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알뜰주유소 출범 100일, 不信만 높아져
<창간특집> 알뜰주유소 출범 100일, 不信만 높아져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2.04.1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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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알뜰주유소 가격 평균수준…소비자·업자 불만 속출
임대수수료 등 고정비용 인하요인 없어 가격인하 기대 어려워

[에너지타임즈 김진철 기자] 정부가 석유제품가격을 인하시키겠다면서 야심차게 출범시킨 알뜰주유소가 지난 10일로 100일을 맞았다. 그 동안 400곳에 달하는 알뜰주유소가 생기면서 양적인 측면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살인적인 국제유가 앞에서 맥을 추지 못하는 형국이다.

한국석유공사에서 운영하는 유가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알뜰주유소 출범 100일인 지난 10일의 전국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2054.54원. 서울지역은 2130.78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국 보통휘발유 가격은 지난 1월 5일 이후 93일째 올랐으며, 2월 23일 기존의 최고가인 1993.17원을 넘어선 이후 44일째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반면 국제유가는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14일 배럴당 124.22원으로 올 들어 최고가를 기록했으나 지난 9일 119.69달러까지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석유제품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탈 당시 알뜰주유소는 다른 주유소에 비해 판매량 증가에 따른 재고회전율이 높아 국제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정부는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다소 안정세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알뜰주유소의 가격인하는 찾아볼 수 없다. 사실상 알뜰주유소가 가격을 인하하는데 또 다른 변수가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가 야심차게 내 놓은 알뜰주유소, 걸림돌은 무엇이고 한계가 무엇인지 되짚어본다.


지난 2011년 12월, 정부는 공동구매를 통해 석유제품을 싼 가격에 공급받고, 이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석유제품의 가격을 떨어뜨리겠다면서 고유가 대안으로 알뜰주유소 정책을 내놨다. 그리고 지난 2011년 12월 29일 경기도 용인시 마평동에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알뜰주유소 출범 100일이 지난 10일, 농협주유소 332곳을 포함해 총 438곳의 주유소가 알뜰주유소로 전환됐다. 100일이 지났지만 알뜰주유소의 문턱을 넘나드는 소비자들은 상황에 따라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는 곳이 있는가하면 대폭 줄어든 곳도 적잖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알뜰주유소를 이용하는 소비자와 운영자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알뜰주유소 1호점은 지난 10일 보통휘발유 기준으로 리터당 2009원에 판매되고 있다. 인근의 일반주유소와 견줘 10원 안팎으로 공급되고 있고, 전국의 평균보다 40원가량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정부에서 내놓은 100원 인하에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서울지역 2곳의 알뜰주유소 석유제품가격은 인근 지역의 일반주유소와 비교할 때 평균수준이며, 알뜰주유소보다 리터당 최대 50원이나 저렴한 곳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 금천구에 위치한 A 알뜰주유소의 석유제품가격은 반경 2km 내 위치한 일반주유소의 평균에 그쳤고, 알뜰주유소가 비싼 경우가 다수 발생하면서 정부의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B 알뜰주유소의 석유제품가격도 이 지역의 평균보다 저렴하지만 이곳보다 저렴한 일반주유소가 7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주유소에서 주유한 한 소비자는 “정부에서 발표했던 것처럼 리터당 100원 저렴한 가격에 주유할 수 있다는 소문에 일부러 찾아왔는데 줄만 길고 저 아래(500m가량) 일반주유소의 가격과 비슷한 것 같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어 그는 “뭐 솔직히 몇 천원 아끼려고 왔는데 싼 것 같지도 않고, 세차도 안 해 주고, 그 흔한 휴지도 한 장 주지 않으니 일부러 찾아올 일은 앞으로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업자의 불만도 하늘을 찌른다. 당초 예상했던 것과 달리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공급가격이 생각했던 것보다 낮지 않은데다 고정비용이 늘어나면서 경영난을 겪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초창기 마진을 줄이면서 매출이 늘었지만 임대수수료와 카드수수료,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적자에 가깝다면서 적자를 볼 수 없으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알뜰주유소의 운영난이 만만찮은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알뜰주유소 한 운영자는 “기름가격이 비싸다면서 욕을 먹는 경우도 많다”면서 “정부정책에 알뜰주유소로 전환했지만 마진이 생각보다 안 남아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경우 폐업까지 생각할 정도”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 간 가격격차가 나지 않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공급가격의 격차가 벌어지지 않는데다 알뜰주유소도 고정비용을 낮출 여지가 없음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 반대로 기존 석유제품가격이 높게 형성됐던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알뜰주유소는 톡톡히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국 주요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알뜰주유소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일반주유소 대비 리터당 50원, 서울지역 평균보다 100원가량 저렴하게 공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이용객의 유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2월 9일 경부고속도로 기흥휴게소(하행)에 알뜰주유소 1호점을 설치했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지금은 문경·칠서·단양·안성 등에서 알뜰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효과가 발생하자 도로공사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주유소 167개 중 올 상반기 중으로 50곳, 올해까지 100곳 이상을 알뜰주유소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 오는 2015년까지 민자 주유소 25곳과 정유회사 투자 주유소 8곳 등 총 33곳을 제외한 나머지 주유소 모두를 알뜰주유소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처럼 서울지역 등 대도시와 가격이 높게 형성됐던 고속도로 휴게소 등의 알뜰주유소의 효과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대도시의 알뜰주유소는 좀처럼 고정비용을 줄일 여력이 없고, 고속도로 휴게소의 알뜰주유소는 가격을 인하할 여력이 있다.

알뜰주유소의 석유제품가격이 높아지는 것과 관련 정부는 알뜰주유소의 석유제품판매량이 일반 주유소에 비해 5배가량 많은데 따른 높은 재고 회전율을 손꼽았다. 올 초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탔고 그 결과 상승세가 알뜰주유소 석유제품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지경부 관계자는 “(알뜰주유소의 석유제품판매가격) 인상폭이 (일반 주유소에 비해) 높은 이유는 주변의 다른 일반 주유소에 비해 판매량이 많아 재고 회전율이 좋고 그 결과 국제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다보니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면서 “지금은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 알뜰주유소의 석유제품판매가격 인상폭이 높지만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타거나 인하될 경우 알뜰주유소의 석유제품판매가격도 대폭 인하될 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알뜰주유소를 올해 중으로 70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알뜰주유소 이용을 확대하기 위해 리터당 최대 100원까지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우체국 체크카드까지 도입했지만 발급장수가 하루 500장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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