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찔끔 올리고, 또 한전 탓
전기요금 찔끔 올리고, 또 한전 탓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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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5.25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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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기요금 4%인상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찔끔 올리고 생색만 내겠다는 속셈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한전의 경영악화가 시작된 시점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발전연료도 동반 상승했다. 이를 전기요금에 반영했어야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못함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계속 누적됐다. 그 결과 한전은 극심한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전기요금제도에 있다. 발전단가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요소는 발전연료. 급등하는 발전연료를 전기요금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그 동안 없었다. 대표적으로 연료비연동제가 손꼽히지만 거의 유명무실(有名無實)한 상황.

다음으로 정부가 전기요금을 절대적으로 통제하기 때문이다. 올해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분명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전기요금을 인상한다는 질타가 곳곳에서 난무한다. 한전에서 분명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에 이를 요구하고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절반이하의 수준에서 결정되곤 했다. 그렇다보니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누적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건과 관련 한전은 전력사업만 고려할 때 올해 총괄원가 추정금액은 52조8000억 원으로 현행 전기요금체계를 적용할 경우 46조7000억 원의 전기요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6조1000억 원의 차익이 발생해 13.1%를 인상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정부가 한전의 의견을 반영해 오는 7월부터 13.1%의 전기요금을 인상시켜주더라도 3조500억 원의 적자는 여전히 발생한다. 1월부터 6월까지의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7월부터 인상할 것을 감안할 때 26.2%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번에도 4% 수준에서 전기요금을 인상할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7월부터 4% 수준의 전기요금을 인상할 경우 한전은 2%수준의 인상효과만 느끼게 된다. 결국 올해 전기요금이 인상되더라도 인상요인 22.2%가 그대로 누락된다.

물론 한전은 전력사업뿐만 아니라 해외사업을 비롯해 각종 부대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모태가 되는 사업이 휘청거리면 곤란하다.

손가락만한 구멍이 댐을 무너뜨린다는 말이 있다. 이미 전기요금제도의 허점으로 손가락만한 구멍이 균열돼 더 커지는 형국이다. 이를 방치할 경우 댐은 결국 무너지고 만다. 이 구멍이 더 커지면 돌이킬 수도 없다.

사실 지금도 많이 늦었다. 언제까지 찔끔찔끔 전기요금을 올리고 생색을 낼 것인지, 정부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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