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숨통 막히는 전력난! 가스용 냉난방기기 보급이 해법인데…
<창간특집> 숨통 막히는 전력난! 가스용 냉난방기기 보급이 해법인데…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2.04.21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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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충분하나 저평가된 전기요금 등 경제적 요인이 걸림돌
이웃나라 일본의 절반수준…체계적인 정책으로 경쟁력 확보


[에너지타임즈 김진철 기자] 9.15 대규모 정전사태, 기형적인 에너지구조에 따른 예견된 사태였음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로 손꼽힌다.

최근 우리나라 사회저변에 설치된 냉난방형태를 살펴보면, 기존 1차 에너지(가스·등유)에서 편리성과 경제성, 안전성 등 모든 측면에서 우세를 보인 2차 에너지인 전기로 대거 돌아섰다. 잠시 주춤하고 있으나 언제 또다시 보급이 확산될지는 가늠조차 어렵다.

한차례 가공된 고가의 전기가 1차 에너지인 가스 등에 비해 우세한 이유는 안전하다는 인식의 저변확대와 함께 실질적으로 저평가된 전기요금에 따른 경제성이 뛰어남에 따라 우후죽순(雨後竹筍)으로 보급됐다. 게다가 편리성과 고유가에 대한 부담이 겸치면서 전기용 냉난방기기의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전력피크는 여름철 반짝 집중되던 것에서 겨울철까지 확산되는 기이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전력피크와 평상 시 전력수요 간의 폭이 크게 벌어짐에 따라 발전설비와 전력설비 등을 신설해야 하는 등 국가적인 낭비가 지속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업계 전문가들은 너나할 것 없이 전기요금의 현실화를 주장하지만 정치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다. 따라서 새로운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언급도 적잖게 거론한다.

최근 전기에서 가스로 냉난방수요를 이동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대안으로 가스업계는 가스용 냉난방기기의 보급을 손꼽는다. 여름철 전력피크와 동고하저(冬高夏低)의 가스수요패턴문제 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전체 냉방시장 중 가스냉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10%포인트 높아질 경우 연간 3000억 원에 달하는 에너지수요관리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전기와 가스의 수요패턴 균등화로 LNG발전소 5기와 LNG저장탱크 3.5기를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스용 냉난방기기의 보급이 부진한 이유는 경제성이 크게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기용 냉난방기기는 저평가된 전기요금으로 인해 운영측면에서 가스용 냉난방기기보다 경제성이 뛰어나다. 이뿐만 아니라 가스용 냉난방기기는 기술개발이 뒤떨어지고 제대로 된 A/S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것도 걸림돌로 손꼽힌다.

가스용 냉난방기기의 종류는 사용하는 장소나 용량에 따라 GHP(Gas engine Heat Pump)와 가스흡수식 냉난방기기로 크게 구분된다.

GHP는 전기를 사용하는 EHP(Electric Heat Pump)와 달리 냉난방을 위한 압축기를 전기가 아닌 가스엔진을 사용해 구동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 GHP의 냉방방식은 압축기를 빠져나온 고온고압의 냉매가 실외 열교환기에서 응축되면서 방열된다. 이 냉매가 팽창밸브를 지나는 과정에서 압력과 온도가 낮아지고, 실내 열교환기에서 공기로부터 열을 빼앗음으로써 냉방이 된다. 반면 난방방식은 반대다.

가스흡수식 냉난방기기는 물을 냉매로 낮은 압력에서 발생된 수증기를 가스버너로 가열·증발시킴에 따라 증발된 수증기가 응축기와 냉각탑을 거쳐 냉수로 변하게 되며, 이 냉수를 사용해 실내를 순환하는 물을 냉각시켜 냉방이 되는 원리로 운영된다. 난방은 반대의 원리다.

주로 GHP는 학교나 오피스텔, 교회, 상업용 건물 등 주로 공간이 나뉘어져 개별냉방방식과 유사하게 사용하는 곳을 위주로 보급되는 반면 가스흡수식 냉난방기기는 대형 역사나 병원 등 중앙냉난방을 운영하는 곳에 주로 설치된다.

다양한 가스용 냉난방기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적인 영향으로 보급이 더디기만 하다.

현재 우리나라 가스용 냉난방용기기의 비중은 전체 수요 중 12% 수준. 지난 2005년 이후 가스용 냉난방기기의 신규 보급이 감소했으나 2011년 이후 정부의 다양한 보급정책에 힘입어 증가세를 타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2009년까지 소규모로 지원하던 가스냉방장려금을 2010년부터 정부의 보조 사업으로 전환시켰다. 그 결과 보급대상이 기존 주택난방용과 업무난방용에서 전체 가스냉방기기로 대폭 확대됐다. 지원금도 대폭 상향조정됐다.

지난 2010년 4월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 운용요령’이 개정되면서 전기용 냉난방기기를 대체하는 가스용 냉난방기기가 설치될 경우 전액 융자가 가능하다. 또 ‘에너지이용합리화사업을 위한 자금지원지침’ 개정으로 인해 기존 실외기만 대상이었던 것이 실외기를 비롯해 실내기, 배관 등으로 대폭 확대됐다. 지원비율도 가스용 냉난방기기 기준 투자비의 80%에서 100%로 크게 늘어났다.

‘공공기관 에너지이용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이 고시되면서 공공기관은 연면적 3000㎡ 건물을 신·증축하거나 냉방설비를 전면 교체할 경우 주간최대냉방부하의 60%이상을 가스냉방 등의 전력수요관리설비의 설치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이밖에도 정부는 대형건물에 대한 가스냉방설치를 유도하고 설치보조금의 효율별 차등지급, 고효율 기자재 인증기준 개정, 가스용 냉난방기기 관련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업계 전문가들은 냉난방에너지 통합수요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스시장과 전력시장이 다양한 이해관계 상충문제로 별도의 수요관리정책이 추진되고 있고, 가스용 냉난방기기의 보급 확대가 국가 전체적인 에너지효율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계량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스공사 고위관계자는 “(가스용 냉난방기기) 협의회 구성이 필수적”이라면서 “이 협의회 구성이 될 경우 민간 기업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구조가 비슷한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가스용 냉난방기기의 보급이 23%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두 배 수준이다.

일본의 가스용 냉난방기기 보급정책은 설치보조금과 세제 혜택, 융자제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가스흡수식 냉난방기기는 설치 후 1년 이내에 운영을 전제로 적용되며, 또 많은 연구개발 지원정책이 수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설치보조금은 가스용 냉난방기기에 대해 일정요건이 충족될 경우 투자비와 공사비의 1/3이내에서 1억 엔 한도에서 지급된다. 기준투자금액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상으로 특별감가상각을 통한 초기 세금부담을 낮추는 등의 세제혜택이 주어진다.

연구개발은 일본 정부 주도로 이뤄진다. 지난 2011년부터 오는 2013년까지 개발비용의 2/3수준에서 연간 3억 엔이 지원된다.

그렇다면 일본의 가스용 냉난방기기의 경쟁력을 무엇인가.

일본은 효율측정기준을 COP(Coefficient Of Performance)가 아닌 AFP(Annual Performance Factor) 효율지수를 활용하고 있다. 현재 냉난방기기의 효율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가스용 냉난방기기가 전기용 냉난방기기보다 더 우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운영비용 측면에서 가격경쟁력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지만 가동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스용 냉난방기기의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스용 냉난방기기와 전기용 냉난방기기의 효율을 연간 기준으로 산정한 APF효율지수에 따르면 전기용 냉난방기기의 효율이 가스용 냉난방기기의 효율보다 좋다는 통념과 상이한 결과가 도출된 바 있다.

가격경쟁력은 수요자의 가스소비량과 소비패턴, 선택요금종류에 따라 상이하나 일반적으로 가동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스용 냉난방기기의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일본은 가스회사의 경우 고객의 시간대별 가스소비량과 요금패턴을 고려해 불필요한 가스소비량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 원격으로 관리해줌으로써 가스용 냉난방기기의 운영비절감방안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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