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영어>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
<스크린영어>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
  • 에너지타임즈
  • webmaster@energytimes.kr
  • 승인 2012.02.24 19: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크린 영어’는 일반적인 영화 감상평이 아닌 우리 사회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상황을 연관시킨 필자의 생각이 표현되며, 영화속의 명장면과 명대사를 통한 교훈도 소개하고 있다. 필자(신병철)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근무 중이며 지난 수년간 세계 각국의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비지니스를 직접 수행해온 인물이다.


실체적 진실보다 돈을 더 사랑하는 속물변호사 미키 할러, 그는 돈을 뜯어내기 위해 계획적으로 의뢰인을 속이기까지 하는 전형적인 속물 변호사다. 그는 분명한 범법행위에 대한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가 의뢰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각종 술수와 거짓말로 범죄인들이 무죄판결을 받게 하거나 적어도 형량이라도 덜 받게 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그에게 어느 날 강간미수 폭행사건의 혐의를 받고 있는 루이스 룰레라는 젊은이가 변호를 의뢰한다. 그는 실은 거부의 어머니를 둔 부잣집 도련님, 미키 할러 변호사가 매우매우 선호하는 의뢰인 유형이다. 그는 순전하고 결백해 보이는 눈빛과 음성으로 미키에게 자신의 무죄를 호소한다. 판사와 배심원 앞에서도 그는 울부짖으며 자신의 억울함을 간절히 주장한다.

하지만, 실상 그는 이전에도 살인을 저지르고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온 전력이 있는 교활한 범죄자, 이번에도 한 여인의 집을 찾아가 끔찍한 상해를 입힌 후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며 법정을 상대로 한 거짓말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미키 할러변호사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절대 누설할 수는 없는 입장. 결국 미키 할러는 뛰어난 변호실력을 펼쳐 검사의 공소기각을 이끌어내고 덕분에 루이스는 자유의 몸이 된다.

얼마 전 서울지방변호사협회에서 변호사 350명을 대상으로 판사들의 공정성, 품위 및 친절성, 직무능력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설문 결과는 놀라웠다. 심지어 재판 중 변호사에게 “감히 변호사가 재판대 앞으로 나오느냐”고 혼낸 판사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고 이러한 권위적이고 불친절한 판사들 태도에 불만을 가진 변호사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판사들의 일부 부적절한 태도나 처신도 큰 문제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삶에 있어서 상대의 언행은 나의 행위에 대한 반향인 경우가 많다.

미키 할러처럼, 돈을 벌기 위해 변호사의 품위와 실체적 진실규명에 대한 사명을 저버리고 재판부를 기망하여 범법자의 범죄행위를 돕는 변호사들, 그리고 이들의 뛰어난 능력(?)으로 인해 배경도 없고 돈도 없는 억울한 피해자들에게 패소를 선고해야만 하는 판사들의 심정은 과연 어떨 것인가? 어느덧 거짓말경연장으로 추락해버린 민사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양심적인 재판부의 갈등과 그 참담함에 대해서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하나님을 대신하여 이 땅위에서 공정하고 양심적이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하는 재판부의 기능회복을 위하여, 이를 통하여 모범적이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선량한 서민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조삼륜은 물론 재판의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 그리고 우리 모두는 정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가도 민사재판에서의 거짓말을 당연시하거나 좌시하지 말고 이런 부끄러운 것들이 당연히 지탄의 대상이 되고 불이익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그래야 재판이 개판이라는 가슴 찢는 탄식이 줄어들 것이다.

인생은 미완성이다. 어느 조직에나 일부 몰지각한 구성원들이 있다. 해당 변호사단체가 판사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그들이 일신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었듯이 이제는 자신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스스로에 대한 환골탈퇴의 기회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내가 해 아래서 또 보건대 재판하는 곳에 악이 있고 공의를 행하는 곳에도 악이 있도다” 했던 수천년 전 한 현인의 탄식이 오늘날 선진화된 법치국가에서도 동일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악의 뿌리가 되나보다.

Okay, I got something big for you. This guy's gonna be the big money.
(좋아, 너를 위해 대단한 걸 준비했어. 이 사람은 아주 큰돈이 될 거야)

사건브로커가 미키할러 변호사에게 루이스 룰레를 소개시키며 하는 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