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클럽(下)
파이트클럽(下)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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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5.1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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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영어’는 일반적인 영화 감상평이 아닌 우리 사회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상황을 연관시킨 필자의 생각이 표현되며, 영화속의 명장면과 명대사를 통한 교훈도 소개하고 있다. 필자(신병철)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근무 중이며 지난 수년간 세계 각국의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비지니스를 직접 수행해온 인물이다.


파이트클럽의 설립목적은 폭력으로 더러운 세상을 정화해 보겠다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 안의 동물처럼 나약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극한의 상황에서 경쟁자와 맨주먹으로 서로 마주하며 싸워봐야지만 진정한 자신의 모습과 삶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이 폭력을 정당화하는 배경이다.

주인공 잭(애드워드 노튼 분)과 타일러(브래드 피트 분)는 이러한 취지하에서 자신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내들을 모아 파이트클럽을 조직하게 된다. 이들은 토요일 밤이면 음산한 술집의 지하에 모여 1:1 혈투를 벌인다. 무료하고 일상에 찌들어 사는 것에 염증을 느끼던 많은 사람들이 짜릿함과 모험을 찾아 이들을 찾아 들면서 파이터클럽의 규모는 나날이 커져가게 된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일생을 살아가면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평안하게만 살아갈 수만은 없다. 학창시절에는 일진이나 학교폭력에 시달려야 하고, 어른이 되어서는 삶 자체와 치열한 투쟁을 벌여야만 한다. 물론 자신의 의지여하에 따라 다소 조절은 가능하겠지만 한 평생 살아가다보면 끊임없는 도전과 모험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하지만 범사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전제하에 인생의 풍파와 굴곡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들과 맞닥뜨려 때로는 정면승부를, 때로는 측면승부를 해가면서 삶의 전략수립 노하우를 배워나가게 되고, 이 과정을 거쳐 우리는 어느덧 인생의 전쟁터에서 나름 명장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치열하게 살았던 것만큼 우리네 인생 앞에는 더 아름답고 격조 높은 훈장이 붙게 된다.

공부가 제일 쉽다는 사람들이 있다. 왜냐하면 공부는 대체적으로 정직한 노력에 정비례해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사기꾼과 협작꾼, 훼방꾼, 모사가, 전략가들도 더불어 공존하는 사회에 나오게 되면 처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양심적이고 정직하게 산 사람들이 실패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유명한 한 마라톤 선수도 마라톤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은퇴 후 부딪친 세상에서 쓴 맛을 본 뒤에 마라톤보다 더 어려운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순수한 이들이 자신들의 이상을 펼쳐보려 하지만 이 세상은 집단이기주의와 뇌물, 인맥, 불법에 의해서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선한 생각은 이내 좌절을 경험하곤 한다.

중국 동부지역 한 해안도시에 위치한 회사에 질이 낮기로 소문이 난 간부가 근무하고 있었다. 자기에게 아부 또는 뇌물을 주지 않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 약한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거나 갖가지 불이익을 주고 자신보다 힘이 세거나 도움이 된다 싶은 사람들에겐 자존심도 뭣도 없이 살살거리며 낯간지러운 아부를 스스럼 않는 자다. 부하직원들은 뒤에서 그를 저질이라고 평가하며 수근거리뿐 이 사람의 털끝마저도 건드릴 수가 없었다. 이자는 툭하면 삐지기 일쑤였는데 자신을 삐지게 한 자에 대해서는 수시로 보복을 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이자와 사이가 벌어져 잘못해서 근무평가라도 잘못 받게 되면 인사 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부하직원들은 뜯기는 기분을 느끼면서도 회식 후 택시비를 주거나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항상 기분을 맞춰줘야 했다.

이 저질 간부는 자신의 승진이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는데 예를 들면 회사에 큰 손해를 입히면서도 겉으로는 이를 잘 포장하여 실적인양 내세우는 매국적인 행위도 거리낌이 없었다. 직원들이 이에 동조해 주지 않으면 미워하곤 했는데 이런 자와 같이 근무를 한다는 것은 많은 인내와 수양이 필요한 일이었다. 부푼 마음에 이 회사에 입사해 해당 간부와 함께 해외출장을 다녀온 한 젊은 직원은 출장비의 상당부분을 빼앗겼었다고 한다. 아마 어느 조직에나 이와 비슷한 혹은 다른 유형의 저질적인 사람들이 다소 존재할 것이다.

세상의 악한 세력은 조직적이고 거대하다. 대기업이 중소기업들을 부당하게 대해도 불이익이 두려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공공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공공기관들이 부당하게 일을 처리해도 이를 바로잡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병원의 잘못으로 사고가 나도 웬만해서는 의료사고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일부 지식이나 권력, 돈이 있는 사람들은 이를 악용해 자신의 이익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내용들은 우리가 자주 언론매체를 통하여 접하는 사실들이다. 이러한 세상은 끊임없이 개인에게 도전을 주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일러와 같이 싸우려 들지는 않는다. 잭과 같이 회피하는 것이 쉽고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함으로써 인생을 충만하게 할 수 있다. 다윗이 믿음으로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처럼 우리도 이 거대한 세상과 당당히 맞설 때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넘어야 할 선은 넘지 말아야 하겠지만 타일러처럼 이 세상의 거대한 조직과 맞서 당당히 싸울 때 무료한 인생을 벗어나 인생의 참된 맛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정면승부가 어려울 경우 측면승부도 하나의 좋은 전력이 될 수 있다. 매일매일 싸움을 회피만 하며 살아가는 삶은 자신에게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호랑이처럼 용맹할 수 없다면 적어도 여우의 지혜라도 발휘해야 한다.

Oh self improvement is a masterbation.
You can't know yourself if you haven't
It's not until you lose everything that you are free to do anything
It's only we've lost everything that we are free to do anything

아무리 자기발전을 도모하더라도 이는 쓸데없는 일이지.
실제 부딪히고 실행해보기 전까지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 수가 없기 때문이지.
네가 모든 것을 잃어버려야 비로소 너는 무엇인가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될 수 있지.
네가 모든 것을 잃어버린 후에야 너는 비로소 자유롭게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되는 거야.

- 타일러의 발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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