔다. 원래 같이 가기로 했는데 필자의 부친이 갑자기 중병이 드셔서 어쩔 수 없이 인규 혼자 보냈다. 어느 날 인규가 시드니의 한 공원에서 몸을 풀고 있는데 안면이 있는 거구의 현지인 한 명이 다가오더니 당신은 한국인이니 혹시 태권도를 할 줄 알면 자신에게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인규도 군대를 다녀왔기 때문에 검은 띠를 소유하고 있다. 옛 기억을 되살려가며 친절하게도 기본품세를 선보이고 있는데, 갑자기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여들며 점차 장사진을 이루기 시작했다. 원래 인규는 태권도에 능한 편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남아의 명예를 고양하기 위해 그 날 다소 과장된 동작을 연출하고 있었는데 그럴수록 관중들의 환호소리는 높아져 가는 것이었다. 인규는 이제 빼도 박도 못한 채 여간 입장이 곤란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다. 몰려 든 현지인 중 또 다른 거구의 사내가 인규에게 다가오더니 자기가 합기도를 수개월 배웠는데 동작이 비슷한 것 같으니 가볍게 겨루기시범을 관중들에게 선보이자고 제안해 오는 것이었다. 앞이 캄캄했지만 분위기상 빼서는 안 되는 상황인 것 같았다. 억지로 여유 있는 웃음을 지으며 인규는 흔쾌히 승낙한 후 시간을 벌기 위해 몸을 푸는 척을 했다. 그 짧은 순간 인규의 머릿속에는 별의별 생각이 다 스치고 지나갔다. 애꿎은 식은땀은 줄줄 흘러 내렸다.(계속).

"마, 내 태권도 7단이야"는 Hey dude! I have a 7-degree black belt in taekwondo. 정도로 표현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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