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비리, 중소기업 두 번 죽였다
원전비리, 중소기업 두 번 죽였다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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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5.0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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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안정적인 원전운영의 경험을 인정받아 UAE원전수주에 성공, 다섯 번째 원전수출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또 세계 최고수준의 원전이용률로 최고의 기술력을 평가받으면서 원전강국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세계 원전시장의 떠오르던 대한민국 원전이 비리란 암초를 만나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한수원의 잘못된 중소기업지원제도는 비리를 키우는 온상으로 작용했고, 어려운 경영난에서도 기술개발 등에 몰두했던 중소기업들은 경악했다.

이미 밝혀진 원전비리 중에서도 협력중소기업의 경영난을 덜어주고, 신기술과 신제품의 판로를 확보해 주겠다고 야심차게 내 놓은 중소기업지원 프로그램이 한수원 직원들의 비리를 부추기는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고,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의지를 뭉개버렸다.

한수원의 신제품과 신기술, 친환경인증제품 등으로 지정될 경우 한수원은 특정업체와 수의계약이 가능하게 된다. 검찰의 수사결과 한수원 일부 관계자들은 이 제도를 악용해 물품구매를 발주했고, 납품계약을 체결한 뒤 그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

특히 현장기술개발과제제도는 당초 목적과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특정업체의 밀어주기 수단으로 이용된 대표적인 사업으로 손꼽힌다. 이 제도는 특정업체를 추전, 원전설비나 부품을 개발하게 뒤 다년간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허 아무개(55) 고리원자력본부 팀장은 원전부품인 밀봉 유닛의 완제품 매뉴얼을 납품업체 이 씨에게 넘겨준 뒤 이 씨가 이를 이용해 만든 부품을 고리원전에 납품하게 해 주는 대가로 1억15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구속 기소됐다.

일부 한수원 직원들은 납품대금의 2∼3%에 해당하는 금액을 정해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수사 도중 비리에 연루된 직원이 자살로 목숨을 끊는 일이 생긴 와중에서도 일부 직원이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부패정도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원전산업의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不撤晝夜) 기술개발에 증진했던 중소기업들은 원전비리를 보며, 허탈해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대규모 지원금을 대거 투입해 직원들의 주머니만 채워준 것에 관련 중소기업은 분노했고, 그 동안 특혜로 자사의 기술과 제품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에 대한 화를 참지 못하고 있다.

이번 원전비리로 정부의 동반성장정책도 적잖은 흠이 생겼다. 이미 원전비리와 유사한 지원프로그램이 다른 공기업에도 대거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원전비리는 만천하에 알려졌다. 더 이상 정부는 이를 개인비리로 치부하고 해당 직원을 처벌하는 것만으로 어물쩍 넘어가서는 곤란하다. 우선 전면적이고 철저한 추가 조사로 아직 남아 있을 납품비리를 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 한다. 또 공기업마다 추진되는 중소기업협력 프로그램도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수원이 뒤늦게 중소기업지원제도 손질에 나섰다. 실망한 중소기업이 또 다시 기술개발에 대한 열정을 갖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원전기술을 자립할 수 있었던 배경의 가장 밑바닥에 이들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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