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영어> 우리개 이야기(下)
<스크린영어> 우리개 이야기(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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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6.0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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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영어’는 일반적인 영화 감상평이 아닌 우리 사회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상황을 연관시킨 필자의 생각이 표현되며, 영화속의 명장면과 명대사를 통한 교훈도 소개하고 있다. 필자(신병철)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근무 중이며 지난 수년간 세계 각국의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비지니스를 직접 수행해온 인물이다.


필자는 오래 전 한 산업예술과 관련된 대학의 교직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었다. 교수진의 상당부분이 외국인이었고 필자는 이들을 초빙하는 업무도 겸하고 있었다. 어느 날 한 영국인이 교수직에 지원을 해왔는데 세계적 명문대학에서 학, 석사를 마친 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20대 중반으로 연소하였고 실무경험이 없다는 결정적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학생 중에 그보다 나이나 경력이 많은 이들이 적지 않았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 한국의 일부 예술계에서는 명문대학 출신을 매우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해외명문대학 출신이라면 선호도가 더욱 높았다. 당시, 필자가 재직 중이던 대학의 부총장은 학교의 발전을 위해 그를 꼭 초빙하는 것이 좋겠다고 강력히 주장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쪽 분야가 학벌 못지않게 실무경험도 중요했던지라 학벌만 좋았지 실무경험이 전무하였던 그를 임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교직원들이 그다지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의 채용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필자도 내키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 문제를 두고 필자와 당시 부총장과의 사이에 많은 논의가 오갔다. 부총장은 직급으로 필자를 압박하고 누를 수도 있었겠지만, 오히려 대화를 통해 가장 좋은 결론을 도출하고자 노력하였다. 하지만 양자 간 이견이 좀처럼 접혀지지 않았다.

총장이 직접 나서서 자신이 이 문제를 직접 결정하겠다고 선언하였다. 학교의 발전을 위한 객관적 입장에서 충분히 숙고해 보겠다고 약속한 후 약 7일간 칩거에 들어갔다.

일주일이 지난 후 총장이 공식입장을 발표하였다. 임용하자는 것이다.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오랜 고민과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을 내린 사항이기 때문에 필자도 더 이상 반대할 수가 없었다. 과거 한 정부부처의 수장까지 역임한 바 있었던 총장이 조직의 의사결정과정을 지혜롭게 리드했던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을 보면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항상 긍정적이고 밝으며 자신감이 뛰어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사람들과 친화력이 있으며 진실하고 상대를 존중하고 경청한다. 제일 뛰어난 점은 통솔력과 함께 적시에 적절한 판단을 잘 내린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좋다.

당시 필자와 의견충돌이 있었던 부총장은 지금 모 대학의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남의 눈치도 잘 보지 않고 바른말 하기만 좋아하는 필자는 아직도 조직의 하위그룹에서 맴돌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필자가 MBA의 조직행동론을 통해 배운 바는 입속의 혀와 같이 대표이사 등 권력을 잡은 자의 취향이나 선호에 맞춰주고 관계를 잘 맺는 이들이 통계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우리 개 이야기 광고제작과정에서의 의사결정과정에서 보인 웃지 못 할 상황들은 그래서 발생한 것인지도 모른다. 무릇 리더는 단 소리 보다는 쓴 소리를 더 반길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자신주위에 늘 단소리만 늘어놓는 직원들만 있다면 자신이 혹 독재자는 아닌지 한 번 돌아봄직하다.

또 다른 리더의 예다. 필자가 과거 중국 동부에 위치한 한 해안도시에서 일할 때, 임신말기의 직원을 주말마다 불러내어 혹사시킴으로써 결국 퇴직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강한 자에게는 아부하고 약한 자는 짓밟는 교활한 상사가 있었다. 물론, 모든 공로는 자기가, 안된 탓은 부하 직원에게 돌리는 것은 기본이다. 감시와 통제 속에서 숨도 못 쉬고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살면서 필자는 심지어 북한주민들의 아픔까지 조금 이해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

무릇 간부는 인사권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대부분 사람들이 속으로는 이를 갈면서 겉으로는 이의 기분을 맞춰주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어쨌든 필자는 덤덤하게 그를 대했다. 그로 인해 인사상 불이익도 받은 것 같지만 필자는 별로 후회하지 않는다. 아쉬운 점은 그런 리더십하에서는 그 누구도 창의적, 자발적으로 일을 하기가 어려웠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리더는 회의를 할 때도 미리 이해관계를 면밀히 따져 자신의 의견을 다 정해 놓고 와서는 이를 밀어 붙인다. 누구라도 괜히 거스리는 발언을 했다가는 미운 털이 박히기 십상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조직문화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직도 이런 사람이 있는 일터도 있을 것이다.

A bad workman blames his tools(실력 없는 일꾼이 연장 탓을 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부하직원의 재능을 살려주지 못하고 사장시키는 이기적인 리더들이 조직에 있는 경우 그 조직은 점차 힘을 잃어간다. 그러한 리더는 모든 책임을 부하에게 전가해 버리는 경우가 많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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